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다
공광규 지음, 김슬기 그림 / 바우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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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허물다

담장을 허물다/공광규 시/김슬기 그림/바우솔/2022



공광규 시인의 시 그림책 [구름], [흰 눈],[청양 장], [담장을 허물다]를 도서관에서 처음 만났다. 자연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라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눈앞에 시의 그림이 펼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 속에 푹 빠져들어 하나가 되는 느낌은 너무도 편안했다.



[담장이 허물다]는 공광규 시인의 시에 김슬기 작가의 판화가 합쳐져 나온 그림책이다. 다쇄색 판화기법을 활용해서 그런지 보통의 판화와는 다른 화사하면서도 부드러운 색을 느낄 수 있다. [담장을 허물다]는 말 그대로 시골집 담장을 허물어 버리니 텃밭과 마을의 100년 된 느티나무, 해와 별들이 담긴 연못까지 들어온다. 담장을 허물었을 뿐인데 자연이 더욱 가까워진다는 느낌으로 책을 보았다.


[담장을 허물다]를 다시 보면서 이건 시골집의 담장을 허물어 자연을 내 품에 안는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담장. 내 마음속 담장을 허물게 되면 어떤 변화가 느껴질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른이 된 내가 내 안의 작은 아이를 만나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 내 마음속 집을 찾아가 담장을 허무는 일이었다. 담장을 허물고 나니 내 마음이 넓어지고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나무와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나뭇잎들의 소리, 작은 새와 토끼는 내가 만나게 될 내가 보살펴야 할지도 모르는 함께 살아갈 인연이다. 노루는 내가 따뜻하게 만날 인연이었고, 멧돼지는 나를 헤칠 수도 있는 인연이었지만 내가 담장을 허물어 마음을 열자 헤침 없이 머물다 떠난다. 내가 마음을 열면 내 가까이의 가족, 이웃만 끌어안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저 멀리 있는 강과 산, 하늘의 해, 달, 별까지도 내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담장을 허물다]를 만났을 때 느낌과는 너무도 다른 큰마음이 되어 나를 쓸어주는 책이 되었다. 내 마음 하나만으로도 버겁던 시간이 있었다. 내가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식구들의 마음도, 다른 사람의 마음도 조금씩 더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시간이 내가 담장을 허무는 시간이었나 보다. 나를 괴롭히는 멧돼지에 맞서기보다 그저 그 모습을 인정하면 더 편안해질 거라는 말을 내게 해주는 듯했다.



쓰러져가는 마음의 집을 돌아보자.

마음아 기다려줘서 고맙다.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마을을 정원으로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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