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먹어요
고정순 지음 / 웃는돌고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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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세상 모든 게 부조리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거의 모든 문제에서 말이다.
그 중에서 가장 나를 어렵게 했던 질문은, ‘다른 생명을 먹어야(죽여야) 사는 우리가 모든 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였다.’ 그렇다고 비건이 되고 싶은 것도(하지만, 식물도 생명인데), 그럴 자신도 없었기에(그리고 그것 역시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에) 그저 때때로 올라오는 질문을 모른 체하며 지내왔다.
그러던 오늘, 애정하는 고정순 작가의 서정적 논픽션?!(낯설다는 생각은 잠시 뿐, 그녀가 늘 지금 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일들이 깊은 관심을 가진다는 걸 아는 순간 음식에 관한 그녀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져서 <우리는 먹어요>를 보았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내가 외면해 온 오랜 고민에 대한 답을 주었다,
‘자연스러움’과 ‘감사’!
다른 생명으로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져야할 태도와 마음은 ‘죄책감’과 ‘포기’가 아니라,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자연스러움), ‘감사’하는 마음인 것이다.

논픽션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음식에 관한 정보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음식과 생명에 관한 작가의 질문을 만나고 함께 생각하고 , 길을 잃을 때면 가까이 다가와 빛을 밝혀 주는 그녀, 고정순을 만나게 될 테니까. ^^

철학, 필로소피는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나는 이 책에 ‘음식과 생명에 관한 아름다운 철학 그림책’ 이란 이름표를 달아 주고 싶다.
그리고 오늘 점심은 소박하고 먹을 만큼의 음식을 차리고, (신을 넘어 음식을 만든 생명 모두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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