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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애니멀 - 사랑과 성공, 성격을 결정짓는 관계의 비밀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줄리아는 처음 롭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가 자기 쪽으로 다가올 때 은밀하게 그를 관찰했다. 프린스턴대학교의 재닌 윌리스와 알렉산더 토도로프는 여자가 남자를 볼 때 그 사람이 과연 믿을만한 사람인지, 어느 정도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공격적인지, 얼마나 사근사근한지 0.1초 만에 파악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서 확인했다. 이런 종류의 첫인상은 여러 달이 지난 뒤에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사람들이 첫인상을 수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실험에서 토도로프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선거에서 맞붙은 두 사람의 사진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보여준 다음 선거에서 누가 이길지 예측해보라고 했는데, 놀랍게도 실험 대상자의 701퍼센트가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맞혔다.
줄리아는 첫인상 평가 능력을 발휘해서 롭이 잘생긴 남자임을 알았다. 롭은 머릿속으로 줄리아의 옷을 벗기고 있었지만, 반대로 줄리아는 머릿속으로 롭에게 옷을 입혔다. 당시에 롭은 헐렁한 갈색의 코르덴 바지에 자주색-밤색 계열의 스웨터를 입었는데, 그 바람에 롭은 마치 우아한 가지처럼 보였다. 뺨은 단호하면서도 족제비처럼 날렵했다. 나이 먹을수록 근사해질 것이며, 노년에는 최고급실버타운에서 가장 잘생긴 노인이 될 것임을 뜻했다.
롭은 키가 컸다. 어떤 사람의 키가 1인치 클 경우 연봉이 현재 ㅣ국을 기준으로 6,000달러씩 늘어난다고 추정한 논문도 나와 있을 정도이니, 키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 롭은 또한 내면의 평온함을 몸 전체에서 발산했다. 감히 말싸움을 걸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줄리아가 흘낏 보고 재빠르게 판단하건데, 롭은 행운을 타고난 사람 같았다. 그의 영혼에는 굳은살 따위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주의해야 하거나 조심스럽게 덮어두어야 할 영혼의 상처도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주긍정적인 판단이 하나씩 쌓이기 시작하자 갑자기 줄리아의 마음상태가 변덕을 부렸다. 사실 줄리아는 내면에 까칠한 비평가적 기질을 갖고 있었다. 바로 이런 점이 자신의 매력을 반감시킨다는 사실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녀는 평범한 남자와 즐겁게 어울리다가도 갑자기 그 남자를 아주 꼼꼼하게 파헤쳐 조사하곤 했다. 이 작업이 끝날 때까지 줄리아는 작가 도로시 파커이고, 롭은 가여운 용의자 신세를 피할 수 없었다.
줄리아는 비평가 기질을 통해서 롭이 어떤 유형인지 간파했다. 상대방의 신발이 반짝반짝 윤이 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절대로 신경쓰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손톱 끝은 다듬어지지 않은 채 울퉁불퉁했다. 게다가 그는 현재 여자친구가 없었다. 줄리아는 애인이나 배우자가 없는 솔로 남자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한 남자와는 데이트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저항없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남자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데이비드 브룩스, social animal p25-27 모든 만남에서 무의식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