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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새들도 글을 쓴다 ㅣ 천천히 읽는 책 42
설흔 지음 / 현북스 / 2020년 7월
평점 :
누구나 글을 가진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글을 쓴다』를 읽고

설흔이 쓴 『하늘을 나는 새들도 글을 쓴다』가 현북스를 통해 나온다는 걸 알고 책이 오길 기다렸다. 제목을 보자 “맞다. 내 마음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작가 설흔은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까? 어떤 이야기를 보았을까?
도착한 『하늘을 나는 새들도 글을 쓴다』의 표지색과 묶음 방법이 옛 책처럼 따스하게 다가왔다. 표지에 날고 있는 새들도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색 다른 자세를 하고 있었다. 각각 새도 모두 자기 이야기를 온몸으로 쓰고 있는 느낌이다. 작가 설흔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작가 설흔은 『하늘을 나는 새들도 글을 쓴다』을 통해 크게 4가지를 말한다.
첫째는 글이란 누구나 가지고 있고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글이란 책을 통해 익히고 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명선이 증자를 보며 선생님이라는 훌륭한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한 일화나 박지원이 새들을 보며 조화로운 글을 읽었다는 일화를 보면 그렇다.
둘째 글을 쓰기 위한 마음 자세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에게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게 쓸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한 글쓰기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남들이 놀랄 만한 글을 쓰고 싶다면, 우리는 모두 이덕무처럼 책을 잘 읽는 바보가 되어보자고 한다.
셋째, 이야기를 찾는 눈과 연습에 관해 이야기한다. 글을 쓰라고 하면 쓸거리가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자세히 보면 우리 주변의 모든 상황이 이야깃거리다. 얼마나 자세히 들여다보는지, 얼마나 관심을 두고 보는지에 따라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고 말한다. 쓸거리를 찾았으면 닦고 또 닦는 마음으로 글을 쓰라고 한다. 어제의 글은 어제의 글로 두고 오늘 새로운 글을 쓰라고 한다.
작가 설흔은 쓸거리를 찾기 어려워하고 어떻게 써야 할지 주저하는 사람을 위해 『하늘을 나는 새들도 글을 쓴다』를 출판한 것 같다. 세상에 많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하며 세상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보라고 한다. 아직 쓰이지 않은 글이 하늘과 땅 사이에 꼭꼭 숨어 있으니 우리 함께 찾아보자고 한다.

글을 잘 쓰는 기술을 익히고 싶다면 다른 책을 찾아보는 게 좋을 듯하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는 데 주저하고 있다면 설흔의 『하늘을 나는 새들도 글을 쓴다』를 만나보라고 하고 싶다. 이 책은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재료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어떻게 하면 글을 쓸 수 있는지 마중물 같은 책이라 느껴졌다. 풀은 풀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자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나 싶다. 식물도, 동물도 그 어떤 것도 태어나서 살아가고 다시 태어나고 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을 잘 살펴보면 닮아있다. 그 닮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얼마 전 화단에서 참새 세 마리를 보았다. 날개를 아래로 접고 참새 두 마리가 ‘찌지직 째찌직’소리를 내며 콩콩 뛰고 있었다. 그러자 한 마리가 날아와 조금 높은 가지로 날아오르니 두 마리가 따라간다. 따라온 두 마리에게 뭔가를 먹이고 있다. 어미와 새끼 참새들이었다. 어설픈 날갯짓이지만 할 수 있도록 어미는 아이를 격려하며 연습시키고 있었다. 부모의 모습이어야 하고 모든 부모는 같다는 걸 보았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글을 쓴다. 그동안 내가 쓴 글은 나를 위한 글이었구나 싶다. 정약용처럼 다른 사람 입맛에 맞는 글을 쓰고 좋다는 평가를 받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쓰는 글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게 쓰고 싶다. 대화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맛난 글을 쓰고 싶다. 박제가의 말처럼 맛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다. 그러려면 연습이 필요하겠지. 내가 해 먹는 음식이 연습을 통해 맛있는 맛을 내고, 그 맛이 좋아 또 그 음식을 하듯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연습을 해야겠지. 이렇게 저렇게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맛난 글이 되도록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