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영지순례 - 기운과 풍광, 인생 순례자를 달래주는 영지 23곳
조용헌 지음, 구지회 그림 / 불광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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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영지를 돌다

조용헌의 영지 순례를 읽고

조용헌 지음/구지회 그림/불광출판사

 

 

두툼한 책이 내게 왔다. 후루룩 넘겨 보니 시원하고 꽉 찬 자연 풍광 사진과 소석(素石) 구지회의 여백이 그득한 수묵화 그림이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게 들어오게 될 이야기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조용헌의 영지 순례는 신령의 땅(그곳에 가면 힘이 솟는다), 치유의 땅(그곳에 가면 슬프지 않다), 구원의 땅(그곳에 가면 길이 보인다)으로 나뉘어 있다.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 작가는 묻는다.

 

내가 완전히 나 자신이 되었을 때는 언제인가?

 

작가가 소개한 첫 영지는 오대산 적멸보궁이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내가 마지막으로 갔던 산이 오대산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여행이 내 마음 가장 가까운 곳으로부터 시작이라 천천히 오르기 딱 좋았다.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곳, 기운이 받을 수 있는 곳, 앞으로의 나를 설계할 수 있는 곳으로의 여행은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는 내 정신을 맑게 해주는 느낌이다.

 

책에 나온 영지 중 몇 곳은 다녀보았고 많은 곳은 다녀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찾는 곳이 영지를 알고 찾는다기보단 거기에 가면 즐거울 거라는 마음, 마음이 편해질 거라는 막연한 느낌으로 찾아갈 것이다. 막상 가보니 뭔가 편안함이 느껴지고 그래서 또 찾게 되는 곳이 되면서 영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조용헌은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국의 영지는 기운도 좋지만, 그 풍광 또한 일품이다. 아름다운 풍광은 그 자체로 사람을 치유하고 달래주는 효과가 있다. 만사가 시들하고 허무하고 분노가 들고, 세상을 헛살았다는 느낌이 들 때는 장엄한 풍광을 마주해야 한다. 인간의 언어로는 치유가 안 되는 부분은 장엄한 풍광이 치유해준다. 대자연이 인간을 달래준다.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도 강하지만 영지 주변을 둘러싼 풍광 또한 아름답다. 기운과 풍광 이 두 가지 요소가 인간에게 감동을 준다. 순례자의 고달픔을 보상해주고도 남은 그 무엇이다.

 

코로나로 여행을 가기가 조심스럽고 중년을 사는 내게 조용헌의 영지 순례가 시절 인연으로 다가왔다. 지금이었기에 영지에 대한 느낌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갔던 자리의 느낌을 떠올려가며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여행할 수 있는 일상을 찾았을 때 내가 가고 싶은 곳도 마음속에 꼽아 볼 기회가 되었다.

 

인법지(人法地) 지법천(地法天) 천법도(天法道)- 사람은 땅에서 배우고 땅은 하늘에서 배우고 하늘은 도에서 배운다는 도법자연(道法自然). 그만큼 자연은 위대하며 말 없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항상 주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깊이 들어오는 요즘이다.

 

책의 마지막 표지를 덮으니 책은 혹시 당신이 찾은 영지가 있는지 묻는다. 작가 조용헌은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사람에게 검증된 영지를 소개했는데 너도 가면 편한 곳이 있는지 묻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내게 영지는 우리 마을 뒷산이다. 나지막한 산이지만 멀리 외출해 사람을 만나는 게 조심스러운 요즘 더 찾게 되고, 그래서인지 더욱 마음이 가는 곳이다. 내 영지에서 편안해지고 나면 많은 사람에게 검증된 영지를 찾아 느껴보고 싶다.

 

왜 이제야 산에 왔니? 지금이라도 안 늦었다!(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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