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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공장에 가지 마
손동우 글.그림 / 책과콩나무 / 2024년 3월
평점 :
단맛의 유혹
사탕공장에 가지 마/손동우 글,그림/책과 콩나무2024
[사탕공장에 가지 마]는 2012년에 처음 나왔던 책이 책과 콩나무에서 2024년 다시 나왔다. 우수환경도서로 뽑힌 이 책은 제목에서처럼 달콤한 사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왜 가지 말라고 하는지도 어느 정도 짐작은 간다. 하지만 표지 그림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벌이다. 벌이 사탕공장에 가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 주인공 붕붕이는 벌이다. 춤을 잘 추는 붕붕이는 다른 친구들에게 꽃이 어디에 있는지를 멋진 춤으로 알려준다. 그럼 친구들은 꿀을 잔뜩 따 오곤 했는데 벌들이 어느 날 떼를 지어 어디론가 날아간다. 그곳은 사탕공장. 사탕공장 안에 들어간 벌들은 사탕 맛에 빠져 황홀함에 빠진다. 꿀도 춤도 붕붕이도 모두 잊는다. 하지만 사탕공장이 문을 닫게 되자 벌들은 위기에 빠진다. 과연 붕붕이와 벌들은 예전의 삶을 찾을 수 있을까 하며 보게 된 책이다.
손동우 작가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한겨레 그림책 학교에서 [사탕공장에 가지 마]를 만들었고, 현재는 게임회사에 다니면서 그 경험을 그림책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작가 소개에 밝히고 있다. 요즘은 아주 어릴 적부터 단맛에 익숙하다. 사람이 만들어낸 단맛이 응축된 사탕은 모양뿐 아니라 다양한 향과 색을 입히고 맛까지 아주 색다르다. 작가는 단맛에 익숙해진 사람만이 아니라 곤충에게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해준다.
어릴 적 이모님 댁에 가면 양봉을 했다. 밀랍째 담아주신 벌집에 담긴 꿀을 입안에 넣으면 너무 달아 목이 탈 정도였다. 겨울에 놀러 가면 설탕물을 타 벌에게 주는 모습을 보면서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 주는 거라는 걸 알았다. 지금은 사양벌꿀이라는 이름으로 설탕물을 벌에게 먹여 꿀로 생산하기도 한다. 궁금증이 들었다. 설탕물만 먹던 벌이 꿀을 찾아 꽃을 찾아다닐 수 있을까? 벌이나 곤충들이 꽃을 찾아다니지 않으면 지구상의 식물들은 어떻게 종자를 남길 수 있을까?
붕붕이의 친구들이 사탕공장에 가서 인공의 단맛에 길들여져 공장문을 닫는 바람에 꽃의 꿀맛을 잊었다. 책 속의 이야기지만 사람의 이야기로 보인다. 단맛과 인공 맛에 길들여지자 나도 나물을 무쳐도 쓴맛, 신맛은 잘 느끼지만 나물만이 가진 은은한 단맛은 쉽게 느끼기 어려워졌다. 자연의 맛이라는 게 뭔지를 더 시간이 지나면 기억하게 될까?
사람의 편리함과 욕심으로 만들어간 환경이 다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사탕공장에 가지 마"라고만 할 게 아니라 "oo를 함께 하자"라고 할 수 있어야 하겠다. 벌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환경을 다시 살리려는 작은 마음 냄과 노력이 필요함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