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꽃밭 가는 길 천천히 읽는 책 45
오진원 지음, 시은경 그림 / 현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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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자비가 숨 쉬는 곳-서천꽃밭

서천꽃밭 가는 길/오진원 글/시은경 그림/현북스2021

옛날이야기에 서천꽃밭이 나오는 이야기를 따로따로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서천꽃밭 이야기만 모아 읽으니 서천꽃밭이 넓게 내 마음속에 펼쳐져 다가왔다. 왜 옛사람들은 서천꽃밭에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어 구전하였을까?

서천꽃밭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자비가 숨 쉬는 곳이 있다는 믿음을 주는 곳이다.

첫째, 삼신할미는 서천꽃밭을 만들어 꽃밭의 꽃으로 아이를 점지한다. 오방색의 꽃을 동서남북 중심으로 심고 파란 꽃은 아들을 낳게 하고, 하얀 꽃은 딸을 낳게 하고, 붉은 꽃은 오래 살게 하고, 검은 꽃은 일찍 죽게 하고, 노란 꽃은 출세하게 한다. 아이의 탄생은 지금도 희망의 이미지가 있다. 아이의 잉태와 태어난 아이의 소리만으로도 희망으로 가득 찬다.

둘째, 서천꽃밭의 위치이다. 오른쪽은 극락 가는 길, 왼쪽은 지옥 가는 길, 가운데 서천꽃밭 가는 길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며 극락이나 지옥을 간다고 믿었다. 이승에서 자기가 한 일을 심판받아서 말이다. 하지만 이승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했거나 생을 다하지 못한 경우 가족은 죽은 이를 보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서천꽃밭에서 피는 뼈살이 꽃, 숨 사이 꽃, 살살이 꽃, 피살이 꽃을 통해 억울한 죽음을 이겨내고 한 번 더 살 기회를 갖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셋째, 선악이다. 자기를 버린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서천약수를 구하러 간 버리데기, 복을 받으러 가면서 다른 이의 어려움을 듣고 물어준 청년, 아버지를 찾아간 할락궁이, 어머니의 원수를 갚아 노일제대귀일 딸을 죽이고 어머니를 살린 일곱 형제가 서천꽃밭에 다녀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자신은 복을 받고, 잘못된 경우 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힘들게 살아온 우리 민족의 삶을 볼 때 서천꽃밭의 복을 받는 이는 자기만을 위한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이다.

넷째,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이다. 버리데기도, 청년도 ,할락궁이도, 일곱형제도 모두 자기가 처한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직접 맞서갔다. 외부 상황에 의해 조금은 힘들고 어렵게 가는 경우도 있지만, 자청비처럼 스스로 찾아가는 경우는 어려움을 어려움이라 말하지 않고 찾아간다.

우리 민족의 이야기로 전해오는 서천꽃밭은 삶과 목숨에 대한 희망과 다른 이를 자비로운 마음으로 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이야기라 하겠다. 힘들고 고된 삶을 살면서 마음속에 희망을 품고 싶은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 여겨진다.

서천꽃밭을 다녀온 자청비는 농사의 신이 되고, 일곱 형제 이야기에 나온 모두는 집안의 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작가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적어두기도 했으니 서천꽃밭의 이야기를 모아 보면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질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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