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켜라 -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나미 아사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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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입시절이 떠오를 좌충우돌 성장기 '마을을 지켜라' by 노나미 아사 

 간만에 재미있는 일본 소설을 발견했다.


일본 문학을 좋아하지만 주로 생활이야기를 좋아했는데 이 책은 참 시기도 딱 맞게 읽은 책



주인공 다카기 세이다이 (이하 세이다이)는 외관으로는 전혀 경찰관이라는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23살의 청년

짧은 머리에 피어싱으 하나만으로도 그가 어떻게 경찰관을 꿈꾸게 되었는지 상상조차 못할 모습인데


그런 그가 실습 3개월간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점점 진정한 소명의식, 그리고 목표를 가지게 된다는 성장기 소설




그의 첫 실습지는 평화로워보이지만 나름대로 분주한 '역전파출소'

첫 배치날 경찰수첩 뒤 붙여진 전 여자친구 스티커사진만으로 과장에게 호된 꾸지람을 받아 화제가 된 그는

서 곳곳에 소문이 나고.....


고지식한 것 같지만 청소년상담 문제에 관심이 많아 생활안전과를 지망하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미야나가 반장과 파트너로 근무하게 된다.



신입이라면 누구나 겪을 그런 고민

 내 신입시절이 떠오르면서 참 많이 공감이 되었다.

그 당시 내가 많이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생각들....


첫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비교적 자유롭던 신분의 청춘들은 대개 갑갑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조직생활이라는게 참 말로는 잘 할 것 같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생각보다 어렵고

뭐가 맞는지 모를때가 많다. 그래서 실수가 많은 신입.


세이다이 역시 그랬다.

수시로 길을 묻거나 분실물신고, 집에 갈 차비를 빌려대는 마을 사람들에게

짜증 비슷한 감정과 '왜 경찰인 내가 이런 일을 해야하지? '라는 생각으로 복잡한 그.


그러나 선배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당연스레 그런 자질구레하다면 자질구레할 일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선배들이 못마땅하게 느껴지는 세이다이는 서서히 흥미를 잃어가고.



더구나 기숙사 룸메이트인 가토 선배는 굉장히 바쁜데다 철로 만든 게다를 신고 돌아다니는 통에

쿵쿵쾅쾅 시끄러운 타입으로 정신 없는 그의 신입기에 불편함을 보탠다.


동기의 첫 검거는 의외로 세이다이에게 묘한 경쟁심을 유발하고.

무튼 그렇다. 같이 입사한 동기라도 역량 차이에 따라 승진이라든지 평판이라든지 달라지는 게 당연한거니까.

학교내에선 성적으로 경쟁했다면 아마 직장생활에선 업무능력, 대인관계 등 여러가지로 나눠지게 되는 서글픈 현실이다.



경찰관의 본무인 '불심검문'은 주인공에게 묘한 압박.

상대를 걸러서 해야하는 부담감뿐만 아니라 질문 시 상대방의 태도에도 여러가지 상황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정말 수상한 자였다고 하면 흉기를 소지할 가능성이 높기에 본인의 신변 역시 염려해야하는 임무



진정한 경찰이 되려면 먼저 마을을 사랑하라

그런 마음. 가질 수 있을까?

물론 국민을 위한 일이지만 본인이 원하는 경찰다운 업무가 아닌 일로 실습일을 채워가던 세이다이는 어느날

'110번 마니아에 의한' 신고자에게 한마디를 하게 되고.

주인공 또래의 사회적 외톨이 상태였던 그는 결국 고향으로 내려갈 결심을 하고, 그 직전 파출소로 세이다이를

찾아와 자신에게 덕분에 앞으로 살아갈 방법과 힘을 얻었다며 말하고 가고.....


회식자리에서 파트너 미야나가 반장과 다툰 그는 얼굴의 상처 때문에 주택지의 평화로운 히가시초 파출소로 출근하게 된다.

처음엔 마냥 좋아보였던 그곳도 같이 일한 주임의 독특한 취향에 호러스러운 곳으로 변해버린...

다행히 하루 당번으로 끝났지만




모든 일엔 계기가 필요한 법

불심검문으로 흉기를 둔 사내와 싸우다 공격당해 정신을 잃은 세이다이.

그리고 처음으로 사체와 마주한 그.


악몽까지 꾸면서 트라우마를 겪던 그는 점점 진정한 경찰로 변모해간다.

게다가 태만하고 승진따윈 관심 없이 업무 시간에 다른 곳으로 샌다고만 생각했던 오제키 주임이

그간 정보원을 입수해 각성제 단속 위반으로 생활안전과로 스카웃되어 갔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한 주인공과 사람들.


노는 듯 해보여도 실상은 오히려 그 어렵다는 정보원 관리를 하고 있었단 사실에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봐선 모른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마음을 다지게 되고



연쇄방화범 덕에 더욱 불타오른 소명의식

관내 여러 곳에 불을 지르고 다닌 방화범이 마을을 떠들석하게 만들자,

파출소내 사람들은 순찰 강화 및 불심검문에 더 열을 올리고.


그에 비해 소득이 없이 방화는 더 일어나고, 설상가상 방화범으로 의심되는 자를 쫓다

동기 미우라가 뺑소니 사고를 크게 당하게 되는 모습을 목격한 세이다이는


지원 온 교통과 근무하는 교고자쿠라 순경과 묘지 잠복을 통해 진짜 범인을 잡게 된다.


3개월간 여러일을 해왔다면 해온 세이다이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목표의식을 갖게 되고.


'형사'가 되고 싶단 그의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서려 2개월 후의 복귀를 다지게 되는데....



직장생활은 따분하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이는 얼마나 될까, 생각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

생계 때문에, 전공을 살리려고, 뭘 해야할 지 몰라서 등등.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도 힘에 부치는 게 직장생활인데 싫다고 생각하는 곳에 매일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지옥도 없다.


결국 그도 마을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테니까.

그리고 그게 경찰관이라는 자신의 직업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일테니까.


마침 책 속의 계절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딱 지금이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은 갖되 그게 끌려다니지 말고, 강한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휩쓸리지 않는법.

그렇지 않으면 정신의 혼란에 먹혀들고 마는게 직장생활이니까.



요즘 부쩍 내년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나에게 신입사원의 성장기를 다룬 이 소설은 조금이나마 경각심을 일깨워준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아마 내년에 내 마음이 퇴색해져 너덜너덜해졌을 무렵, 한번 더 읽어보면 좋을 그런 소설.






# 공감되는 구절

사회인의 기분이라는 건 계산적으로 타인의 얼굴빛을 살피고 태도만 그럴듯하게 보이면서 본심은 가슴에 묻고 답답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P.225)


"만약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면 이 세상은 엉망이 되겠지. 그래서 적어도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해."

"행복이요?"

"나는 그렇게까지 제멋대로는 아니니까. 조금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여유가 있으니까."  (P.408)




-샘터 물방울8기로 활동하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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