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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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것

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사노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아름드리미디어(길벗어린이)2024


사노 요코(1938~2010.11.05)는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설을 보내고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온 작가다.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게 주려던 선물이었던 물감이 사노 요코가 갖게 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00만 번 산 고양이], [아저씨 우산],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나는 고양이라고]와 같은 그림책을 출판하였고 에세이집, 창작집을 출판하기도 한 작가다.


사노 요코란 작가를 처음 만난 건 [100만 번 산 고양이]를 통해서였다. 100만 번을 다시 태어났지만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던 고양이가 하얀 고양이를 만나 자기의 진정한 삶을 살았던 이야기는 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다른 사노 요코의 작품을 보면서 사노 요코는 자기 삶을 찾기 위해 누군가에게 계속 외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시즈코 상]이라는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을 보면서 사노 요코의 외침은 엄마를 향한 외침이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시즈코 상: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는 사노 요코가 엄마와 어릴 적 관계부터 치매에 걸린 엄마를 노인홈에 모시고 마음의 변화, 그리고 자신이 유방암에 걸려 엄마와 함께 하면서 엄마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다. [시즈코 상]에는 엄마가 자신을 대하는 모습에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자신이 무엇 때문에 혼이 나고 엄마에게 무시당하는지에 대해 엄마에 대한 원망도 있지만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어린 나이의 사노 요코가 스스로 죄책감을 갖게 되는 과정이라 본다. 부모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다. 아이에게 하는 엄마의 행동이 자식이 성장해 가는 동안 얼마나 의식, 무의식의 영역에서 영향을 미치고 스스로 죄책감에 살아가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당신이 살기 위해 무심코 던진 말에 자식은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어 살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린다고 본다.


사노 요코가 밝힌 것처럼 마흔이 넘어 엄마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다는 건 그만큼 엄마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많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이를 먹어서야 내가 엄마를 싫어하는구나를 깨달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엄마를 무조건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연애에서만이 아니라 부모 자식의 사랑에 있어서도 양방향의 사랑이어야 함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엄마에 대한 마음을 실로 둘둘 감아 수십 년이나 꽁꽁 묶어 두었다. 그 실이 술술 풀려서 마음이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게 되자, 환생한 기분이 들었다. (p.258)


사노 요코가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똘똘 말려있던 실타래가 풀리자 환생한 것 같다고 말한다. 사노 요코의 말처럼 부모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서로의 화해는 가능할 것이다. 그 화해가 한 사람에게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치매의 상황에서나마 자신의 마음을 말하는 엄마였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 사랑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시즈코 상: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는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상당한 사람들의 마음속 소리를 소리 내어 외쳐준다고 생각한다. 눈물을 흘리며 나 대신 외쳐주어 고맙다, 그리고 엄마와 화해가 사노 요코처럼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함께 하는 세상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는 가족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싶다면 만나 보면 좋을 책 [시즈코 상: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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