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겨울 들판 ㅣ 도토리숲 시그림책 5
이상교 지음, 지경애 그림 / 도토리숲 / 2025년 2월
평점 :
쉼, 삶
겨울 들판/이상교 시. 지경애 그림/도토리숲2025
아스트린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 한국 후보였고, 권정생 문학상 수상 작가의 이상교 시인의 시에 불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인 지경애 작가의 그림으로 나온 [겨울 들판]이다. 높은 건물에 둘러싸인 도시에 사는 이상교 작가가 KTX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가면서 만난 겨울 들판의 모습을 짧은 3연의 시로 읊었다.
[겨울 들판]은 속 표지가 나오기 전 봄, 여름, 가을을 보낸 책 속 주인공은 겨울의 따스한 방에서 나와 기차역으로 간다. 빛을 내며 들어오는 기차의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보면서 하는 여행의 시작. 높은 건물을 벗어나 어느새 뻥 뚫린 공간을 만나는 여행이 직접 내가 기차를 타고 가는 듯 나른하면서도 따스하게 그려졌다. 그림작가인 지경애는 시인의 겨울 들판에서 따스한 노랫소리를 들었다며 긴 여운이 담긴 그림으로 담았다고 한다. 색연필로 자세히 묘사한 꽃과 풀, 지금은 쉬고 있는 나무와 풀들의 생명이 느껴진다.
겨울은 생명에게 쉼을 주는 시간이듯 사람에게도 쉼의 시간이다. 지난겨울 몸을 웅크리고 쉬면서 삶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스한 햇볕과 지난 계절을 살아왔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는 나무의 열매, 지저귀는 새소리가 멈춤이 아니라 채우는 시간이라 말해준다. 내가 지금까지의 삶을 쉼으로 채우는 시간에 편안한 시와 그림이 함께 했다.
얼어붙은 땅에서도 조용히 자기 생명을 유지하고 삶을 살고 있는 생명들이 겨울의 이불을 덮고, 따스한 햇빛의 에너지를 받는 삶에 에너지는 받는 어른들을 위한 풍경이자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창가에 앉아 여행을 즐기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풍경을 함께 느끼면 좋을 것 같다.
겨울 들판이
텅 비었다.
들판이 쉬는 중이다.
풀들도쉰다.
나무들도 쉬는 중이다.
햇볕도 느릿느릿 내려와 쉬는 중이다.
-겨울들판, 이상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