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모던 컬렉션 시리즈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미화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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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많은 사람들의 삶이 존재하는 소설이었다.

댈러웨이 부인은 피터와 이별하고 리처드 댈러웨이와 결혼했지만 여전히 그것이 옳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파티를 열어서, 사람들을 모으고, 그 화려함 속에서 댈러웨이 부인은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고민을 달래고 있었던 것 같다. 댈러웨이 부인이 된 클라리사, 여성은 타인에 의해 여러 방식으로 읽혀진다. 그 중 눈에 띄었던 것이 브루턴 공작부인이 언급한 내조라는 단어였다. 댈러웨이 부인, 아니 클라리사는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그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인물은 샙티머스와 샐리 시튼이었다. 두 사람 모두 클라리사 댈러웨이에게 어떤 의미를 준 사람처럼 느껴졌다. 샙티머스는 전쟁 후의 ptsd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친구의 망령과 찾아오는 죽음의 충동 사이에서 결국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게 된다. 그가 죽지 않기를 바랐던 나는 그의 죽음이 안타까웠고, 그 죽음에 대해 전해들은 클라리사의 반응을 보고 혹시 그도 죽음을 갑작스럽게 선택하지않을까 놀랐다.

하지만 클라리사 댈러웨이는 여전히 울리는 시계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파티장으로 돌아간다. 마지막에는 피터 앞에 서고, 피터는 클라리사로 채워진다.

나는 살고 싶어했던 샙티머스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비록 그 삶 속에서 여전히 그를 고통스럽게 하는 이성과 망령이 있을지라도. 살아있다면 언젠가, 다시 모자 하나로 레치아와 행복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클라리사 역시 살아가기를 바랐다. 그가 향한 파티장에는 여전히 살아가면서 계속 하게될 후회와 고민같은 것이 존재할 테지만 그럼에도 그곳에 삶이 있기 때문이다.

샐리 시튼은 무척 반짝이는 인물 같았다. 클라리사 댈러웨이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는 그는 분명 그랬다. 그러나 그 역시 이제는 결혼하여 로시터 남작부인이 되어있었고 다섯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다. 클라리사는 그에게서 이전의 반짝임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웠지만, 그리고 어딘가 쓸쓸했지만 그것 역시 삶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모두 과거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나의 존재는 어디에 있는가 생각하면서 살아가는게 아닐까.

그 외에도, 이탈리아에서 결혼을 위해 영국에 온 레치아와 엘리자베스와 킬먼 양의 관계에 대한 시선도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고, 그들 모두가 존재하고 있다.

한 이야기에는 그곳에 등장하는 인물만큼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는, 어딘가에서 본 말이 떠오르는 소설이었다.

중심은 가까워질수록 멀어졌고, 황홀해질수록 바랬다. 결국 한 가지 결론만 남았다. 바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자신이 마치 자살한 청년처럼 느껴졌다. 그가 그 일을 해냈다는 사실이 기뻤다. 다른 사람들이 계속 살아가는 동안 그는 모든 것을 내던져버리지 않았는가.

이 두려움은 뭘까? 이 황홀감은 또 뭐지?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예사롭지 않은 흥분으로 나를 채우는 이것은 뭐지?
클라리사로군. 그가 말했다.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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