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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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어디에서든지 한 번쯤은 봤을 귀여운 토끼. 토끼에게 이름이 있다는 게, 그런데 무척 귀엽게 생겼다는 게 신기해서 어린 마음에 나도 저런 토끼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기억난다. 처음 출판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사랑스러운 모두를 위한 동화, <피터 래빗 이야기>. 사랑스럽고 귀여운 일러스트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예쁜 동화.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고 한결 마음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정말 마법 같은 책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와 삽화를 그동안 잘 알지 못하고 단순한 캐릭터 ‘피터 래빗’으로만 여겼던 내 모습을 돌아보고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저자 베아트릭스 포터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가 자연과 동물을, 그리고 모든 생명체를 얼마나 면밀히 관찰했는지는 책 속 삽화들을 통해 그 사실이 드러난다. 삽화들에서는 동물들의 특징들이 두드러져 나타났고 매우 섬세하게 묘사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피터 래빗 전집> 속에서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익살맞고 귀여운 가상의 캐릭터로 만들어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 단순히 캐릭터 ‘피터 래빗’밖에 몰랐지만 토끼 뿐 아니라 쥐, 여우, 두더지, 고양이, 강아지, 개구리 등 다양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피터 래빗 전집>은 읽는 내내 절로 미소를 자아냈다.


스물일곱 개의 이야기 속에는 수 없이 많은 삽화들이 있었고, 동물들과 자연을 관찰하면서 섬세하게 그려냈을 포터의 놀라운 집념과 끈기에 나는 읽을 때마다 입을 떡 벌리게 됐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고 말들 하지만, 아직 읽었을 때에도 마음이 설레고 감동 받는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나는 <피터 래빗>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엮어낸 <피터 래빗 전집>은 모두를 위한 동화라고 느낀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명작 동화 <피터 래빗 전집>은 언제 읽어도 우리 모두를 감동시키는 명작 중 명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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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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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뭔가를 깨우쳤다. 젊음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저절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땀 흘리는 것을, 움직이는 것을, ‘사서 고생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실외보다는 실내를, 실내에서는 이불 속을 가장 좋아하는 부류라고나 할까. 움직임도 최소한인 내 모습을 바라볼 때,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의 저자이자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가쿠타 미쓰요의 운동 에세이는 흥미를 불러일으켜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만든 것은 당연했다. 우리는 정말 공통점이 많은 사람이었으니까.


체력이 좋지 않아 –주위 사람들의 표현을 빌린다면- ‘감기를 달고 살고’ ‘매 계절 독감에 걸리는’ 나. 운동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운동과 세트인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바라보면 언제나 한숨부터 나왔다. 이런 나에게 마치 선물처럼 주어진 책,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제목부터 팩트폭력을 당했지만 그래도 작가가 멋있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하고 실행해 옮기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있지만, 마라톤과 각기 다른 운동에 도전하는 가쿠타 미쓰요 작가의 모습을 보며 본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자연스레 하게 됐고.


사실 아직도 ‘운동’이라고 하면 일단 거부감과 두려움이 든다. 그렇지만 가족들과도 터놓고 얘기했듯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려면 체력과 건강은 꼭 필요한 것이므로 운동도 꾸준히-굳이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다짐을 하게 된 것에는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의 역할도 매우 크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마라톤에 도전하는 모습, 무조건 운동을 좋게 포장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힘들었지만 자신에게 술과 음식이 동기부여가 되었다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어느새 홀딱 반해버렸으니까.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에서 등장하는 여덟 가지 자세를 소개하고 글을 마칠까 한다. 무리는 금물! 이득을 얻으려 욕심내지 않는다. 그만두고 싶어질 때에는 값비싼 도구 갖추기! 높은 뜻을 품지 않아야 오래 운동할 수 있다. 운동이 끝나면 나 자신에게 포상을 준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금물! 연습 후 이벤트를 만들어 도전한다. 활동적인 친구 만들기! 생각해보면 내 주위에는 나를 도와줄 사람들이 참 많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내 안의 유일한 적, ‘게으름’이라는 녀석과 싸워 이기는 것이다.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를 통해 동기부여를 받았으니, 오늘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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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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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껏 제각각의 많은 사람들로 살아 보았다. 무수한 역할을 떠맡아 봤다. 나는 한 사람이 아니다. 내 몸에는 군중이 담겨 있다. 나이는 439살이지만 생김새는 마흔 즈음. 1581년 프랑스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현재는 영국 런던에서 역사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특기는 은둔 생활하기와 주기적으로 이사하기, 그리고 신분 바꾸고 새 삶 살아보기가 있다. 취미는 셰익스피어, 찰리 채플린과 같은 유명 인사 만나기와 신대륙 발견하기, 서른 개 정도 되는 악기와 언어 구사하기 정도. 요즘은 이 세기 전 실종된, 단 하나뿐인 혈육인 딸아이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게 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나는 톰 해저드, 천 년을 사는 남자니까.


