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 에세이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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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현재진행중...?


고등학교때 까지 과학의 원리나 이론들은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했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존재해 왔던 이론인 것처럼, 다시는 변하지 않을 원리인 것 처럼 외우고 적용하며 문제를 풀었었다.  '외워야 할 대상'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변할 수 있는 이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시각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가 과학을 배우니 , 과학은 생각만큼 명확하지 않았고 불변의 진리인 것은 거의 미미했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실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이미 나왔던 이론들은 항상 뒤집힐 여지가 있었다.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다른학문보다  더) 과학은 현재 진행중인 학문이었다. 



현재진행중인 과학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은 그런 현재진행중인 과학연구 사례들에 대한 에세이다.  책에 실린 50편의 글 중 상당수가 2013년, 2014년에 나온 학술지 발표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살아있는 과학을 모은 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짠맛을 어떻게 느끼는지 명확히 밝혀진 것은 고작 2013년이고, 사람과 개의 관계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아직까지도 논쟁중이라고 한다. 이런 사례들을 심리학, 감각에서 부터 물리학, 인류학 까지 9가지 챕터를 만들어 풀어내고 있다. 각각의 에세이는 최신 연구를 소개하되, 지금까지 그 연구들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요약해놓아 현재의 연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일상 속 숨은과학찾기


실험이나 학술발표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어려울 것 같지만, 저자의 필력이 굉장하다. 어려운 내용도 일상 어딘가에서부터 풀어내는 주제가 '과학전문 작가'라고 불릴만하다. 그 주제들 또한 흥미롭다. 제리가 톰을 겁내지 않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  꿀벌들도 카페인 섭취를 통해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이야기에서 어느새 과학이 시작된다. 새 친구가 많아지면 옛 친구와 멀어지는 이유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고, 어른이 될 수록 창의적 사고가 힘들어지는 이유 또한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우리가 실생활과 연결해 보고 적용할 수도 있을 과학들이다.​ 개인적으로는 갑각류도 통증을 느끼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서, 바다 동물들을 사악하게 조리하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과학책에 말랑말랑함을 더해준 일러스트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이다. 과학책에 일러스트라니?  처음에는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읽는 동안 책의 분위기를 말랑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때문에 과학책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읽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작가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해 지는데, 알고 보니 이 작가는 과학 에세이로 유명하고 이미 여러권의 책을 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강석기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어 기쁘고, 저자의 전작들을 올해안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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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 3강 두명 신청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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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 아마존 ‘킨들’ 개발자가 말하는 콘텐츠의 미래
제이슨 머코스키 지음, 김유미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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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자책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처음 전자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어떤 블로그에서 '킨들' 이라는 전자책 단말기 소개 글을 보고 난 후 이다.  그때는 아이폰이 대중화되기도 전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모난 기계에 선명히 찍힌 전자 잉크를 보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왜 혼란스러웠을까. 내가 지금까지 알던 '책'이라는 형태가 변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움의 이유가 무엇이었든 그 전자책은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도 한국의 많은 독자는 전자책 단말기와는 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미에서는 전자책이 이미 출판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곧 전자책이 상용화 될 것이다.  앞으로 내가 접하게 될 전자책은 어떤 형태일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미래의 전자책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이 책을 읽게 했다

 

 

 

  '킨들'의 개발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제이슨 머코스키는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개발 책임자이다. MIT에서 수학을 공부했지만 책을 아주 좋아하는 책 벌레 이기도 하다.  저자는 '킨들'을 개발하는 비밀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출시까지 '킨들'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며 전자책의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한 사람이다. 책에는 그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전자책의 한계와 미래, 종이책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 등이 빼곡히 쓰여져 있다. 저자가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꿈꾸는 책은 전세계의 독자와 작가가 함께 소통하는 '한 권의 책'이다. 실시간으로 책에는 주석이 달리고, 지리적으로 흩어져 있는 독자들은 그 주석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다.  책은 어차피 작가와 함께 소통하는 일이라며, 저자는 전자책이 가져올 놀라운 세상을 이야기 한다. 

 


   '킨들'의 개발자에게서 엿보는 전자책의 한계와 가능성. 

 

 

   물론 전자책의 한계에 대해서도 명확히 말한다.  특히 아마존에 대해서 '인본' 중심적인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아마존이 계속 '인본' 중심적인 디자인을 빠뜨린다면 전자책 혁신에는 성공했을 지라도 전자책 전쟁에는 패배할 것 이라고 말한다. '인본' 중심적인 디자인은 독자가 책에서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느끼는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책의 주석, 접을 수 있는 책장 귀퉁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 그것이다. 또한 저자는 앞으로 전자책과 관련해 발전되어야 할 사업들에 대해서도 팁을 준다. 전자책을 기반으로 한 포스퀘어, 주석을 전문으로 저장해서 어떤 단말기에서도 보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업, 중고 전자책의 판매 등이 그것이다.  전자책의 한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독자들의 욕구를 알지 못한다면  제시할 수 없는 전자책 사업의 미래상 이다. 



