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편지 쓰는 시간 -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배달된 손으로 쓴 편지
니나 상코비치 지음, 박유신 옮김 / 북인더갭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밤낮으로 빌고 원하는 것은 오직 문장(정약용의 첫째아들)이 열심히 독서하는 일뿐이다. 문장이 능히 선비의 마음씨를 갖게 된다면야 내가 다시 무슨 한이 있겠느냐?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부지런히 책을 읽어 이 아비의 간절한 소망을 져버리지 말아다오. 어깨가 저려서 다 쓰지 못하고 이만 줄이다.” 다산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부분이다.

아마도 개인적인 편지가 없었다면 우리는 정약용의 따스한 부성애를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편지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소소한 일상을 진솔하게 말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 책의 편지들을 읽으면서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이 이사간 집에 들어가 둘러보고 헛같에서 발견한 여행가방 그속에 들어있는 편지 뭉치들. 마치 어린 시절 할아버지 다락방 위에 올라가 오래된 옛날 물건들을 신기하듯이 뒤척이듯이 편지를 따라 머릿속에 한 폭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손 편지의 매력이 아닐 까 본다.

11편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다양한 환경과 관계속에서 주고 받은 내용이 아련하다. 남녀간의 애뜻한 사랑이 넘치는 편에서는 문득, 연애할 때의 로멘스와 뜨거웠던 열정이 얼음속에 따스한 물소리가 흐르는 것처럼 결혼한지 20여년이 되어가는 나의 마음속에 흘러내린다. 특별히 6장에서 2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군을 상대로 승산 없는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본군의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일본군 부대장이었던 쿠리바야시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너의 아버지의 목숨이 바람 앞에 등불 같구나라며 병사들을 독려해야 하는 입장으로 강한 군인이어야 했지만, 그 마음은 아들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의 글을 보며 애절한 마음이 든다.

다만 외국의 편지에다 시대적인 배경을 하고 쓰여진 편지들은 연예편지처럼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관계로 주고받은 손 편지는 가을밤 편지쓰고 싶은 마음을 더욱 유혹하는 계기가 됨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