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스콜라 창작 그림책 31
원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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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생명의 죽음을 대하는 마음

나 여기 있어요/원혜영/ 위즈덤하우스 2022




표지를 넓게 펼치면 눈이 오는 밤 노란 무언가를 응시하며 먼 길을 고되게 걷는 있는 힘없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볼 수 있다. 제목인 [나 여기 있어요]하는 말은 고양이의 말 같기도 하고, 노란빛이 고양이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다.


작가 원혜영은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고 작가 소개에서 밝히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 판화를 공부하고 30년 동안 판화 작업을 해 온 작가가 [나 여기 있어요]에서 쓴 소재는 목탄이다. 중학교 미술 시간에 목탄을 써 본 적이 있다. 목탄(은 부드럽게 그려지면서도 조심하지 않으면 쉽게 부러졌다. 목탄이 버드나무, 회양목처럼 가는 나뭇가지가 구워져 약해진 성질이 길 위에 힘없이 쓰러진 고양이를 표현하기에 적절했다 생각된다.



길 위에 쓰러져 누운 아기 고양이를 찾아온 건 검은 갓을 쓴 곰 아저씨다. 곰 아저씨와 꿈같은 길을 떠나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마음껏 펼치고, 친구도 만나고 엄마도 만난다. 길 위에 쓰러져 꺼져가는 생명이지만 마지막 순간 곰 아저씨를 만나 행복한 시간은 목탄의 흑백이 아닌 빨강, 노랑, 파랑이 섞여 아름다운 색으로 표현된다. 곰 아저씨가 종을 울리면 새들은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아기 고양이는 곰 아저씨 손을 잡고 다시 떠난다. 솟대는 솟대는 원래 긴 장대 끝에 오리 모양을 깎아 올려놓아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간 역할(한국 민속 대백과 사전)라고 한다. 아기 고양이가 현상계를 떠나 영계로 감을 알리면서 함께해 주는 느낌이다.



생명이 꺼져가는 건 마음 아픈 일이다. 그것이 길 위에서 사고로 누군가 보살피는 사람도 없다면 더욱 외롭고 쓸쓸할 일이다. 사람도 그럴진대 하물며 말 못 하는 생명은 더하리라 생각한다. 사람을 위한 도로가 만들어지고 원주인이었던 동물들이 외롭게 세상을 떠나가기보다는 죽어서도 따뜻한 경험을 하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눈 내리는 배경이 쓰인 작가 소개 아래 작게 쓰인 전화번호 두 개

길 위에서 스러져 가는 생명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고속 도로 로드킬 : 1588-2504

일반 도로 로드킬 : 110


아기 고양이 위로 하얀 눈이 쌓인 아기 고양이 위로 노란빛이 흩날리며 다시 한번 " 나 여기 있어요" 작디작은 간절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뒤 면지에는 아기 고양이에게 다가온 발자국이 있고 아기 고양이가 있던 자리는 움푹 들어가 있다. 아기 고양이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사그라든 생명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손길에 구해졌을까?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 듯하다. 전화번호를 저장한다. 길에 쓰러져 있는 생명에게 내밀 손길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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