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되어 처음 과학 수업을 들었을 때 가장 강렬했던 것은 실험실 벽면에 커다랗게 걸려있던 원소기호를 마주했을 때의 기억이다. 그 때부터 과학 시간은 원소기호를 제대로 외웠느냐 안 외웠느냐를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전자껍질' 이니 '수소결합' 이니 하는 모든 용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암기 시간 이었다. 과학이라는 학문은 과학자들의 호기심으로 쌓여왔던 학문일텐데, 입시에 바쁜 우리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그런 호기심이 반짝일 기회가 없는 것 같다.
한동안 죽어있던 호기심의 전구를 반짝이게 한 것은 ‘과학은 놀이다’ 라는 이 책이다. 우선 레고, 스타 크래프트, 아바타 등의 소재 에서 부터 흥미로웠고, 이런 ‘놀이’를 바라보는 과학적 시선에 중독되었다. ‘이건 뭘까?’ , ‘왜 이럴까?’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이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 있어 모르는 게 손해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책 곳곳에 쓰여진 역사, 문화적 상식 또한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자전거가 자동차나 잠수함보다도 늦게 발명 되었다는 사실, 자전거가 여권 신장과 바지를 입게 되는 계기가 되어 자유의 기계라고 불렸었다는 사실들은 눈 여겨 볼만하다. 초기 올림픽에는 줄다리기가 정식 종목에 있었다는 것, 영국이 스파이크가 달린 운동화를 쓰는 꼼수(?)를 발휘해 미국과의 감정 대립이 생겼다는 점 또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이다.
보통 어렵게 느끼는 과학책이 술술 읽힌 이유는 저자의 힘 조절 에도 이유가 있는 듯 하다. 저자는 ‘이제 내가 이론을 설명할거야!’ 하고 매번 힘주어 설명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이론을 언급한다. 그러면서도 각 장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은 골라잡아 친절히 설명해 주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알차게 과학 놀이로 가득한 이 책을 시험 공부에 지친 학생들, 과학이 한없이 멀게 느껴지는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