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를 오래 써 온 이정환 작가가 학교 선생님으로 있으면서 아이들을 위한 동시조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동시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락일락 라일락]에서는 손녀사랑에 빠진 할아버지 이정환이 손주들에게 남겨줄 자연 사랑을 동시조로 썼다고 기사에서도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일까 세상의 모든 나무와 꽃, 동물, 곤충, 예쁜 아이의 모습을 가득 담은 동시조집이 되었다.
나무 안기
봄날 오후
나무 안기
놀이를 합니다.
따사한 햇빛 속을 또박또박 걸어 나와
커다란
나무 안다가
나무에게
인기다가.
시조라 하면 3장 6구 45자내외, 종장 시작은 첫음보는 3글자라는 형식의 제한을 받는다고 배웠다. 3장을 3연으로 구분하고 마지막 '커다란'이란 규칙이 들어가있다. 동시조라는 말이 없으면 짧은 시와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라면 한 번쯤 나무를 안아보지 않을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면서, 숨바꼭질을 하면서. 그때 나무의 느낌이 살아난다. 내가 안았던 나무를 나를 안아주는 따스함. 내가 남을 위해 시작했던 봉사가 나를 안아주는 경험을 했다. 나무 안기의 느낌이 아이를 위한 시만은 아니었다.
라일락
수수꽃다리 꽃그늘
꽃그늘은 향기로워
아이들 둘러서서 바람을 부릅니다.
라일락
일라 라일락
일락일락
라일락
이 책 제목으로 선택된 라일락이다. 봄에 피었던 꽃 향기가 다시금 퍼지는 느낌이다. 향기로운 봄꽃 아래 노래를 부르며 향기가 퍼져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수꽃다리가 미국인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가 품종개량이 되어 미스킴라일락이라는 이름으로 역수입되고 있다. 수수꽃다리라는 우리 이름을 살려준 것이 고맙다.
호랑가시나무 아래 호랑이는
있을 것 같죠.
꼭 있을 것 같죠.
있을 듯하면서도
정작 없는데도
어딘가
있을을 것 같죠.
곧 뒤척일 것 같죠.
제목과 내용이 어울어져 옛날 이야기를 기다리는 아이 모습같기도 하고, 나무를 보며 꿈꾸는 아이같기도 하다. [일락 일락 라일락]을 뒤적이면서 봐야겠다. 어딘가 숨어서 내게 이야기를 해줄 호랑이를 찾아봐야겠다. 시조가 어렵다면 동시조를 통해 시조를 만나보면 어떨까?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아이의 맑은 눈으로 세상을 만나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