    그냥 책 벌레 이기도 한 저자와 공감하며...  


   '킨들'의 개발자라는 것 외에도 이 저자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저자가 종이 책의 열렬한 독자라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일하지만 소형 서점의 멋을 알고, 전자책을 개발했지만 어릴 적 함께했던 종이 책의 질감을 잊지 못한다. 이런 점은 책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글이 더 생생히 다가오도록 했다. 일반 종이 책 독자의 입장에서 전자책을 생각해보는 저자의 이런 노력은   Bookmark라는 장에서 다양한 논의 거리를 다루며 독자에게 질문을 보낸다. 책속의 책갈피, 색인, 주석과 손때에 대한 추억, 이것들이 전자책으로 옮겨갈 것 인가에 대한 고민 등을 말이다. 

 

    전자책 혁명은 독서의 dueno,즉 책 표지를 죽였다. .....  낯선 사람에게 접근해서 당신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없다. ..... 전자책 표지가 부록처럼 나중에 덧붙여지고 거의 보이지도 않게 되어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리더의 가상 책장에서 책 표지를 볼 수 있지만 넓이가 겨우 2픽셀 밖에 안 된다. 나는 책 표지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전에 읽은 책의 표지로 집안을 도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마음의 추억으로 책을 볼 때 그 속에 들어 있었던 텍스트나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는 그 책의 표지가 떠오른다. 내게 책 표지는 실제 적인 의미에서 책이다. 267p

 

 

   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전자책의 탄생은 흥미로운 일이다. 동시에 출판업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어떤 입장이던  전자책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전자책과 관련한 미국의 출판 산업 동향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전자책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도 미래의 모습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게 도움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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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소시오패스 - 차가운 심장과 치밀한 수완으로 세상을 지배한다
M. E. 토머스 지음, 김학영 옮김 / 푸른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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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과 '이재경'은 같은 소시오패스 일까?

 

 

  영국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셜록은 자신을 소시오패스라고 이야기한다. 남이 뭐라고 하던지 자기 중심적이고 모든 것을 게임으로 생각하는 점을 보면 그럴 듯 하다. 여기에 이성적이고 유능한 모습까지 더해져 말 그대로 폼나는 탐정으로 그려진다.  이런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에 흥미롭게 다가왔는지 이 드라마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 마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이야깃거리이다. 반면에 별에서 온 그대의 '이재경' 같이 섬뜩한 범죄자로 묘사되는 소시오 패스도 있다. 여기서 '이재경'은 일반인이라면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살인마로 그려진다.  셜록은 소시오패스일까?  '이재경'은 소시오패스 일까? 둘 다 소시오패스라면 왜 이렇게 다른 모습인 걸까?    

 

 

우리가 신뢰하고 있는 사람들이 소시오패스라면?

 

  이 책은 소시오패스 자신의 소시오패스에 대한 자가 해부도 이다. 가명으로 책을 쓴 M.E. 토머스는 미국에서 '소시오패스월드 닷컴' 이라는 유명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직업은 변호사이며 매 학기마다 학생들의 강의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고 있는 법학 교수이기도 하다. 또한 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기도 한다.  이런 이력으로 본다면 주변 사람들은 이 사람을 매우 신뢰하고 있을 것 같다.  만약 우리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소시오패스라면 어떤 기분일까. 그닥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자신의 아이에게  까지도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는 '소시오패스'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소시오패스가 말하는,  소시오패스가 무서운 이유.


  물론 우리 사회가 소시오패스를 그렇게 바라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저자 역시 소시오패스와 정상인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소시오패스가 강자이지 약자는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이들에게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덕적 죄책감이 없다. 그래서 남들과의 경쟁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시간에 성공을 위한 계산을 할 수 있고 죄책감 없이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범죄를 저질러 본 적이 없는 저자 또한 실제로 자신에게 면박을 주었던 사람을  죽일 방법을 생각하며 끈질기게 쫓아간 적이 있다는 이야기에서는 소시오패스가 언제든 주위 사람들을 해칠 수 있다는 섬뜩한 예감을 들게 한다.  

