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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이와 깜빡이 아이 어른 함께 읽는 가족동화 6
김규림 지음, 주누리 그림 / 꿈꾸는날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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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관을 가지지 않고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그런데 시계들도 그런가 보다.  벽시계와 디지털 시계이 둘은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한다째깍이는 숫자가 깜빡이는 디지털 시계를  받아들일 수 없고깜빡이 역시 벽시계가 이상하게 보인다요 아이들 역시 시계라는 본질은 같지만 서로 다른 겉모습에 불편해 한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점 역시 사람과 같다. 외동이 아니라면 어릴 때 자기 형제들보다 엄마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다정이는 나를 더 좋아해’ ‘아니야 이렇게 높은 곳에 나를 걸어놓은 건 나를 더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야’  라고 투닥 거리며 싸우는 시계들의 모습은 어릴 적 엄마를 두고 동생과 싸우던 나의 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시기, 질투, 선입견 이라는 아이들이 가질만한 특징을 잘 버무려 만든 캐릭터들. 자존심 강한 사각이마음씨 착한 토끼투닥 거리는 째깍이와 깜빡이 모두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이다그래서 성인인 나도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이렇게 잘 만든 캐릭터들을  통해 저자는 선입견을 없애고 화합 해가는 모습을 밋밋하지 않게 그려내었다. 모두의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다급한 외침으로  돕는 시계들의 모습에는 긴장감이라는 재미 요소도 담았다.  

 

   

    이제 서로 다른 겉모습질투 속에서 친해지지 못하던 시계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친구가 된다. 맨 처음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이던 모습을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다. 친구가 된 게  좋냐고? 창 밖을 못 보는 시계들은 째깍이를 통해 창 밖의 모습을 알 수도 있을 것이고, 방 안에서 심심해 하던 토끼와 사각이도 이제 이야기할 친구가 생긴 것이니 해피엔딩인 셈이 아닐까.  

 

    시계들도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세상인데 인간들은 어떠할지?  어른들에게도 잠시 잊고 있던 교훈을 일깨워 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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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 과학 수업을 들었을 때 가장 강렬했던 것은 실험실 벽면에 커다랗게 걸려있던 원소기호를 마주했을 때의 기억이다그 때부터 과학 시간은 원소기호를 제대로 외웠느냐 안 외웠느냐를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전자껍질' 이니 '수소결합' 이니 하는 모든 용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암기 시간 이었다과학이라는 학문은 과학자들의 호기심으로 쌓여왔던 학문일텐데입시에 바쁜 우리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그런 호기심이 반짝일 기회가 없는 것 같다.

  

  한동안 죽어있던 호기심의 전구를 반짝이게 한 것은 과학은 놀이다’ 라는 이 책이다우선 레고스타 크래프트아바타 등의 소재 에서 부터 흥미로웠고이런 놀이를 바라보는 과학적 시선에 중독되었다. ‘이건 뭘까?’ , ‘왜 이럴까?’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이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 있어 모르는 게 손해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책 곳곳에 쓰여진 역사문화적 상식 또한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자전거가 자동차나 잠수함보다도 늦게 발명 되었다는 사실자전거가 여권 신장과 바지를 입게 되는 계기가 되어 자유의 기계라고 불렸었다는 사실들은 눈 여겨 볼만하다초기 올림픽에는 줄다리기가 정식 종목에 있었다는 것영국이 스파이크가 달린 운동화를 쓰는 꼼수(?)를 발휘해 미국과의 감정 대립이 생겼다는 점 또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이다.

  

   보통 어렵게 느끼는 과학책이 술술 읽힌 이유는 저자의 힘 조절 에도 이유가 있는 듯 하다저자는 이제 내가 이론을 설명할거야!’ 하고 매번 힘주어 설명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이론을 언급한다그러면서도 각 장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은 골라잡아 친절히 설명해 주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알차게 과학 놀이로 가득한 이 책을 시험 공부에 지친 학생들, 과학이 한없이 멀게 느껴지는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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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목걸이 - 딜쿠샤 안주인 메리 테일러의 서울살이, 1917~1948
메리 린리 테일러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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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비춰진 나의 모습은 흥미롭다. 그렇다면 영국인 눈에 비춰진 일제강점기 시대는 어떨까? 작가 메리 린리 테일러는 일제 강점기시대를 우리와 함께한 영국 여성이다. 선교사가 아닌 거주자로서 당시 외국인의 시각은 어떠했을까. 단순히 동양적 신비로움으로 한국을 바라보며 덮어놓고 예찬하는 글은 아닌지 의심하며 책장을 넘겼다.

메리의 서울 살이는 처음부터 쉽지 않다. 당시 가장 선진화된 영국에서 이제 막 개화된 나라로 와서 살려 했으니 오죽 했을까. 다사다난한 서울 살이 중 가장 여러 번 언급되는 것은 문화적 차이이다. 그런데 어쩐지 메리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인은 교과서에서 배웠던 지혜로운 조상님들이 아니다. 개에게 물리고 나서 개털을 태워 바른다는 이야기, 축음기를 보고 신의 소리라고 절을 했다는 이야기는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미개인으로 보는 시선이 드러나 한편으로 씁쓸하다.

삶의 방식 외에도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일본에 대한 시각이다. 메리는 한국인으로부터 일본에 대한 비난을 듣고 쉽게 수긍할 수 없다. 일본이 아니었다면 한국은 살 수 없는 나라였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메리의 모습은 한국인의 고통과는 동떨어진 말 그대로 외국인 생활자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외국인 역시 일본인에게 핍박 받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도움을 주었던 한국인들에 대한 은근한 애정을 보인다. 국제적 정세에 따라서 외국인 또한 심문을 받고 강제 퇴출당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 책은 메리 린리 혼자만의 시각으로 시대 상황을 서술했다는 점에서 정확한 역사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당시 시대 상황의 생생한 서술과 인물묘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게 한다. 한 나라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그 나라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반 세기 전 우리의 조상들을 가까이 지켜보았던 이 외국인의 책이 우리 과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조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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