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
나타샤 패런트 지음, 리디아 코리 그림, 김지은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진정한 공주의 삶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나타샤 패런트 글/리디아 코리 그림/사계절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이라는 제목만 보았을 땐, 거울이 나오고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 백설공주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고학년을 위한 책이라는데 그동안 알고 있던 일반적인 공주 이야기를 어떻게 풀려고 할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보았다. 하지만 책에는 내가 그동안 알던 공주는 아무도 없었다. 여러 나라의 공주로 피부색도 다르고 의리의리한 궁전에서 사는 공주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 공주였다.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은 머나먼 곳에 홀로 떨어진 나라에서 공주가 태어나자 아이의 대모가 되어 달라고 부탁받은 마법사가 훌륭한 공주는 어떤 사람일지 질문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법사는 아기가 훌륭한 공주로 자라도록 돕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떤 사람이 훌륭한 공주인지를 마법 거울에게 묻는다. 마법 거울이 일반적인 답만 하자 마법사는 마법 거울을 작게 만들어 세상으로 향한 눈과 귀가 되어 만나는 사람들의 모든 것을 알아내라는 부탁을 한다.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에는 8명의 공주가 등장한다. 아픈 동생을 살리기 위해 마녀를 찾아가 대가를 치르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온 엘로이즈 공주, 사막의 에일라 알 아크발 공주,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공주를 꿈꾸었던 아베요미 공주, 험난한 바다를 모험하고 싶었던 엘렌 공주, 악어와 친구가 된 티카공주, 이야기를 사랑하는 시얼샤 공주, 망명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면서 살아간 아냐공주, 아파트에 사는 공주가 나온다.

익히 알던 공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모습이라 생각하는 새 왕비에 맞춰 보려고 노력하던 아베요미 공주가 있긴 했다. 하지만 여덟 공주는 진정한 나를 찾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이었다. 공주들은 거울을 보면서 자신을 비추어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공주가 진정한 공주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다른 생명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정의를 실현하고 도울 줄 아는 모습을 가진 공주가 진정한 공주다. 스스로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애쓰면서 구시대의 규칙을 비판없이 받아들이기만 하지 않고, 새로운 행동을 창조할 수 있는 사람,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결정한 일을 용감하게 밀고 나갈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공주다.

부모는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공주"하면서 예쁜 옷, 맛난 음식을 챙겨주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해 준다. 아이를 부모가 생각하는 멋진 모습에 맞추어 키우려고 애쓰고 있지는 않나 돌아본다.

"저는 그냥 공주들의 대모가 마법사였기 때문에 공주들이 완벽했던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공주들은 그 스스로 완벽했거든요, 그들은 훌륭한 '사람'들이었어요."(251쪽)

세상을 둘러보고 온 거울은 공주들이 의지가 굳고 자부심이 넘치다 못해 대장이 되려고 하고, 종종 무례하며 수업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거울이 만난 진정한 공주는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공주가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사람이라 말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오은영 님이 "부모님이 훌륭하게 키우신 게 아니라 아이가 훌륭한 겁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 많은 생각을 했다. 거울의 말도 이와 같은 말이다. 누구든 훌륭하다. 만들어진 틀에 끼워 맞추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 깨달을 시간을 준다면 훌륭하게 자랄 수 있는 이가 사람이다.

내가 어릴 때, 공주는 왕의 자녀로 태어나 보호받고 아름답고, 곱게 키워져 나약하고 힘없다고 느꼈다. 내가 자라보니, 내 딸의 자라는 모습을 보니 여자로 태어나도 세상을 경험하면서 단단해지고, 스스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아이의 단단해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공주였던 나도 단단해진다. 아이의 성장이 부모의 성장이 되는 시간이 너무나 고맙다. 여덟 공주 중 자연과 소통, 공감하는 공주처럼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아이의 마음을 응원한다. 자연 속에서 자연이 품어주는 따스함을 느끼고 다른 이에게도 따스함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