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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낙천적인 아이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0
원소윤 지음 / 민음사 / 2025년 7월
평점 :
세 살 오빠를 먼저 떠나보낸 가족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소윤'의 시선이 가슴을 먹먹하게 울린 책이다. 스탠드업 코미디언다운 유머가 사소한 일상(빈 두유 팩, 무말랭이 무침, 도서관 침묵)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산뜻하게 풀어내는 게 인상적이었고, 어린 시절 엄마의 불안한 그림자를 보며 공중전화로 "엄마, 나 소윤이야"라고 외치던 장면에서, 그 무력한 사랑이 스며들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슬픔과 농담은 서로 기대어 서 있다"고 했듯, 죽음과 불안을 직면하면서도 "알잖아, 전부 농담인 거"로 끝맺는 태도가 꽤 낙천적이었으며, 외할아버지 치릴로의 추억이나 타워크레인 아버지의 위험을 '레드 카펫 밟기'로 상상하는 대목은 웃음 속에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이 '꽤'라는 단어가 절망을 모른 척하지 않으면서 버티는 삶의 리듬을 잘 담아낸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고통 받는 존재끼리 "서로 너무 못되게 굴면 같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소윤의 말처럼 일상이 새로워 보이는 느낌이었고, 자전적 성장소설이 에세이처럼 생생해서 웃고 울며 읽다 보니 내 상처도 위로받은 기분을 받았다. 무거운 현실 속 유머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하루를 더 밝게 버티게 해주는 힘을 전해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