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을 잃었어 ㅣ 풀빛 그림 아이
알리체 로르바케르 지음, 리다 치루포 그림, 이승수 옮김 / 풀빛 / 2024년 9월
평점 :
길을 응원할게
길을 잃었어/알리체 로트마케르 글/ 리다 치루포 그림/이승수 옮김/ 풀빛2024
[길을 잃었어]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면서 길을 잃은 아이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책 소개 글에 보며 길을 잃은 것은 아이가 아니라 길 그 자체다. 길이 되는 길이 길을 잃었다? 새로운 접근이라고 느꼈다. 길은 누군가에 의해 닦여 만들어지는 것이지 길 자체가 길을 만들어가면서 길을 잃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글 작가인 알리체 로트마케르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최우수 각본성을 받았고 여러 상을 받은 이탈리아의 젊은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작가의 소개 글에서 <<더 원더스>>, <<행복한 라짜로>>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인 작가가 어린이를 위해 낸 첫 그림책이 바로 [길을 잃었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린이 리다 치루포는 움브리아 시골에 살며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알리체 로트마케르가 말하는 길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서툰 길이 우물쭈물 아무렇게 구르다 큰 나무에 부딪혀, 길을 만들며 가고 있던 개미를 만나며 자기가 만들어가는 길이 아니라 세상이 요구하는 길을 만든다. 하지만 세상이 요구하는 길은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기에 쉽지 않다. 길은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길을 만들어가다가 결국 길을 잃어버린다. 과연 길은 자기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인지 길과 함께 여행을 하게 하는 책이다.
우리는 대부분 누군가가 닦아놓은 길을 가기 시작한다. 각자 자기의 길을 만들며 간다고 하지만 그동안 온 길이 너무 익숙해지면 그 길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길을 잃었어]의 길은 어른일 수 있다. 길에 함께 서 있는 어린이는 미래를 만들어갈 세대로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가며 만드는 길이라면 길은 먼저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면서 함께 하다가 아이가 앞서가면서 길을 만든다면 그 뒤를 함께 할 수 있는 든든한 어른일 수 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길을 만들어가는 주인공은 미래 세대이며, 길이 갈 수 있도록 늘 곁에서 바라봐 주고 응원해 주는 여우가 어른의 모습이다. 어른은 아이가 가는 길을 응원하고 뿌듯해할 뿐이다. 삶을 응원하는 누구든 여우가 될 수 있다.
과연 나는 길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내가 만드는 길은 어디쯤인지, 그리고 길을 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지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길아, 작은 길아, 나는 길을 잃었어. 너는 어디로 가고 있니?" ……
"그런 거 묻지 말아 줘. 어디로 가야 할지 나도 모르겠거든. 너는 어디로 가고 싶은데?"……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너랑 같이 가면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