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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잠들다 ㅣ 햇살어린이 동시집 2
박혜선 지음, 채승연 그림 / 현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자연아 !미안해!
환경 동시집 쓰레기통 잠들다/ 박혜선 글/채승연 그림/현북스
쓰레기 더미 위에 올라앉은 새끼를 등에 업은 하얀 북극곰. 북극곰이 응시하는 곳을 함께 바라본다. 북극곰이 바라는 건 과연 무엇일까? 동시라 어쩜 가벼울 수 있다고 느끼는 무거운 이야기를 들어본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나 자신을 위한 마음도 컸지만 자꾸 지구의 소리가 들렸다.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다고 하는데 안 들어줄래. 제발 내 이야기 좀 들어줘"
그 지구의 이야기, 지구를 살아가는 동물의 이야기, 바뀐 세상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로 박혜선의 시집 [쓰레기통 잠들다]이다. [쓰레기통 잠들다]는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약국, 내 집에서 나가줄래, 엄마가 사라진 세상, 개미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나도, 참새의 주문 다섯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다.
처음 1부 바다약국을 읽으면서 미안했다. 지구한테, 인간이란 이름을 갖지 못한 다른 생명체에게 미안했다.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편리함을 우선으로 한답시고 자연에게 다른 생명에게 너무 많은 강요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책 제목이기도 한 <쓰레기통 잠들다>는 인간이 더럽힌 자연을 청소하기 위해 가장 긴 날개를 가지고 가장 긴 거리를 나는 앨버트로스가 지구를 청소하기로 마음먹고 다 삼키기 못한 쓰레기를 아쉬워하면서 '끼룩끼룩' 짧은 몇 마디 남기고 눈 감은 장면은 뉴스로 접한 앨버트로스를 떠올리기 충분했다. 미안한 마음에 눈이 감겼다. 네가 떠나면서 지킨 그 지구를 지켜보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시를 읽어갔다. 3부 <엄마가 사라진 세상>은 지금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환경 문제와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다. <엄마의 고백>은 함께 살면서도 '고객님'이라는 말로 거리감이 더 느껴졌다. 같이 살면서도 목적을 위해 살아가는 삶이라는 느낌은 서글프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 더 안타까웠다.
하지만 박혜선은 어둠만을 말하지 않았다. 참새의 주문처럼 "살아나라 살아나라" 한다고 살 순 없겠지만 <아!>를 통해 산불이라는 시련이 지나가도 희망을 싹 틔우는 연둣빛 새싹을 바라보며 살게 해준다. 다행이다. 미안하고 안타까움으로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일만 이야기한 게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일어나고자 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인간으로 그 힘을 지지하며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둠 속에 희망이었다.
박혜선 작가의 [쓰레[기통 잠들다]라는 시집을 얼마나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내게 주어진 일상의 소중함을 어른들이 느꼈듯이 아이들도 느꼈을 거라 믿는다. 아이들도 시집을 읽으면서 다시 나를 둘러싼 환경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를 둘러싼 당연한 환경을 당연한 게 아님을 알게 될 때 더욱 빛나는 주변을 경험하면서 살기를 바란다.
아!
산불이 지나간 자리
까맣게 탄
물푸레나무 둥치 아래
쏘옥~
연둣빛
싹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