톰 해저드는 ‘앨버’다. 절대 죽지 않는 불사신이라는 것도, 책에 등장하는 뱀파이어 같은 존재도 아니다. 앨버 역시 사람이다. 단지 노화가 보통 사람들보다 열세 배에서 열다섯 배 정도 느린 것 뿐. 마녀 사냥으로 어머니를 잃고,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두고 떠나야만 했다. 자신의 존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마음을 주고 사랑했기 때문에 몇 세기를 눈물과 비탄 속에 취해 살았던 톰 해저드. 몇 백 년이 흐른 이후, 그는 결심한다.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라고.


나는 내가 증오한 사람들이고, 또 내가 존경한 사람들이다. 나는 신나고 따분하고 행복하고 한없이 슬프다. 나는 역사의 양면에 서있다. 옳은 쪽과 그른 쪽 모두에. 한마디로 길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여태까지 그가 사랑했던 세 명의 사람-어머니, 그의 아내, 그리고 딸- 중 두 명은 세상을 떠났고, 한 명은 생사의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의 일상은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 때문에 안 그래도 짧은 인생을 더 짧게 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8년을 주기로 이동을 하고, 신분을 바꾸고, 이름을 바꾸고, 직업을 바꾼다. 매번 다른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은, 몇 백 년을 살다 보니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잃었다는 말도 된다. 그런데 그런 톰 해저드의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난다. 불과 2초 만에 벌어진 일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4세기만에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


사랑하면 안 되는 남자, 톰 해저드. 천 년을 사는 사람이지만 사랑에는 한없이 약한 사람.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 벌어졌던 끔찍한 일들을 떠올리면서 그녀를 밀어내려 애쓰지만, 어느새 자신의 인생으로 한 발짝 성큼 들어온 그녀를 그는 결국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을 금지한, 그런 규율 따위를 만들고 규율을 어긴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처리한 앨버들의 모임에 반기를 든다. 그리고 깨닫는다. 다 부질없다는 것을.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바로 지금 이 순간뿐임을.


그렇다. 이제 분명해졌다.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면 비로소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열다섯 배는 더 많지만 여전히 시간에 구애받고 과거에 발목이 묶여 있었던 천 년을 사는 남자, 톰 해저드. 그는 사랑에 빠져서 사랑을 잃게 되었고 고통을 받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힘든 시간을 지내왔지만, 끝내 그 모든 것을 치유하고 극복하도록 용기를 준 것 역시 사랑이었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왜냐면 그가 바로 미래니까.


천 년을 살아갈 수 있다는 몇몇 특별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본 세상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딱 한가지였다. 생각보다 쓸데없는 일에 집착하고 애를 쓴다는 것. 물론 439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톰 해저드 씨보다는 깨닫는 바가 덜 하겠지만. 16세기부터 21세기까지를 살아온 그가 <시간을 멈추는 법>을 통해 100년 남짓 사는 ‘하루살이’들에게 전하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진리다. 더 이상 앞을 보려 하지 말고 현재에만 집중하라고.


