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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혼나는 기술 ㅣ 그래 책이야 38
박현숙 지음, 조히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4월
평점 :
진심으로 닦는 기술
잘 혼나는 기술/박현숙 글/조히 그림/잇츠북어린이 2021
잇츠북어린이의 그래 책이야 시리즈 중 [잘 혼나는 기술]이 도착했다. 늘 그렇듯 아이들이 먼저 보고 나에게 순서가 돌아온다. 재미있게 봤다는 말과 함께 자기가 공감한 부분을 이야기해 준다. 혼난다는 건 아이들에게 일상이기도 하니 공감하는 부분이 꽤 있었다.
[잘 혼나는 기술]의 오도룡은 집에선 동생 때문에 혼나고, 학교에서는 친구 수용이 거짓말을 돕다가 혼나게 된다. 놀이터에서 수용이에게 거짓말을 해준 대가로 해주기로 했던 보드게임 얘기를 했다. 놀리기만 하고 도망치는 수용이에게 흙을 뿌렸는데 지나가는 아저씨가 맞는다. 그 아저씨는 바로 학교 교감선생님. 무섭기로 소문난 교감 선생님께 혼나지 않으려고 수용이에게 잘 혼나는 기술을 전수받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도룡이가 수용이에게 전수받은 잘 혼나는 기술은 1단계 -세상에서 가장 반성하는 표정 짓기, 2단계-귀 틀어막기, 3단계-1분 정도에 한 번씩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기다. 기술을 전수받고 써보니 정말 혼도 덜 나고 무사히 넘어갔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써보니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잘 혼나는 기술이었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혼나는 건 나 혼자 혼나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가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물론 혼이 덜 나고 상황을 넘어갔지만 기술을 쓰니 억울한 상대가 생긴다.
그럼 잘 혼난다는 건 뭘까? 잘 혼나게 되면 무엇이 좋을까?
잘 혼난다는 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잘 못한 일이 있으면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내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나를 낮추는 겸손함을 갖는 것이다. 잘 혼난다는 건 내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다. 도룡이가 억울함을 말하는 것도 자기표현이겠지만,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마음이 더 많이 드러난다. 진심으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면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엄마에게 의도치 않게 녹음파일을 보내 엄마의 마음이 열리고, 교감선생님의 축구화를 신고는 솔직하게 말하니 혼도 덜 나고 선물까지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기술(技術)이란 "어떤 원리나 지식을 자연적 대상에 적용하여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만드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수단"이라고 사전에 나와있다. 잘 혼나는 기술은 몸으로 닦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닦아야 한다. 잘 혼나는 기술을 써서 상황을 모면해 본 도룡이는 그에 그치지 않고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억울한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구나, 상황은 벗어났지만 마음이 무겁구나 깨달은 도룡이는 스스로 한걸음 나아갔다. 다른 이의 마음을 느끼고 바꿔 생각해 보는 마음을 가질 때 진정한 성장은 이루어진다.
도룡이처럼 자기 마음만 돌아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도 생각할 줄 아는 아이가 많아진다면 가정도, 학교도, 사회도 좀 더 따뜻한 사랑이 채워지리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는 도룡이를 만나보면 좋겠다. 도룡이가 수용이에게 전하는 기술이 우리 사회에도 전해지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