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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리는 것들은 다 귀여워 - 웅크림의 시간을 건너며 알게 된 행복의 비밀
이덕화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웅크리는 것들은 다 살아있어!
웅크리는 것들은 다 귀여워/이덕화 그림에서이/ 2025
"원래 살아있는 것은 다 이상해"
이덕화 작가의 [머리숱이 많은 아이]에 나오는 문장이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자연에서 만나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인사하고 자기만의 놀이를 하는 주인공 아이와 함께 어울리고 싶지만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주인공 아이에게 다가가지 못하며 주변을 맴돌며 "너 이상해"라고 하는 아이에게 주인공 아이가 해 준 말이었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작가 이덕화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이번 그림 에세이를 통해 사람 이덕화를 만날 수 있었다.
웅크린 것들은 모두 조용하다.
웅크린 것들은 모난 것이 없이 둥그렇다.
웅크린 것들은 성장하며 깊어진다.
웅크린 것들은 자연스럽다.
웅크린 것들은 뭉클하다.
웅크린 것들은 사랑스럽다! (p.54)
[웅크리는 것들은 다 귀여워]는 작가가 주식투자에도 실패하고, 자기 삶의 가장 어두운 시간을 보낼 때 일상 속에 작은 발견과 작은 텃밭을 가꾸면서 만나는 자연과 사람,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에 그림을 더한 에세이다. 책 제목인 [웅크리는 것들은 다 귀여워]는 작가가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움츠러든 게 아니라 웅크리면서 조용히 에너지를 모으고 발산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깨달음이다. 작게 웅크리고 있으면서 자신을 추스르면 주변의 것들을 좀 더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다. 작가가 텃밭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각각의 식물에 대해, 텃밭을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자기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얼마나 너른 마음을 가지고 대할 수 있는지 말한다.
'행복이란 내가 가진 것을 알아보고 그것을 귀히 여기는 마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p.232)
이덕화 작가의 행복에 대한 생각처럼 작가는 에세이 전반에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말한다. '매일 아침 마추치는 사람이 쌔근쌔근 숨 쉬는 식물처럼 해가 없는 존재라는 것이 참 다행스럽고 감사'(p.158)한 것처럼 자신도 다른 누군가와 마주칠 때 그런 기분 좋은 사람일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텃밭을 키우며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처럼 "자연과 닮은 삶을 살다가 흙에 가까워져 흙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p.258)을 밝히고 있다. 자연에 가까워지면 자연에 돌아가기를 겁내지 않고 받아들이게 되나 보다. 내 삶이 다하는 날 흙으로 돌아가 누군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땅을 이루고 싶다는 내 마음과도 통하는 듯하다.
이덕화 작가의 그림책이 자연과 가깝고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건 자신이 자연에 가까이 있으며 자연을 관찰하고 어우러지려는 마음 덕분은 아닐까? 자신의 글을 쓰면서도 마지막에 자신에 대한 바람과 자기에게 다시 되묻는 작가는 계속해서 질문에 답을 찾아갈 것이다. 또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답을 찾게 될까? 작가가 찾은 답이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나 따스함이 퍼져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