-
-
Life 라이프 - 행복을 파는 기적의 가게
구스노키 시게노리 지음, 마쓰모토 하루노 그림,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삶’, ‘인생’을 뜻하는 단어 ‘라이프’가 가게 이름이라는 걸 알았을 때 호기심이 일었다. 아무 이유 없이 제목을 그렇게 쓰지는 않을 게 당연하니까 인생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많이 컸다. 또,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동화책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기억도 떠올릴 겸 해서 모두를 위한 동화, 읽으면 마음 따뜻해지는 동화 [행복을 파는 기적의 가게 라이프]를 집어 들게 됐다.
이 가게의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라이프를 찾아간다. 그리고 라이프를 둘러본 뒤,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그 물건을 집는다. 그 대신에 자신은 사용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사용했으면 좋겠다 싶은 물건을 내려놓으면 된다. 이 작은 재활용 가게 라이프는 그렇게 운영되고 있었다.
한 추운 겨울날, 남편을 얼마 전에 떠나보낸 한 할머니가 라이프로 들어서면서 책은 시작된다. 할아버지와 라이프를 방문하곤 했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할머니는 외톨이가 된 것만 같은 생각으로 가득 차 더 이상 꽃을 키울 마음이 없어서 봄꽃 씨앗들을 라이프에 내려놓는다. 꽃을 사랑했던 할아버지가 키운 봄꽃 씨앗이라는 간단한 손 글씨 카드를 씨앗 옆에 내려놓는다.
‘할아버지는 꽃을 무척 좋아하셨답니다. 할아버지가 준비한 봄꽃의 씨앗입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려던 할머니. 그러던 찰나, 라이프 한쪽이 진열돼 있던 ‘추억은 언제까지나’라고 적힌 액자를 본 할머니는 조용히 그 액자를 품에 안고 라이프에서 나온다.
한 소년도 라이프에 들어섰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꽃을 키우고 싶었던 소년은 봄꽃 씨앗을 집어 들고는, 너무 재미있어서 내용을 다 외워버린 그림책을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소년이 아주 어릴 때, 할아버지가 라이프에서 가져 온 책이었다.
‘제가 소중하게 읽은 책, 누군가와 감동을 나누고 싶습니다.’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부부 역시 라이프를 방문했다. 남편은 소년이 두고 간 그림책을 발견하고는 아내에게 표지 뒷면을 보여주었다. 표지 뒷면에는 그 책을 읽은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남편의 이름은 제일 앞에 적혀 있었다. 아내는 봄꽃 씨앗을 집어 들었고, 그 대신 두 사람이 함께 사용했던 커피 잔 한 쌍을 올려두었다.
‘이제는 온 가족이 사용하는 컵 세트를 장만했습니다. 우리 둘만의 시간도 행복했지만 지금은 더 행복합니다.’
젊은 커플도 라이프에 들어왔다. 한 쌍의 컵과 봄꽃 씨앗도 집어 든 두 사람은 미래를 생각하며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컵과 씨앗을 가져가면서 두 사람은 편지지를 두고 갔다.
‘저희 두 사람은 앞으로, 계속, 언제라도,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한 소녀가 라이프를 방문했다. 편지지와 할머니의 봄꽃 씨앗을 가져가면서 소녀는 자신에게 작아져버린 조끼를 꺼내 걸어두었다.
‘제가 처음 이 조끼를 입었을 때는 조금 언니가 된 기분이었어요. 이 조끼를 입는 분도 그러길 바라요.’
차디찬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오자, 봄꽃 씨앗을 두고 갔던 할머니가 다시 라이프를 찾아왔다. 여름에 피는 꽃 씨앗을 가지고 라이프를 방문한 할머니는, 아직까지도 슬픔에 빠져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라이프 문을 여는 순간, 화분 가득 꽃들이 활짝 피어 할머니를 맞이하고 있었다. 꽃씨를 가져갔던 사람들이 정성들여 키우던 꽃을 라이프에 가져다 둔 것이었다.
“할머니가 슬픔에 잠겨 살아온 시간에도 겨울은 가고, 봄이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할머니의 마음에 참으로 오랜만에 온기가 퍼져 나갔습니다.”
참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이런 가게가 실제로 존재할까 싶을 만큼 아름다웠던 가게, 라이프. 할머니를 통해서, 또 다른 마을 사람들을 통해서 서로의 행복이 전달되는 것을 보며, 행복이 전염되어 살아갈 희망을 얻은 할머니를 보면서 이웃의 힘을, 행복의 힘을 강렬하게 느낀 시간이었다. 그들이 라이프에 가져온 것은 그들만의 추억이자 행복의 일부분이었고, 그 일부분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함께 안겨줄 수 있었기 때문에 라이프는 계속 운영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라이프에는 누군가 찾아와 뭔가를 두고, 또 뭔가를 가지고 돌아갑니다. 그들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그 작은 가게에서 그들이 저마다의 손에 가득하게 가져가는 것은 행복입니다. 라이프는 행복입니다.’
인생이란 뭘까? 나는 사실 제목에서 생각 난 이 질문이 이렇게 감동을 주면서 답을 줄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인생은 행복이라고 말하는 그들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이러한 마을에 사는 이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마음이 훈훈해지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동화 [라이프]였다.
“인생은 ‘사람이 살아간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로와 이어지면서 살아가는 것이고 바꿔 말하면 ‘사람은 (서로를 살리며) 살아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Life를 찾는 사람들뿐 아니라 거기에 놓인 물건들도, 모두가 키워준 꽃들도, Life라는 가게 자체도, 나아가 할아버지의 추억도 인생과 같았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세월 속에서 서로를 살려가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지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잠깐!!
[라이프]을 더 알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