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멋진데! 철학하는 아이 7
마리 도를레앙 지음, 이정주 옮김, 강수돌 해설 / 이마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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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을 정하는 사람

『오! 멋진데』를 읽고

 

 택배가 오자마자 궁금해하며 달려온 아이는 “그게 뭐야?”하고 묻더니 책이라니까 내가 포장을 뜯자마자 쏙 빼간다. 봉투 속에서 나온 표지 그림이 아이 마음을 다른 날 보다 더 끌어당겼나보다. 그렇게 아이 손을 먼저 걸친 책이  “엄마 이거 재밌다. ”하는 말과 함께 나에게 왔다.

  얇고 몇 장 안되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아이 말대로 재미있었다.


늘 쓰던 용도로 팔던 물건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구두잔? 가방모자? 양탄자 우산? 오, 멋진데! 여태껏 그런 건 없었잖아.” 하며 모여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원래 쓰임과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이 편할 리가 없다. 어색하고 불편해 엉망진창 뒤죽박죽이라고 말하면서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그 중 몇은 그 용도에 만족하며 웃고 있다. 왜 웃을까? 자기도 그런 상상을 해봤기 때문에 그것이 정말 이루어졌기 때문에 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이 상인의 맞은편에서 다시 원래 용도로 물건을 팔기 시작하자 “오, 멋진데! 여태껏 그런 건 없었잖아.”하며 몰려가는  사람들이 내 맘에 불편하게 느껴진다. 모든 물건은 필요해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신석기 시대 음식을 나르기 위해 그릇을 만들었고 강가에 꽂아두고 편하게 쓰기 위해 빗살무늬 토기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필요에 의해 만든 물건은 소중하게 다루어졌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쓰는 물건은 어떤가? 내가 필요해서 만든 물건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더 편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만든 물건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이 세상 속에서 만든 사람의 의도에 따라 우리는 휩쓸리는 게 아닐까?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를 나와야 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까지 나오는게 아주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의대를 나왔으니까 의사가 되어야 하고, 공고를 나왔으니까 기계를 만지며 평생을 살아가는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되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사람 구실을 못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과연 대학을 나왔다고 다 전공을 살리면서 살아가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난 과연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의사를 하면서도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시장에서 채소를 팔다가 사장이 되고, 대학 강연까지 하는 총각네 야채가게 사장도 있다. 그럼 난 이제 내가 어떤 쓰임으로 살게 될지 결정해야 될 때가 온거라 생각된다. 다른 사람이 “넌 저기 가서 일해” 해서 사는게 아니라 내가 날 가꾸어 내가 필요한 곳을 만드는 게 우리 각자 몫이라 본다. 다른 사람이 내 쓰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내 쓰임을 만들어가는 사람.

 

얇은 그림책이지만 덮을 수록 많은 생각이 남게 되는 책이다.

우리 어른들에게 삶을 되돌아 보고 넌 지금 어떻게 살고 있니? 하고 묻는 책으로 다가온다.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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