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은 역동적이면서 임의적이라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감독 기구도 사람이기에 버블의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버블의 상황에 놓여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그 누구도 버블이 붕괴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인지되고 관리할 수 있는 버블은 더 이상 버블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버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많은 요인이 실상 버블의 결과라는 것을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버블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연준의 확장 통화정책은 당시 버블 경제가 조성한 경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정책이었다.
(23년 최근 한은의 금리 동결 정책이 떠오른다)
저자는 버블의 원인을 대중에게서 찾는다. 특정 분야(부동산, 코인 등)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버블이 발생한다. 대중에게 '이익을 올릴 명백한 기회'가 버블의 중요한 원인이다. 네트워크 효과, 밴드왜건 효과로 버블은 사회적 전염력을 타고 확대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하면 거액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중이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2022년까지만 해도 대중(심지어 전문가 사이에서도)에게 불패 신화로 불리던 부동산 시장을 생각해 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버블의 원인은 분명하게 대중에게 있다.
저자는 버블은 인강의 본성과 심리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며, 버블 경제의 해법으로 금융 민주화를 제시한다. 상당히 추상적이기도 한 금융 민주화는 금융 소비자에게 보다 더 정보가 개방되고 대중 친화적인 금융 제도를 의미한다. 깨알 같은 작은 글자가 빽빽한데 내용도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 상품 설명서를 본 적이 있다면, 금융 민주화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느낄 수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금융 상품을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금융 민주화다. 가진 자 그리고 알고 있는 자만이 유리한 현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나, 금융에 친숙하지 않은 대중을 향해 있다.
저자는 금융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인프라 구축이라고 이야기한다. 기관이 아닌 개미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감독 기구, 특정 조건이 적용되면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동 처리되는 소비자보호 디폴트 옵션, 보다 더 친숙한 금융 정보 공시, 통합 관리되는 금융 데이터베이스, 물가 연동 기축통화(인플레이션 연동 측정 단위) 등 저자가 제시하는 제도는 모두 인프라를 향해 있다.
저자는 여기에 더 나아가서 금융 소비자를 위한 파생상품을 제시한다. 파생상품이라 한다면 매우 위험한 상품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파생상품은 금융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금융 시스템을 신뢰하며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부동산 선물 시장뿐만 아니라, 워크아웃형 모기지, 홈 에쿼티 보험, 생계 보험 등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파생상품은 금융사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상품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금융 위기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상품이다. 제도뿐만 아니라 금융 소비자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상품도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