  또한 소시오패스는 정상인 보다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많다. 책에 나오는 연구에 따르면, 소시오 패스의 뇌는 정보를 작은 조각으로 나눠 좌뇌와 우뇌에 무작위로 저장한다고 한다. 이것은 양쪽 대뇌 반구 사이를 오가는 정보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게 하여 더욱 소시오패스를 유능하게 만든다. 

 

 


소시오패스는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소시오패스의 탄생 (또는 소시오패스 유전자의 발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것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화제이지만 심리학자와 과학자들을 대부분 유전적인 영향과 환경적인 영향이 뒤섞여 발현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 역시 이런 말에 공감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허영심 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야기 하면서 자기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느꼈던 결핍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자란 환경보다 더 나쁜 환경, 혹은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소시오패스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묻는다.  소시오패스가 환경의 피해자인가 아닌가는 이후의 소시오패스에 대한 법적 판단의 근거에서 중요한 논쟁 거리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소시오패스에 대한 지금 까지의 인식이 올바른 것일까?

 

 

  잠재적인 범죄 가능성과 양심의 부재로 소시오패스를  예비범죄자로 바라보고 있는 사회적 인식은 올바른 것일까?  저자는 역사적으로 소시오패스라는 진단이 온갖 불량한 특징을 부작위로 뒤섞은 반 사회적인 행동의 창고로 취급 받아왔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소시오패스들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영원히 숨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 삶의 목표는 '무사통과'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내가 누구인지 아는 데 있다. 나는 밝은 빛 안에서 살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안전하지 않다. 사람들이 소시오패스를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  382p

 

'긴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 공감자와 소시오패스를 놓는다면, 실제로 그 양극단에 몇 명밖에 없고 나머지는 중간 어디쯤에 뒤죽박죽 엉겨 있지 않을까? '  373p

 

저자는 소시오패스를 대하는 이중 잣대를 이야기하며 동성애에 대한 지금 까지의 역사를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인류의 역사도 교만하고 잔인한 공감자 들의 행동으로 점철되어 있다며 소시오패스를 영원히 수용하거나 유배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부디 한 번쯤 망설여 달라고 이야기 한다. 

 

 


내가 소시오패스를 만날 때를 생각한다면...

 

 

 어쩌면 이 책 역시 저자가 사람들을 조종하기 위해서, 소시오패스인 자신의 입지를 다르게 하기 위해 쓰여진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25명 중 1명은 소시오패스라면, 인생의 한 번 쯤은 누구나 소시오패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가 소시오패스라는 것을 알고 싶다면 한번 쯤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더불어 소시오패스의 존재와 우리의 반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비록 드라마 속 인물이지만 셜록과 이재경이 왜 그렇게 다른 특성으로 그려지는 지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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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송복 지음 / 시루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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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보다는 이순신?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가 기억난다. 그때 바다에서는 이순신의 모습을 비추어 주고, 육지에서는 류성룡과 조정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순신밖에 잘 모르던 나는 류성룡이 뭘 하고 있던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오직 주인공은 이순신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그때 이순신에만 집중해서 드라마를 보았듯, 임진왜란 당시에 대한 역사 인식도 이순신이라는 인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의 조선 상황, 류성룡 이라는 인물보다는 이순신의 업적만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내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5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깊은 나라였다. 임진왜란 당시 상황에 대한 인식도 비슷하다. 단지 이순신이라는 영웅을 가진 훌륭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펴 들었을 때 당황했다.  이미 썩을 대로 썩은 집 같아 무너져 내리기 만을 기다리는 나라, 왕 조차 버리려 했던 나라, 군인들이 무기가 없고 도망치기 바쁜 '도망군'의 나라. 이것이 이 책에 등장하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대한 수식어의 일부였으니 말이다.

 

 

왕조차 국가에 대한 주인 의식이 없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왕과 신하들의 생각이었다. 신하들은 조선을 내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명나라 만을 생각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중국 인물을 공부하고, 중국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큰 뜻이었다. 왕은 더 나아가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조선을 완전히 버리는 길을 주장한다. 의병이 곳곳에서 일어나려는 마당에 명에 내부 하자고 주장하는 왕의 모습은 상식적으로 받아드리기가 어렵다. 

 


징비록을 통한 경고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당시 시대 상황을 다각도로 이야기하려 애쓴 흔적 때문이다. 특히 그 당시의 정치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상태, 류성룡을 비롯한 신하들의 상소문을 통해서 한 사건을 분석했다. 이렇게 상세한 분석은 이 때를 기억해야 한다는 저자의 간절함이 묻어 나는 것 같다.  이순신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류성룡의 징비록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본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선조들을 생각하며,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어려웠던 조선의 역사를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항상 현재에만 관심을 가졌던 내게 과거 인식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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