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자그마한 책장을 보곤 가벼이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 선택한 책인데 생각보다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서울에서 나고 자라 농장 근처라곤 가본 적 없는 주인공 나, 그리고 그와 항상 동반하는 인형 제일 처음에 인형이란 존재가 여자친구나 부인이겠거니 했는데 왠걸, 정말 인형이었다.그런데 이 사람, 인형과 대화도 하며 실제로 인형이 영혼을 가지고 있는것마냥 주거니받거니 지내는 모습을 보며이질감보다는 생각보다 이렇게 지내는 이도 있겠구나 싶었다.아파트문화가 깊숙이 자리잡은 요즘같은 시대라면어느날 우연인지 필연인지 잘못 배달되어 온 편지 두어통으로 시작되는 농장찾기 서울에서 고성까지 달려가 인근 토박이들에게 물어도, 동주민센터 직원에게 물어도 나오는 것은 지적도와 약도 뿐 결국 허탕만 치고 돌아오는 인형과 나 주인공은 프로덕션에서 가사를 써주는 일을 하고 있다..그 외에도 그와 얽힌 주변인물들이 몇 나오는데 대표적인건 대학동창이자 가끔 불쑥 찾아가는 피아노 선생인 민 그리고 남자로 태어났으나 불운하게도 여자의 몸을 빌어 살고픈 손자생각보다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과 나 근처 재건축 예정인 허물어가는 아파트 단지를 경의롭게 탐험(?)하는 민과 그런 분위기가 낯설은 주인공 주인공 나는 활발하지도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게 사회 속에 섞여들어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아파트먼트키즈다웠다. 우연찮은 계기로 집도 잃고 쫓겨나게 된 손자가 인형과 함께 있다 죽게 되는 사고가 발생하고.인형에 대한 혐오감과 거부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결국 다시 찾은 고성, 올빼미 농장 터에 인형을 묻고 돌아오는 나. 어릴적부터 예쁘지만은 않던 자장가를 함께 공유하며 기억나지 않는 가사를 함께 기억해내려 애썼던 인형을 버리고 오는 느낌은 어땠을까. 결국 자기가 가사를 써준 소속 가수의 데뷔무대에서 미처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꽤나 길었던 자장가를 듣게 되고 다시 또 시작되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2003년에 초판 발행 후 개정판으로 출시된 작품이라는데 생각보다 시대감이라는게 느껴지지 않았다.1인 1가구에 이웃과의 인사, 교류도 전처럼 많지 않은 요즘 아파트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주변인을 다룬 느낌 외로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약간의 공감도 느껴지는 작가정신의 소설이라고 감히 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