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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가 간다 ㅣ 햇살어린이 72
이자경 지음, 박세경 그림 / 현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산다는 건 이런 거지
『거북이가 간다』 / 이자경 글/케이영 그림/현북스

이자경 작가의 『거북이가 간다.』라는 5개의 이야기 <거북이가 간다>, <씨앗을 심는 새>, <노래하는 꽃>, <날개가 된 초피나무>, <난 이대로가 좋아>로 구성되어 있다.
<거북이가 간다>는 토끼가 달에서 방아 찧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거북이들이 토끼를 경주에 지고 좌절하지 않고 달까지 갔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소재로 한 책, 경주를 다시 보기 한 책도 있었지만, 그 이후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이야기의 시작이 신선했다. 그 까닭을 알기 위해 거북이가 모여 세 거북을 뽑아 보내기로 한다. 꾀순이, 차돌이, 어진이가 달로 가는 여행을 하면서 산다는 건 혼자가 아니라 서로 돌보며 함께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씨앗을 심는 새>는 새봄에 태어난 새끼 새가 자기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새니까 날면서, 노래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물에 빠진 자기를 구해주었던 거북이에게 감동하여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싶다는 막내 새의 이야기다.

<노래하는 꽃>은 사람과 꽃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옛날 어느 나라에서는 사람이 꽃에 말을 걸었고 꽃은 말을 배워 사람과 이야기할 줄 알았다. 사람은 꽃과 이야기하며 향기를 품던 시절이 있었다. 꽃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피우는 사람과 공주가 결혼할 거라는 소문이 돌자 나라의 사람들이 변한다.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꽃을 돌볼 뿐 꽃과 나누는 이야기도 꽃을 키우며 이웃과 나누던 이야기도 사라진다.
<날개가 된 초피나무>는 둥지를 품고 싶어 하지만 작고 여린 초피나무가 자신의 꿈을 갖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자신에게 호랑나비가 남긴 알을 키워내며 생태계의 순환과 생명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자기 꿈을 이루는 과정이라는 걸 알아가는 이야기다. <난 이대로가 좋아>는 바닷속 문어가 자기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제목을 보고 서로 다른 다섯 이야기가 엮인 책이라 생각했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두 번째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아까 거기 나왔던?’ 하는 생각으로 다시 앞으로 찾아가게 된다. 이자경 작가의 『거북이가 간다.』를 읽고 난 후 공존과 순환이라는 두 단어가 남는다. 누구도 혼자 살 수 없고 서로 영향을 주게 된다. 선한 영향을 받은 누군가는 다른 또 다른 이에게 자기가 받은 선함을 전하고 싶어한다. 악한 영향은 전하려 애쓰지 않아도 전해진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나,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질문하게 되는 책이다.

작가 이자경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자연에 묻고 또 물으며 귀를 기울였더니 도리어 자연이 자신에게 “괜찮아요?”하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있었다. 같은 사람에게 관심이 지금은 집중되어 자연에 묻는 걸 잊어버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람에게, 자연에게 말을 걸어보자. 그럼 자연이 하는 말을 지구가 하는 말을 알아듣게 되지 않을까? 그럼 자연이, 지구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게 되면 “도와줄까?” 물어보고 손 내밀어 함께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