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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극장 ㅣ 피카 그림책 17
아라이 료지 지음, 황진희 옮김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4년 11월
평점 :
눈 극장
눈 극장/아라 이뇨 지 글. 그림/황진희 옮김/ 피카 주니어
하얗다.
새벽에 창문 아래 보이는 세상이 온통 하얗다. 나무도 하얀 나무로, 차들도 하얀 차로 변했다. 117년 만에 11월의 폭설이 내렸다. 눈이 내렸다는 걸 알렸더니 아이는 잠에서 벌떡 일어나 눈이 온 걸 확인하더니 아이들과 눈놀이를 할 생각에 설레했다. 눈이 하얗게 가득 내려 아이도, 내 마음도 설레는 아침이었다.
눈을 보면서 아라이뇨지의 [눈 극장]의 장면이 떠올랐다. 포슬포슬 내리는 눈을 맞으며 서 있는 아이의 눈빛이 너무나 따스하다. 화사한 색감으로 가득한 표지의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 것 같은 아라이뇨지의 [눈 극장]이다.
아라이뇨지는 1956년 일본 야마가타현에서 태어나 광고와 무대 미술 분야에서 활약하다가 1990년에 그림책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작가다. 2005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을 받은 작가로 [해피 아저씨] ,[아침에 창문을 열면], [고양이의 꿈]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아라이 뇨지의 [아침에 창문을 열면]에서 느꼈던 화사하고 환한 느낌이 느껴지는 [눈 극장]이었다.
[눈 극장]은 눈이 내리는 날 친구와 함께 노랑, 빨강, 파랑, 하양의 예쁘고 아름다운 나비가 있는 나비 도감을 보았다. 그러다 그만 친구가 나비 도감을 빌려달라고 하다가 도감이 찢어진다. 아빠가 아끼는 나비 도감이 찢어지자 친구는 집으로 가고, 아이는 나비를 좋아하는 아빠의 도감을 찢어 걱정하며 스키를 타고 나간다. 나비를 좋아하는 친구와 봄이 오면 나비를 잡으러 가자는 설렘에 나비 도감을 함께 봤는데 도감이 찢어져 혼날까 불안한 아이의 마음을 포슬포슬한 눈 극장의 눈사람들의 공연을 보면서 마음의 후련함과 위로를 느끼는 이야기다.
아빠가 아끼는 나비 도감이 찧어져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이 눈사람들이 공연하는 눈 극장에서 자기감정의 폭풍이 극까지 치닫고 나서야 안정됨을 보인다. 어린아이의 불안한 마음이 따스한 색감의 눈 극장의 공연으로 안정되는 느낌이 좋았다. 눈 극장에서 부르는 팽이 노래는 일본 노래일것 같다. 그 노래를 안다면 노래리듬에 맞춰 부르며 더 공감할 수도 있겠지만 리듬을 넣어 읽으면서 고조되는 팽이의 느낌을 충분히 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눈이 오는 겨울 [눈 극장]에서 따스한 마음을 느껴보면 어떨까? 스키를 타는 면지의 아이의 마음도 어떨지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