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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 아마존 ‘킨들’ 개발자가 말하는 콘텐츠의 미래
제이슨 머코스키 지음, 김유미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전자책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처음 전자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어떤 블로그에서 '킨들' 이라는 전자책 단말기 소개 글을 보고 난 후 이다. 그때는 아이폰이 대중화되기도 전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모난 기계에 선명히 찍힌 전자 잉크를 보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왜 혼란스러웠을까. 내가 지금까지 알던 '책'이라는 형태가 변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움의 이유가 무엇이었든 그 전자책은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도 한국의 많은 독자는 전자책 단말기와는 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미에서는 전자책이 이미 출판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곧 전자책이 상용화 될 것이다. 앞으로 내가 접하게 될 전자책은 어떤 형태일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미래의 전자책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이 책을 읽게 했다.
'킨들'의 개발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제이슨 머코스키는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개발 책임자이다. MIT에서 수학을 공부했지만 책을 아주 좋아하는 책 벌레 이기도 하다. 저자는 '킨들'을 개발하는 비밀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출시까지 '킨들'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며 전자책의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한 사람이다. 책에는 그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전자책의 한계와 미래, 종이책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 등이 빼곡히 쓰여져 있다. 저자가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꿈꾸는 책은 전세계의 독자와 작가가 함께 소통하는 '한 권의 책'이다. 실시간으로 책에는 주석이 달리고, 지리적으로 흩어져 있는 독자들은 그 주석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다. 책은 어차피 작가와 함께 소통하는 일이라며, 저자는 전자책이 가져올 놀라운 세상을 이야기 한다.
'킨들'의 개발자에게서 엿보는 전자책의 한계와 가능성.
물론 전자책의 한계에 대해서도 명확히 말한다. 특히 아마존에 대해서 '인본' 중심적인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아마존이 계속 '인본' 중심적인 디자인을 빠뜨린다면 전자책 혁신에는 성공했을 지라도 전자책 전쟁에는 패배할 것 이라고 말한다. '인본' 중심적인 디자인은 독자가 책에서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느끼는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책의 주석, 접을 수 있는 책장 귀퉁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 그것이다. 또한 저자는 앞으로 전자책과 관련해 발전되어야 할 사업들에 대해서도 팁을 준다. 전자책을 기반으로 한 포스퀘어, 주석을 전문으로 저장해서 어떤 단말기에서도 보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업, 중고 전자책의 판매 등이 그것이다. 전자책의 한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독자들의 욕구를 알지 못한다면 제시할 수 없는 전자책 사업의 미래상 이다.
그냥 책 벌레 이기도 한 저자와 공감하며...
'킨들'의 개발자라는 것 외에도 이 저자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저자가 종이 책의 열렬한 독자라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일하지만 소형 서점의 멋을 알고, 전자책을 개발했지만 어릴 적 함께했던 종이 책의 질감을 잊지 못한다. 이런 점은 책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글이 더 생생히 다가오도록 했다. 일반 종이 책 독자의 입장에서 전자책을 생각해보는 저자의 이런 노력은 Bookmark라는 장에서 다양한 논의 거리를 다루며 독자에게 질문을 보낸다. 책속의 책갈피, 색인, 주석과 손때에 대한 추억, 이것들이 전자책으로 옮겨갈 것 인가에 대한 고민 등을 말이다.
전자책 혁명은 독서의 dueno,즉 책 표지를 죽였다. ..... 낯선 사람에게 접근해서 당신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없다. ..... 전자책 표지가 부록처럼 나중에 덧붙여지고 거의 보이지도 않게 되어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리더의 가상 책장에서 책 표지를 볼 수 있지만 넓이가 겨우 2픽셀 밖에 안 된다. 나는 책 표지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전에 읽은 책의 표지로 집안을 도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마음의 추억으로 책을 볼 때 그 속에 들어 있었던 텍스트나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는 그 책의 표지가 떠오른다. 내게 책 표지는 실제 적인 의미에서 책이다. 267p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전자책의 탄생은 흥미로운 일이다. 동시에 출판업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어떤 입장이던 전자책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전자책과 관련한 미국의 출판 산업 동향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전자책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도 미래의 모습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게 도움을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