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프카의 글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었나? 했더니 제대로는 없었다. 그의 편지나 단편의 일부를 접했을 뿐. 이 책을 주문한 것은 폴 오스터의 글 때문이었다. 낯선 사람에게 말걸기라는 책에서 그는 카프카의 죽음이 오늘날까지도 견딜 수 없는 상실감을 안겨 준다고 썼다. 폴 오스터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이제 카프카를 읽을 때도 됐다고 생각했다. 이 책과 함께 주문한 다른 책에 밀려 정작 읽은 것은 몇 편 뿐이지만 내 선입견을 완전히 깼다는 점은 인정해야겠다. 너무 유명해서 뭔가 익숙한 느낌일 거라 생각했는데 즐겁게도 아주 생소하다.
뭐야. 내 이야기인가. 했다. 뭔가 읽은 소감을 써볼까 했지만 먹먹해지는 기분도 들고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 다만 문학을 꼭 우리에게 익숙한 잣대로 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문학이 꼭 예술적이고 완벽한 문장일 이유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나름의 가치가 있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걸로 됐지 뭐. 그리고 어찌 보면 심각한 이야기인데 중간중간 작가의 자제된 위트가 느껴져서 좋았다.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할머니 의사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부분인데, 영역본에서는 그 부분이 사뭇 느낌이 다르다. 우리말로 미안하다는 그 말에 함축된 모든 것을 영어로는 표현을 하지 못할수도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