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잖아! 햇살어린이 83
지슬영 지음, 빨간 제라늄 그림 / 현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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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잖아!

내가 있잖아!/지슬영 글/ 빨간 제라늄 그림 /현북스


내가 있잖아!

만족하고 환한 표정으로 자기를 자연에 맡기고 편안한 모습을 할 수 있는 건 말의 힘이라 느껴진다. 처음 책을 받아서 제목 [내가 있잖아!]는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그 말은 나에게, 또 다른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지슬영 작가의 [내가 있잖아!]는 6살에 입양되어 가족을 이루고 살던 벼리가 가족의 일원이었던 죽은 현서의 사진과 엄마의 편지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자기가 입양아라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내가 누군가의 대신 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아마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벼리의 친구 은주는 공부를 강요받고 가족 안에서 자신의 의미를 잃고 살아간다. 벼리는 건널목을 건너다 우연히 사고가 나고 저승차사와 함께 살기 위한 생명수를 찾아 저승 깨임(깨어있음)을 한다. 기쁨의 방, 두려움의 방, 슬픔의 방을 경험하면서 자기 길을 만들어가고 찾아갈 방법을 찾은 벼리는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 삶을 계속하게 된다.


지슬영 작가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은 크게 세 가지라 본다.

첫째는 누구나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입양아이지만 누구의 대신이 아닌 넌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는 말이 가장 힘이 되었다. 입양이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 있는 우리 모두 그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니까.

둘째, 어려움에 빠졌다면 이겨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사람은 마음이 힘들면 점점 나쁜 쪽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우선 내게 기뻤던 기억을 떠올려 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기쁨의 방). 축적한 힘으로 지금 내가 가장 두렵고 힘든 일에 빠져 있는 내 자신을 마주해보는 거다(두려움의 방). 차분히 깨어있는 마음으로 순간을 마주하면서 내 편이 되어 아픔을 느끼고 함께해 주는 것이다(슬픔의 방). 그리고 현재 내가 마주해야 할 슬픔을 충분히 느끼고 나면 나는 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라 생각된다.


꿈을 꾸듯이 저승 깨임을 해 보게 하는 거야. 그럼 아깝게 제 목숨을 버리려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겠니?" 131쪽


셋째, 내가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면 이제 그 힘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써보라고 말한다. 그저 네 이야기를 들어줄 "내가 있잖아!" 하고 말해보라고. 그냥 함께해 주는 것만으로도 가장 큰 힘이 되는 순간이 있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 내 곁에 누군가 있다는 기쁨은 위기에 닥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어떤 때는 말이다.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는 법이란다.( 131쪽 )


지슬영 작가의 [내가 있잖아!]는 입양가족 이야기를 다루면서 입양아의 마음이 어떨지, 그리고 입양아가 자신이 모르는 가족의 다른 비밀을 혼자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힘이 들까를 생각해 보게 해준다. 새로웠던 점은 벼리를 안내한 저승차사 선몽이 여자로 그려져 저승에서도 남녀평등이 이루어지고 있고, 최서기의 실수로 벼리가 죽게 되었다는 설정은 영계도 실수를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다시 표지를 봤다. 어려운 시간을 이겨낸 아이의 표정이 한 결 더 편안히 느껴진다. 제목에 있는 스마일 표시는 당혹스러운 느낌보다는 좀 더 환한 느낌이면 아이의 감정이 더 잘 드러날 것 같다.


누구나 힘든 순간을 경험한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쉽게 충고하고 조언하기보다는 그 사람 입장이 되어주면 어떨까? 곁에서 그 입장을 충분히 공감해 준다면 스스로 힘이 생겨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사람이 곁에 있다면, 더욱 내가 힘든 시간을 이겨낸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해보자

" 내가 있잖아!"


모르는 척 괜찮은 척할 필요 없어.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아. 가족은 그래야 하는 것 같아

은주야 너도 말해야 해. 네가 왜 힘든지. 뭐가 힘든지. 말하지 않으며 아무도 모르니까( 8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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