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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어느덧 '동화책'과 '연필'은 어색해지고
제법 두꺼운 '소설책'과 '볼펜'이 익숙한 나이.
사실 익숙해진 지도 꽤 되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동화를 만나니 뭉클하기까지 했다.
그래, 나도 동화책을 읽고 연필을 사용하던 때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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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해맑은 미소와 순수함을 떠올리면서
정말 오랜만에 어린이를 위한 동화 <연필의 고향>을 읽었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산뜻한 이야기 속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진중한 교훈이 담겨 있어서
중간에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연필에도 고향이 있는데.
연필도 아껴주어야 하는데.
연필은 소중히 다루어 주어야 하는데.
짧지만 강렬한, 의미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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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아 작가의 동화 <연필의 고향>을 읽으면서
내 어린시절을 잠깐 떠올렸다.
한때는 연필이나 지우개 같은 필기구 뿐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 생명이 있다고 믿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수호천사'의 개념
혹은 그 연장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토이 스토리>를 보고 난 직후에 한 번,
그리고 <연필의 고향>을 읽고 한 번.
순수했던 (혹은 바보 같았던) 옛 추억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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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아갈 수도,
다시는 따라할 수도,
다시는 반복할 수 없는
그렇지만 누구나 한 번은 다 겪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동심의 세계를 다시금 경험하게 하는
김규아 작가의 <연필의 고향>.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는 꽤나 의미 있는 책이 되었다.
바라보는 순간 과거의 기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책을 만나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