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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크 데리다 지음, 강선형 옮김 / 이학사 / 2026년 7월
평점 :
사유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지는 일
자크 데리다의 《사유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는 처음부터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문장을 몇 번씩 다시 읽어야 했고, 익숙하지 않은 철학적 개념 앞에서 잠시 멈추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오히려 가장 단순한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나는 정말 내 생각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데리다가 말하는 ‘아니오’는 단순한 거부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생각에 무조건 반대하라는 뜻도 아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잠시 멈춰 서서 “정말 그런가?”라고 묻는 것. 어쩌면 데리다에게 사유란 바로 그 작은 의심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기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틀리다, 이것이 정상이고 저것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다고 배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들이 정말 나의 생각인지조차 묻지 않는다.
데리다는 그 익숙한 생각의 틈을 들여다보게 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해체’라는 개념이었다. 해체는 무언가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생각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에 가깝다. 그 안에 어떤 편견과 모순이 숨어 있는지 살펴보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 ‘아니오’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아니오는 단절이나 부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나만의 생각을 시작하기 위한 첫 번째 말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가 정해준 답에 “그렇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편하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요?”라고 묻는 순간부터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는 책임도 따른다. 내가 믿어온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때로는 익숙한 생각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철학은 어려운 말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익숙한 것 앞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사유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이 내게 남긴 질문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지금 누군가가 정해준 생각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가.
어쩌면 사유의 시작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익숙한 세계를 향해 조용히 건네는 한마디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런가?”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조금씩 우리 자신의 생각을 시작한다.
우주 @woojoos_story 진행 이학사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_철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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