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털 홀씨 인생그림책 24
백유연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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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듬는 삶

오리털 홀씨/백유연 글, 그림/길벗 어린이


표지의 화사하고 따듯한 색감이 매력적이지만 가만히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냥 따뜻하지만 않다. 보이지 않을 듯 투명하게 코팅되어 있는 철창과 오리의 모습은 뭔가 갑갑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오리 눈에 비친 반짝임을 보고 있자면 다시 희망이 보이는 듯도 한 그림책이다.


백유연 작가는 사람들에게 오리가 털을 빼앗기고 얼마나 아프고, 부끄럽고, 슬퍼하고 화내는지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리가 사람에게 "털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하나뿐인 우리 옷을 돌려주세요!" 외쳐보지만 시끄럽다는 이유로 철창에 갇히고 외면받는다. 털이 뽑힌 오리는 달님에게 털을 돌려달라고 빌어보지만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차가운 바람과 눈 속에서 땅바닥의 잎사귀처럼 몸을 웅크리고 겨울을 보낸다. 함께 겨울을 보낸 잎사귀가 돋아낸 노란 민들레를 보며 희망을 갖지만 민들레 꽃은 시들어간다. 오리는 민들레를 살려달라고 다시 빌어본다. 하지만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민들레가 오리에게 주는 희망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오리털 홀씨]는 겨울이면 사람에게 털을 빼앗기는 오리의 동물권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의 필요에 의해 학대받는 모습을 어두운 색감과 사람의 그림자 같은 손으로 표현했다. 직접 오리 털을 뽑는 모습을 보이진 않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색감과 소리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민들레가 겨울을 지나 꽃을 피우고, 다시 씨앗을 맺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오리가 죽어서 영혼이 자유를 찾아 날아가는 건가 하는 슬픈 마음이 들었다. 아이는 오리도 자신에게 털이 생겨 날아가는 희망을 갖도록 해주는 그림책 같다고 했다. 너무 아파서 죽는 게 아니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갖게 해주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며 아이의 시선이 더 희망을 찾아가는구나 싶었다. 사람이 얼마나 오리에게 잔인한 존재인지 반성하게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방법을 고민해 보도록 하는 그림책이다.


주인공 오리를 찾은 건 오리들이 어디론가 가는 두 번째 장면이다. 우리의 문이 열리는 첫 장면이 활짝 펼쳐지지 않아 경계면에 있는 주인공 오리 모습이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아 아쉬웠다. 홀씨라는 표현도 과학적인 정의로 보면 무성생식을 하는 균류, 조류, 이끼 식물들의 포자를 말하는 것으로 유성생식을 하는 민들레에게는 맞지 않는 표현이라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 "민들레 씨앗은 꽃씨라 표현하는 것이 맞으나 이 책에서는 일상에 두루 쓰이는 홀씨를 사용하였습니다. " 하고 밝혀준 부분이 있어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점은 좋았다.


다시 표지를 보며 오리가 행복하게 반짝이는 눈빛으로 철창에서 희망을 찾는 게 아니라 사람과 함께 눈 맞추며 마음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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