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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6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정지현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8년 8월
평점 :
아이들은 모두 자라 어른이 된다. 딱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어린 시절의 소원은 피터 팬이 되는 거였다. 자라나지 않아도 되고, 하루 종일 네버랜드에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자주 질투하지만 의리 있는 요정 팅커 벨과 다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가장 먼저 만난 피터 팬은 책 <피터 팬>을 통해서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다. 그래서일까? 책으로 만난 <피터 팬>은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낯선 아이였다. 잔인하고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피터 팬! 너는 내가 알던 네가 아냐!
팬, 너는 누구이고 무엇이냐? 난 젊음이고 기쁨이다. 난 알에서 깨어난 작은 새지. 자기 자신을 ‘젊음’과 ‘기쁨’ 그리고 ‘작은 새’로 표현한 피터 팬은, 그 단어 그대로 자유로운 영혼, 젊음과 기쁨이 늘 그의 곁에 있는 존재였다. 밝고 순수한 젊음의 결정체라고 여겨진 피터 팬은, 사실 알고 보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알려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반대의 모습을 드러낸다. 어린 아이의 눈이 아닌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 <피터 팬>이 만약 오늘날 나왔다면 분명히 구설수에 올랐을 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비추어졌다. ‘여성’ 그리고 ‘남성’의 역할,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나누는 걸로도 모자라, 아이들을 ‘납치’ 하기까지 했으며, ‘살인’을 저질렀고,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피터 팬, 너 원래 이런 아이였니?
생각했던 것보다 <피터 팬>을 통해 만난 피터 팬은 ‘나이’와 ‘젊음’에 집착하는 존재였다. 어린 아이의 모습은 갖추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순수함은 잃어버린 피터 팬. 그건 다 어디로 갔을까?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하고, 사소한 것에도 미소 짓게 만들었던 순수함은. 다 커서 제대로 만나게 된 피터 팬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면서, 왜 어린 시절에 <피터 팬>을 제대로 만나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 어쩌면, 부모님은 어린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동심의 세계를 지켜주기 위해서 진짜 ‘피터 팬’을 만나지 않게 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