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발소리 스토리블랙 2
성완 지음, 0.1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낯선 발소리/성완 글/그림 0.1/웅진주니어

[낯선 발소리 ]는 제목에서, 그림에서 뭔가 서늘한 기분이 든다. 집에서 층간 소음으로 들리는 발소리도 신경 쓰이는데 일정한 규칙으로 들리는 발소리는 얼마나 신경을 거스르게 하던가. 아이가 먼저 책을 읽고는 무섭다고 했다. 난 겁이 많아서 공포물을 잘 보지 않는다. 이 책을 보려고 편 시간이 자기 직전인데 아이가 한 말이 생각나 책을 읽고 나면 무서워 잠을 잘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다. 반 넘게 와 기분 나쁜 서늘함이 주변을 감싸는데 어쩌지 하는 순간 이야기는 점점 풀려가고 마음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성완 작가의 [낯선 발소리]는 쌍둥이 자매 기주가 윗집의 낯선 발소리를 듣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늘 공부 잘하고 바르고 모범적이라 인정받는 쌍둥이 동생 기연이와 호러나 공포물을 좋아하고 공부에는 관심 없는 언니 기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기주가 집에서 윗집의 낯선 발소리를 듣기 시작하면서 귀신일 거라 예상하고, 귀신의 정체를 찾아 책을 뒤지고 그 귀신이 야광 귀일 거라 결론 내린다. 야광귀는 돈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해코지한 자가 죽어서 되는 악귀, 해마다 음력 섣달 보름(음력 12월 15일)부터 이듬해 귀신날 (음력1월15일)까지 이승에 오는데, 죽어서도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사람들의 물건을 훔친다(60쪽). 늘 자신은 기연이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기주는 야광귀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운을 없애보기로 한다는 이야기이다.

성완 작가의 [낯선 발소리]를 통해 운이라는 걸 많이 되새겨보았다. 나는 운이 있는 걸까? 내게 과연 운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걸까 하며 생각한 적도 많았다. 기주는 늘 자기는 운이 없고 동생 기연이에 얹혀 덤으로 태어난 존재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운이란 있는 걸까? 운이란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주가 자신은 운이 없고, 기연이만 운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연이의 운을 빼앗고 싶어 했다. 하지만 정작 야광귀가 기연이의 운을 가져갔다고 생각하지만, 기주의 운이 더 생기지도 않았다. 상대적으로 더 있어 보일 뿐이었다.

"아까 운이라는 게 진짜 있냐고 물었지? 아빠가 살아보니까 있는 것 같기는 해. 가끔은 노력보다 운이 더 중요할 때도 있고. 하지만 상관없어. 운이 없으면 만들면 돼. 헤쳐 나가면 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마음 약해지지 말고 씩씩하게 이겨내자. 알았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운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아빠의 말을 몇 번이나 곱씹어 보았다. (91쪽)

물론 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주 아빠의 말처럼 "운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운은 만들 수 없다. 자기가 가진 자원 속에서 운은 만들어진다고 본다. 기주가 기연이의 운을 야광귀를 통해 빼앗고 싶었던 것도 자기가 귀신에 대해 관심이 있고 알고 있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기주가 특수분장에 관심을 갖고 키우고 싶은 것도 귀신이나 공포 영화를 많이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더 많이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내가 나설 수밖에.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바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130쪽)'라는 말은 자기가 가진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경험을 통해 용기를 얻고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자신감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운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운에 내 운명을 모두 맞길 수는 없다. 내가 살아가는 삶이다. 내가 만들어가면 되는 삶이다. 그런 삶을 운이라는 이름에 매여 운을 기다리며 살기보다는 나 자신을 또렷이 보고 나에게 펼쳐진 상황을 헤쳐가면서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을 더 하게 된다.

야광귀를 모르는 어른, 아이가 있을까? 어릴 때 시골에 가면 설 전날 내 신발을 가져갈까 봐 방 안에 두고 잔 기억이 있다. 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야광귀를 책으로, 이야기로 들었으니 야광귀가 어떤 녀석인지 알 것이다. 어릴 적 옛이야기로 알고 있는 야광귀가 글 책의 소재로 쓴 점이 신선했다. 현대의 야광귀의 모습은 어떨까, 야광귀가 이번 섣달에도 오게 될까 하며 이젠 어느 정도 자란 아이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야광귀를 소재로 조금은 큰 아이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 이건 어쩌면 내가 만난 운일 수도 있겠구나.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