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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소시오패스 - 차가운 심장과 치밀한 수완으로 세상을 지배한다
M. E. 토머스 지음, 김학영 옮김 / 푸른숲 / 2014년 6월
평점 :
'셜록'과 '이재경'은 같은 소시오패스 일까?
영국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셜록은 자신을 소시오패스라고 이야기한다. 남이 뭐라고 하던지 자기 중심적이고 모든 것을 게임으로 생각하는 점을 보면 그럴 듯 하다. 여기에 이성적이고 유능한 모습까지 더해져 말 그대로 폼나는 탐정으로 그려진다. 이런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에 흥미롭게 다가왔는지 이 드라마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 마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이야깃거리이다. 반면에 별에서 온 그대의 '이재경' 같이 섬뜩한 범죄자로 묘사되는 소시오 패스도 있다. 여기서 '이재경'은 일반인이라면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살인마로 그려진다. 셜록은 소시오패스일까? '이재경'은 소시오패스 일까? 둘 다 소시오패스라면 왜 이렇게 다른 모습인 걸까?
우리가 신뢰하고 있는 사람들이 소시오패스라면?
이 책은 소시오패스 자신의 소시오패스에 대한 자가 해부도 이다. 가명으로 책을 쓴 M.E. 토머스는 미국에서 '소시오패스월드 닷컴' 이라는 유명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직업은 변호사이며 매 학기마다 학생들의 강의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고 있는 법학 교수이기도 하다. 또한 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기도 한다. 이런 이력으로 본다면 주변 사람들은 이 사람을 매우 신뢰하고 있을 것 같다. 만약 우리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소시오패스라면 어떤 기분일까. 그닥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자신의 아이에게 까지도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는 '소시오패스'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소시오패스가 말하는, 소시오패스가 무서운 이유.
물론 우리 사회가 소시오패스를 그렇게 바라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저자 역시 소시오패스와 정상인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소시오패스가 강자이지 약자는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이들에게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덕적 죄책감이 없다. 그래서 남들과의 경쟁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시간에 성공을 위한 계산을 할 수 있고 죄책감 없이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범죄를 저질러 본 적이 없는 저자 또한 실제로 자신에게 면박을 주었던 사람을 죽일 방법을 생각하며 끈질기게 쫓아간 적이 있다는 이야기에서는 소시오패스가 언제든 주위 사람들을 해칠 수 있다는 섬뜩한 예감을 들게 한다.
또한 소시오패스는 정상인 보다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많다. 책에 나오는 연구에 따르면, 소시오 패스의 뇌는 정보를 작은 조각으로 나눠 좌뇌와 우뇌에 무작위로 저장한다고 한다. 이것은 양쪽 대뇌 반구 사이를 오가는 정보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게 하여 더욱 소시오패스를 유능하게 만든다.
소시오패스는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소시오패스의 탄생 (또는 소시오패스 유전자의 발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것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화제이지만 심리학자와 과학자들을 대부분 유전적인 영향과 환경적인 영향이 뒤섞여 발현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 역시 이런 말에 공감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허영심 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야기 하면서 자기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느꼈던 결핍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자란 환경보다 더 나쁜 환경, 혹은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소시오패스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묻는다. 소시오패스가 환경의 피해자인가 아닌가는 이후의 소시오패스에 대한 법적 판단의 근거에서 중요한 논쟁 거리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소시오패스에 대한 지금 까지의 인식이 올바른 것일까?
잠재적인 범죄 가능성과 양심의 부재로 소시오패스를 예비범죄자로 바라보고 있는 사회적 인식은 올바른 것일까? 저자는 역사적으로 소시오패스라는 진단이 온갖 불량한 특징을 부작위로 뒤섞은 반 사회적인 행동의 창고로 취급 받아왔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소시오패스들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영원히 숨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 삶의 목표는 '무사통과'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내가 누구인지 아는 데 있다. 나는 밝은 빛 안에서 살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안전하지 않다. 사람들이 소시오패스를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 382p
'긴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 공감자와 소시오패스를 놓는다면, 실제로 그 양극단에 몇 명밖에 없고 나머지는 중간 어디쯤에 뒤죽박죽 엉겨 있지 않을까? ' 373p
저자는 소시오패스를 대하는 이중 잣대를 이야기하며 동성애에 대한 지금 까지의 역사를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인류의 역사도 교만하고 잔인한 공감자 들의 행동으로 점철되어 있다며 소시오패스를 영원히 수용하거나 유배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부디 한 번쯤 망설여 달라고 이야기 한다.
내가 소시오패스를 만날 때를 생각한다면...
어쩌면 이 책 역시 저자가 사람들을 조종하기 위해서, 소시오패스인 자신의 입지를 다르게 하기 위해 쓰여진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25명 중 1명은 소시오패스라면, 인생의 한 번 쯤은 누구나 소시오패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가 소시오패스라는 것을 알고 싶다면 한번 쯤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더불어 소시오패스의 존재와 우리의 반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비록 드라마 속 인물이지만 셜록과 이재경이 왜 그렇게 다른 특성으로 그려지는 지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