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식물 - 속이고 이용하고 동맹을 통해 생존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1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선숙 옮김 / 더숲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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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아간다

싸우는 식물을 읽고

 

더숲에서 나온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싸우는 식물은 가만히 자기를 지켜가는 식물의 생존기라 할 수 있겠다. 식물과 식물, 식물과 환경, 식물과 병원균, 식물과 곤충, 식물과 동물, 식물과 사람이 어떻게 싸우고 함께 살아가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관심 있게 본 부분은 식물이 환경에 적응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인장 가시가 햇빛을 산란시켜 물의 증발을 막고, 공기 중에 수증기를 흡착해서 온도를 내린다는 점이 새로웠다. 둥근 선인장이 많은 것도 햇빛의 증발을 막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길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질경이와 별꽃은 밟혀야 씨를 퍼뜨릴 수 있다.

 

식물은 뿌리혹박테리아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다 함께 살려는 방법으로 공생을 하고 사람의 피처럼 레그헤모글로빈이라는 물질까지 만들었다고 하니 놀라웠다. 식물이 살기 위해서는 최상의 진화를 보이는 사람과 같은 혈액 물질까지 만들어내는구나 싶었다.

    

쥐방울덩굴의 독을 이용하는 사향제비나비, 독성물질인 유칼립투스를 먹는 코알라는 자체 해독을 위해 2m가 넘는 맹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우리가 먹는 도토리도 자기가 살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풍년과 흉년을 두어 더 번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는 게 놀라웠다.

 

사람은 식물이 자기방어를 위해 만든 독성물질을 다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 식물은 다시 자기를 지키려는 방법을 찾는다. 식물이 누가 약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식물이 과연 바보일까?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싸우는 식물을 통해 식물이 싸움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연구한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한다. 연약하다고 말하는 식물도 서로 살아가기 위해 양보하기도 하고 자신을 변화시켜 가면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식물의 기본단위인 세포조차 나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식물성 기관인 엽록체와 동물성 기관인 미토콘드리아를 함께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식물을 좋아한다. 산책하면서 새로운 식물을 만나고, 만났던 식물이 어떻게 모습이 바뀌는지 관찰하는 게 일상을 살아가는 기쁨 중 하나이다. 약하고 조용한 듯한 식물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되니 앞으로 만나는 식물의 세상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약하다고 약한 것이 아니다. 자기 연약함에 진정한 삶의 슬기를 보여주는 게 바로 식물이다. 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비밀이 궁금하다면 싸우는 식물을 만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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