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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1; 그런데 말이에요, 피그미 있잖아요, 키가 작은 사람들요. 그 사람들은 2박 3일 동안 연애하고 결혼하는 거 아세요?  

일단 중매로 만나면 

바로 신방으로 직행해서는 서로 허리띠를 풀어 교환한대요. 그러곤 2~3시간 동안 서로 대화를 하는 거죠. 이때 서로에게 묻는 질문 내용은 이런 거래요. 

남자는 여자에게 주로, 

"혹시 집안에 불임인 사람이 있었소?" 

"형제가 많소? 조카가 많소? " 

"아버지나 남자 형제에게 힘드로 대든 적은 없소?" 

그러면 여자는 남자에게 이런 걸 묻는대요.  

"움막 한 채를 짓는 데, 며칠이나 걸리죠?" 

"한번 사냥 나가면, 새는 몇 마리 정도 잡을 수 있어요?" 

"나무는 잘 타나요?" 

그렇게 탐색을 해 봐서 만약 서로 마음이 맞다 싶으면요, 그때부터 2박 3일 동안 신방에서 함께 지내게 된대요. 아 근데, 다른 걸 하는 건 아니고요, 계속 이야기만 한다는데요?  

진짜로 절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는 게  

그 신방 바로 밖에선 마을 어른이 감시를 하고 있대요. 

거기다 먹을 건 2박 3일 동안 딱 물 한 병만 주어지고요. 

만약 성격 급한 처녀 총각이 함부로 허튼 짓을 하려다간 

결혼 승낙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거죠. 

2박 3일이 어떻게 보면 너무 짧다 싶기도 하지만요, 

생각해 보면 전 그동안 한번도, 누군가랑 그렇게 오랫동안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 순간만큼은 지구상에 딱 그 사람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그 사람만 쳐다보면서 

지금 중요한 건 그 사람을 알아 가는 일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그 사람이 어린 시절 개똥을 먹어 봤다거나, 그 사람의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마을에서 제일 잘생긴 청년이었다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듣는 시간.... 

그런 2박 3일을 살아 보는 건 

모르긴 해도 정말 특별한 경험일 것 같아요.  

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여행을 가 보라고 하잖아요. 

어쩌면 피그미들에겐 이게 나름의 여행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2박 3일 움막으로 단둘이 떠나는 여행  

 

< 은수가 영국으로 여행을 떠난 행아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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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17; 나는 여전히 사랑을 믿는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혼은 감히 사랑을 믿는 문화, 아니면 감히 사랑을 결혼 같은 중요한 사회 계약과 연결 짓는 문화에서 사는 대가로 우리가 다함께 내야 하는 세금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과 결혼은 말과 마차처럼 함께 가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말과 마차처럼 함께 가는 것은......사랑과 이혼인지도 모른다.  

 

p145; 지금까지 나는 펠리페에게 어떻게든 날 완벽하게 채워달라는 부담을 준 적이 한번도 없다. 설사 그가 원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 숱하게 겪고 나니, 이제는 그것이 온전히 내 문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중요한 진실을 배운 뒤로는 어디까지가 내 영역이고, 어디서부터 다른 사람의 영역이 시작되는지 구분할 수 이씨게 되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로서는 사리분별을 잃지 않은 친밀함의 한계를 배우기까지 무려 35년이 걸렸다. C.S루이스는 그 한계를 멋지게 정의한 바 있다. "내 불행은 아내의 몫이 아닌 온전히 내 몫이요, 아내의 불행은 내 몫이 아닌 온전히 그녀의 몫이라는 것을 우리 부부는 알고 있다." 다시 말해 때로는 1더하기 1이 2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p162; 인간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신경을 미칠 듯이 긁어대는 상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상대도 있다. 아마 이것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영역인지도 모른다. "결혼 생활이 불행한 것은 당사자들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에머슨이 썼듯이, 결혼 생활이 행복한 것은 특별히 당사자들의 공은 아니다. 어차피 모든 연애의 시작점은 다 똑같다.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애정과 욕망의 교차점에서 연애가 시작된다. 그러니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이 몇 년 뒤에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상당 부분은 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어떤 관계든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부부들 가운데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는데도 결국 이혼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특별히 더 착하지도 더 훌륭하지도 않은 사람들인데도 오랫동안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들도 있다. 그런 부부들은 꼭 자동 세척 오븐 같다.  

 p175; 펠리페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가 보석을 사러 브라질에 갈 때마다 종종 '꾸러미'라고 하는 걸 사지. 여러 보석으로 이루어진 컬렉션인데, 광부든 도매상이든 날 속이려는 사람들이 보석을 한데 모아서 파는 거야. 꾸러미에는 전형적으로, 글쎄. 스무 개나 서른 개쯤 되는 남옥이 들어가. 그러니까 낱개로 사기보다 이렇게 한번에 사는 게 훨씬 이익이야. 하지만 조심해야 해. 장사꾼들은 당연히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니까. 진짜 좋은 보석 몇 개에 형편없는 보석을 끼워서 파는 게 그 사람들 목적이야. 처음 보석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꾸러미 때문에 큰 낭패를 보곤 했어. 완벽한 남옥 한두 개에 눈이 멀어서, 다른 보석들이 완전 쓰레기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거든. 당할 만큼 당한 후에야 마침내 나도 똑똑해져서 완벼한 보석은 무시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됐지. 완벽한 보석은 두 번 볼 필요도 없어. 내 눈을 멀게 하니까. 좋은 보석들은 옆으로 치워두고, 정말 형편없는 녀석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해. 오랫동안 들여다보면서 '과연 이게 쓸모가 있을까? 이걸로 뭘 만들 수나 있을까?'하고 자문해봐야지. 안 그랬다가는 좋은 보석 한두 개가 섞인 쓰레기 더미를 사는 값으로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되니까.  

나는 남녀 관계도 그와 같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언제나 상대방의 가장 좋은 면을 보고 사랑에 빠지지. 누군들 안 그러겠어? 상대방의 가장 훌륭한 점을 사랑하는 일은 누구든 할 수 있어. 그건 똑똑한 게 아니야. 진짜 똑똑한 건 상대의 단점도 받아들이는 거야. 파트너의 단점을 솔직하게 바라보면서 '이건 그럭저럭 넘길 수 있어. 어떻게 해볼 수 있을거야'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거지. 왜냐하면 좋은 건 없어지지 않거든. 항상 예쁘게 반짝거릴 거야. 하지만 그 밑에 있는 쓰레기는 우리를 파멸시킬 수 있어." 

"그러니까 당신은 내 쓰레기 같고 하찮은 결점들도 웃어넘길 수 있을 만큼 똑똑하다는 거예요?"내가 물었다. "내 말은 나는 이미 오랫동안 당신을 유심히 봐왔다는 거야. 그래서 당신 전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 "고마워요." 그 말은 진심이었다.  내 존재의 모든 결점들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이제 내 최악의 단점들이 뭔지 알려줄까?" 그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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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이드님의 "여름바캉스를 위한 재미보장 추리소설 "

저도 가져갈께요 ^^ 조만간 시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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