생각해보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그리고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강렬하고도 단순한 메시지를 매트 헤이그는 톰 해저드라는 천 년을 사는 남자의 입을 통해-‘천 년’을 살 수 있다는 점과 16세기에 태어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신빙성을 더했고 이 사실을 독자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현재에 집중하고, 오늘 하루를 ‘충실이’ 살아 나가는 것. 책장을 덮으면서 내 주위에 있을 것만 같은, 너무나도 현실적이게 그려낸 톰 해저드를 궁금해 하고 찾게 되었다. 또 누가 알겠는가? 동안 소리 꽤나 듣는 주변 지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다 문득, 설마, 하게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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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망토 - 스토리가 있는 입체 커팅 아트 터널북
송영지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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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나는 <빨간 모자>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책마다 줄거리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 워낙 많이 듣고 읽은 탓에 내용을 줄줄 외워버릴 만큼. 학교에서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을 때, <빨간 모자>의 이야기로 구연동화를 한 기억까지 난다. 아, 물론 지금은 다 잊어버렸지만. 돌이켜보니 어린 시절의 참 많은 순간들을 <빨간 모자>라는 책과 이야기가 가득 물들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빨간 모자>의 이야기를 꿈꾸게 됐다. 그리고 겁도 없이 입체 아트 커팅북 <빨간 망토>에 도전했다. 내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곰손’이라는 것을 완전히 망각한 채.


몇 가지의 장면을 아트 커팅북으로 만들고 내가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어 낸다는 점이, 말만 바꾸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결말도 줄거리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겁도 없이 도전했겠지. 오랜만에 칼을 들고 나서야 깨달았다. 환상과 현실은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빨간 망토>를 자르는 내내-비록 서툰 칼질에 종이가 군데군데 찢어지고, 마무리가 깔끔하게 되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동심을 찾았다고나 할까. 작은 것 하나에 기뻐하고 웃을 거리가 참 많았는데. 말 그대로 칼질 하나에 추억과, 칼질 하나에 그리움과, 칼질 하나에 회상을 안겨준 입체 아트 커팅북 <빨간 망토>.


애정이 깃든 책인데다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속도는 더뎠지만, 한 장을 완성하고 나니 뿌듯함이 몰려왔다. 정말 제대로 하면,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이 탄생할 거라는 예상도 할 수 있었다. 첫 술에 누가 배부를 수 있겠는가! <빨간 망토>와 칼질에 이제 익숙해졌으니, 완성된 <빨간 망토>도 얼마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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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나답게 살라고 말했다 - 망설이고 있을 때 다가온 고양이의 말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이정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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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살아야 한다. 자기 나름의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자기다움으로 가득 찬 인생이 된다. 돌이켜보니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다움’을 잃었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나만의 개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시간에 치여 바쁘게 살아가다가 만나게 된 이 철학적인 고양이는, 나다운 삶이 진정한 삶이고, 나다운 게 진짜 나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제 제발 그 가면 좀 벗고, 너답게 살아 나가라고 말한다.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진정한 즐거움은 그런 데서 오지 않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몸과 마음을 다해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순수하고 진정한 쾌락이에요. 자기 자신에 대해 회의감을 갖게 된 당신에게, 잠깐 멈칫하고 이 길이 맞을까 망설이고 있는 당신에게,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당신에게 다가온 고양이의 말. 그리고 깨달음이 왔다. 삶을 고양이처럼 받아들인다면, 고양이처럼 살아간다면, 아마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저절로 나올 것이라고. 고양이처럼 살아보자고.


바른 자세로 걷는 것. 이해득실을 생각하지 않는 것. 현재를 현재답게 사는 것. 시간을 계산하면서 탄식하지 않는 것. 주어진 모든 것에 기뻐하는 것. 질투하지 않는 것. 고양이는 인간에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고양이는 내게 나답게 살라고 말했다> 속 철학 고양이와의 대화를 통해 배운 세 가지-‘행복하게 사는 법’, ‘나답게 사는 법’, ‘즐겁게 사는 법’-이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다움을 잃고,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즐거운 삶을 동경하게 될 때마다 욕심을 내려놓는 고양이처럼 그냥 <고양이는 내게 나답게 살라고 말했다>를 집어들 생각이다. 그러면 또 철학 고양이가 가르침을 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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