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 한 신학자의 인문 고전 읽기 한 신학자의 고전 읽기 1
김기현 지음 / 죠이북스 / 202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책 읽는 소리,, 밤 떨어지는 소리, 아이들 밥 먹는 소리라고 한다. 가을 녁 시골집 지붕위로 떨어지는 밤송이는 눈과 귀와 입을 황홀하게 만든다. 살아가는 것이 요즘처럼 고단하고 곤고한 시절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 나에게 가을 녁 밤 떨어지는 소리는 시원한 하늬바람처럼 푸르름을 더해 준다.

 

팬데믹 상황, 팍팍한 삶을 살아가면서 내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있다면 단언컨대 고전이다. 김기현목사의 신작 곤곤한 날에는 생각하라를 받고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책 추천서를 훑어보았다. ‘인문 고전을 간략하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독서론, 길라잡이, 씹어 소화한 글이라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고전은 시간과 시대를 견디어 낸 책이다. 그렇기에, 고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군가를 만나는가에 따라 부활하기도 죽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최고의 고전은 성경이다. 성경과 만난 루터는 종교개혁을 일으켰고, 마르크스는 공산혁명을 일으켰다. 성경은 시대를 읽기도 하고, 읽히기도 했다. 서로가 읽고 읽히는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 공명(共鳴)은 새로운 존재,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저자는 책에서 시대와 시간을 견뎌온 최고의 고전 성경을 바탕으로 인간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문고전을, 한 여름 더위를 이기고 가을 녁 불어오는 시원한 하늬바람처럼 곤고한 발걸음을 걷는 독자들에게 인문고전의 푸르른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15장으로 구성된 인문고전을 목차를 보면서, 문득 질문이 생겼다. 15개를 선택한 저자의 의도는 뭘까? 희번덕거리며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 저자가 믿음의 순례자로써 가장 고민했던 주제는 아니었을까?(아니면 말고) 저자는 일평생 읽고, 쓰고, 질문하는 주특기를 가진 신학자겸 목회자다. 인문고전이 그에게 아무리 큰 영향을 주었다 할지라도, 그의 관심사는 성경이다. 그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2)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1,3) 왜 읽어야 하는지?(4,5) 밤송이처럼 거칠지만 그 안에 알밤을 품고 있는 것처럼 읽고, 쓰는 순례의 고달픈 여정을 걸어야 했던 믿음의 고백은 아닐까?

 

성경의 알밤은 무엇일까? 성경을 읽고, 쓰고 질문했던 저자가 궁극적으로 다다른 것은 믿음(12,13,14) 소망(10,11) 사랑(9,15)은 아니였을까 추측 해 본다. 그 나무는 열매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아무리 성경이 최고의 고전이라 해도, 열매가 없다면 고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성경의 열매를 맛보기 위해서 인생의 알밤같은 주제와 인문 고전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내 맘대로)

 

떫은 율피에 의해 싸인 알밤을 먹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떫기도 하고, 먹기에 번잡스럽지만, 온전한 알밤을 맺기 위한 신의 한 수 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살아가는 삶의 자리속에서 온전한 알밤을 싸고 있는 율피를 시대정신으로 본 듯 하다.(아님 말고) 저자의 인생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는 삶의 곤고한 날은 항상 시대적인 아픔과 복잡한 현실에 발디딪고 있음을 본다. 그 곤고한 나날을 지나면서 곱씹고 곰삭은 생각(6, 7, 8)이 발효가 되어 순례자의 길에 선 열매를 더욱 온전히 맺히게 한 삶의 자리였으리라.(꿈보다 해몽이 좋은 것 같네)

알밤은 알밤대로 구워먹고, 삶아 몸보양으로, 율피는 율피차와 피부팩으로, 밤송이는 겨울날 추운 밤 모닥불 불쏘시개로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인문고전을 읽고 생각한다는 것 이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고전이라는 알밤을 먹고 싶은데 먹으려니 15개의 고전을 읽어야 하나?라는 부담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첫째, 이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맘 가는대로 읽으세요

둘째, “함께 읽을 책은 챙겨보면 좋겠다. 고구마 줄기처럼 맘 가는대로

셋째, 이 책은 이 책으로 읽어 달라는 것이다.알밤으로 족하다. 굳이 밤나무 심을 필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