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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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뇌과학을 주제로 한 많은 글들이 심리학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사실 예전 뇌과학이 소개되던 초기는 물론이고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뇌과학은 자연과학의 영역으로 대부분 신경과학자들의 글이 소개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한데 어느시점부터는 인지과학자들의 글이, 그리고 이제는 서점의 심리학 서가에 가면 대부분이 뇌과학 관련 책들이다. 그런데 쏟아지는 뇌과학에 대한 책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글쓴이들은 다들 전문가라는데, 어느것이 최신 버전이고 어느것이 주류의 입장인지 또 그 차이에 따라 어떤 다른 결론에 달하는지, 어떨때는 그냥 사이비 과학 같다. 

 사실 내가 이 책을 구매한 것은 제목에 낚인 탓도 좀 있다. "뜻밖의"란 말에 혹 한것이다. 책 전체가 "뜻밖의"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4장의 <뇌는 당신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흥미 있는 이야기였다. 갈증해소를 위한 음료 섭취의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데, 갈증해소를 위해 섭취한 물이 실제로 혈류에 도달되는 시간이 20분이나 걸리는데, 우리는 물을 마시는 즉시 갈증이 해소된다는 예에서 예측기관으로서 뇌에 대한 설명을 풀어간다. 저자에 따르면 뇌는 감각수용기로부터 전달된 감각지각을 통합하여 외부 사물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에 비추어 대상에 대한 예측을 통해 의미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당신의 일상적 경험이란 외부세계와 당신의 신체가 주는 제약을 받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신의 뇌가 구성하는 '주의 깊게 제어된 환각'이다"(P110) 라는 것이고 또한 이런 과정은 거의 인식되지 않은 채 일어난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거의 경험의 기억이 예측을 가능케 하는 핵심이라는데 그럼 그 최초의 기억은 어디서 오는가? 어찌보면 최초의 경험이 하나의 기억이 되는 메카니즘에 대한 분석은 경험이 기억이 그 앞의 경험의 기억으로 끝없이 미루어질 뿐이다. 그렇다고 최조의 경험에 대한 기억의 메커니즘을 외부 감각지각에 대한 통합 논리로 설명한다면, 이는 그 경험 이후에 발생하는 다른 경험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되버려 왜 그런 다른 메커니즘이 발생하는가 하는 의문을 낳게 된다. 내가 보기엔 여기서 정신분석과 묘한 교차점이 드러난다. 이후 경험들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기원으로써 '기억'이란 정신분석의 원초적 억압과 유사하지 않은가? 게다가 그 기억이 환상의 프레임이 된다는 주장도, 또 외부세계의 감각지각을 경험하는데에서 이 기억이 의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묘한 기시감을 갖게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유의지와 책임에 대한 문제도, 무의식의 주체로서 내가 행한 선택에(당연히 전혀 의식될 수 없고 그것이 나의 성격을 틀 지었던 선택) 책임이 있다는 것과 유사하면서도 조금 결을 달리하지만 "우리가 잘못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바꿀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에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유사점은 딱 여기까지이다. P120 이후의 이 문제들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들은 자아심리학의 해법들과 거기서 거기다. 대부분 자유주의적 해법들로 그저 그런 이야기로 내겐 들렸다. 게다가 얼마간은 모나드를 연상케 하는 주장들로 유아론적 입장들도 과학의 이름으로 주장하는데는 뭐라 할말이 없다.

 하지만 짧고 간결하면서도 현재 뇌과학이 도달해 있는 지점들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책값은 하고 남는다는 생각에 별점은 4개다. 그리고 한가지 궁금한 점은 3월달에 나온 <뇌는 작아지고 싶어한다>는 책도 있는데, 여기서는 단호하게 뇌는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뭐가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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