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전설 그래 책이야 50
김명선 지음, 안병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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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다는 건 뭘까?

배꼽 전설/김명선 글/안병현 그림/잇츠북어린이


[배꼽 전설]은 잇츠북어린이의 그래 책이야 시리즈의 50번째 책이다. 잇츠북 어린이의 책은 아이가 참 좋아하고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기다리는 책 중 하나다. 이번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나게 될까?


[배꼽 전설]의 주인공은 나세중. 부모님이 세상의 중심이 되라고 지어준 이름이지만 누나는 세상의 중심은커녕 세상의 중간이라고 놀린다. 세상의 중심이 되고 싶은 세중이는 자기 동네 범화산에 올라갔다가 중고마켓을 발견한다. 중고마켓을 운영하는 아저씨는 능력 있는 배꼽을 판다고 했고 세중이는 거기에 끌리게 된다. 능력 배꼽을 달려면 원래 배꼽을 떼어내고 달아야 한다는 데 아저씨가 해도 잘 떨어지지 않던 배꼽은 개그 천재의 말에 깔깔 거리다 배꼽이 빠진다. 떨어진 배꼽 자리에 잘 달려 배꼽을 단 세중이. 정말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경험을 하지만 과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지, 세상의 중심이 무조건 좋은지,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작가 김명선은 범화산이라는 공간을 설정하고 거기에 전해지는 전설을 만들어 못생겼던 자신의 배꼽과 연결 지어 이야기를 썼다. 무엇 때문에 배꼽을 소재로 썼을까? 가만 생각해 보니 엄마 배 속에서부터 세상에 나올 때까지 가장 강하게 자기 존재를 드러내던 배꼽. 태어난 이후엔 거의 잊힌 존재가 배꼽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감정이나 느낌, 생각을 얼굴 표정이나 말, 몸으로로 표현할 수 있지만 배꼽은 옷 속에 덮여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 모습도 그러지 않나 싶다. 세상에 태어날 때 집안 식구들의 온 관심을 받으며 태어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부족하고 의미 없는 존재처럼 느껴지는 내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의미 있는 존재였다. 나는 최고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비교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점점 내 존재가치를 의심하고 있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세중이도 자기에게 별 의미가 없는 배꼽을 잘 달려 배꼽이랑 바꾸어 살아보니 능력 있고 주목받는 것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이 인정하지 않아도 내가 나의 부족한 점마저 인정해 주고, 잘 하는 점을 지지해 줄 때 나는 아름답고 멋진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나를 돌아본다. 나는 좀 느린 편이다. 세상의 속도가 나에게 버겁지만 따라가려고 애쓴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느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다른 사람을 따라 뛰려고 하지 않으니 숨이 가쁘지도 않다. 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고, 내 아이와 신랑에게도 좀 더 너그러워졌다. 내 여유와 너그러움이 다른 사람을 돌아볼 힘을 주었고 내가 부정적으로만 보던 나 자신에게서 긍정적인 점을 찾을 수도 있었다.


나를 인정하자. 내 부족한 점도 인정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한 번, 한 가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한 점이 무조건 나쁠까? 하면서 바꾸어 생각해 본다면 나를 사랑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드러내보자. 부족한 점이 있다면 도와달라고 부탁해 보자. 부족한 사람을 도와줄 사람은 어디든 있을 테니까.


[배꼽 전설]에서 세중이가 아이를 구한 일로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온 기자를 처음 보는데도 이모와 삼촌으로 표현한 부분은 마음에 걸린다. 이모, 삼촌은 친근한 호칭이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을 이모, 삼촌으로 표현함으로써 낯선 사람을 너무 경계 없이 대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꼽 빠지게 웃는 경험은 내 마음 깊이 새겨지는 순간이다. [배꼽 전설]의 세중이와 함께 경험하면서 한 번 웃어보면 어떨까 싶다. 범화산에 전해지는 전설이 무엇인지, 내 배꼽을 살짝 쓰다듬어 보면서 정말 소중한 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소중하다는 건 뭘까? 아무 쓸모도 없는데 소중할 수 있을까? 능력이 없는데도 소중할까?(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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