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설국』은 끊임없이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비현실적이다. 분명 현실에서 충분히 존재할 만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을 그리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사실주의 소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치밀한 묘사도『설국』에서는 비현실의 세계로 자리를 옮겨 앉는다. 나는 이것이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실행하고자 했던 "현실성의 희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를 두고 ‘정신주의 문학‘이라는 말을 썼다. 단순히 주관적인 현상을 묘사하는 것에서 벗어나, 현실을 넘어선 직감과 정신성을 문학에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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