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 - 스탠딩에그 커피에세이
에그 2호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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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쌉싸름한 향과 어둡고 무거운 색감이 주는 그 어른스러움 때문에 내게는 어른의 음료였다.

어른이 마시는 것이었기에 친구들이 졸음을 쫓는다며 마실 때도 내겐 아직 멀기만 한 그 어떤 동경의 대상.

그런 커피를 처음 마셨던 날 그리고 처음 스탠딩 에그의 음악을 만났던 날을 떠올려 본다.

낯섦이라는 설렘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감싸쥔 손에 전달되던 따스함 그리고 쌉싸레하지만 입 안 가득 퍼지는 커피 특유의 검고 진한 맛으로 기억된 커피와의 첫 만남.

낮게 깔리는 에그2호의 목소리와 잔잔하기도 하고 설레게 하는 음들이 귀를 쫑긋거리게 만들었던 스탠딩 에그와의 첫 만남.

그리고 이 둘은 내게 어느새 얼마의 시간을 함께 하며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어 친구 같은 익숙함과 편안한 휴식 같은 따뜻함을 주는 커피와 음악이 되었다.

커피와 스탠딩 에그라니 이토록 잘 어울리는 조합이 또 있을까?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은 바로 인디 밴드 스탠딩 에그의 에그2호가 쓴 커피 에세이로 그가 이곳 저곳에서 마신 이런 저런 커피에 대한 기억들과 감상의 편린을 조각 조각 모아 놓은 커피향 나는 커피 같은 책.

우리들은 무미건조한 하루를 버틸 수 있도록 무언가에 애정을 쏟으며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에그 2호'에겐 '커피'가 그런 하나.

그의 커피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커피를 닮아 참 진하고 부드럽고 깊은 향처럼 책에서 폴폴 풍긴다.

커피 품종은 물론이고 만드는 사람과 기후에 따라서도 동일한 커피란 존재할 수 없고, 샷이 몇 번 추가되는지에 따라 커피와 우유의 비율의 아주 사소한 차이로 수많은 이름이 존재하는 커피처럼 우리 각자도 자기만의 맛을 가진 유일한 존재로 다양한 취향을 존중받는 컬러풀한 세상을 꿈꾸기도 하고, 커피 맛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커피 마시는 순간을 마치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즐기고 싶다는 에그 2호.

커피를 마주하면 천천히 한 모금씩 입에 머금을 때마다 그 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온 감각을 집중한다는 그의 진지한 태도에서는 자세를 고쳐앉게 된다.

그가 오랫동안 무언가를 좋아해온 사람의 모습에서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던 롯본기에서의 블랙커피 이야기를 읽으며 이 책을 쓴 에그2호의 모습에서 이번에는 내가 그와 동일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커피'에 빠진 그는 결국 그만의 커피를 만드는 장소를 열기까지 했는데 그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망원동에 있는 그의 모티프 커피바에서 오늘도 원두를 갈고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함께 나눠 마실 좋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그들에게 건네는 커피 한 잔이 그들의 멋진 하루로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니 언제가 살그머니 찾아가 보아야겠다.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을 들고 말이다. 내가 찾아간 날의 커피 한 잔이 선물해 줄 멋진 하루가 벌써부터 커피향을 머금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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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는 나눔을 위한 거야 I LOVE 그림책
스테파니 파슬리 레드야드 지음, 제이슨 친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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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사리 손으로 귤껍질을 열심히 까더니 "엄마 먹어!"하며 아이가 내 입으로 밀어넣어주던 달디 단 귤.

아마도 자신을 먹이고 입히고 보살피는 엄마의 모습을 흉내내는 것도 있을 것이고, 엄마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요. 아... 사랑한다는 마음은 그렇게 표현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내 것을 나누는 일, 내 것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의 작은 몸짓에서 하지만 크고 깊은 사랑에서 느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런 사랑과 나눔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파이나눔을 위한 거야>가 제 마음에 들어왔어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닮은 붉은 색의 앞면지를 넘기면 부엌에서 맛있어 보이는 파이를 구워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랑스러운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갈 준비를 마친 가족. 가만 보니 이웃 모두가 다들 뭔가를 들고 어디론가 가는 것 같네요.

 


도착지에 먼저 온 친구들 그리고 다른 가족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 함께 온 가족들의 검은 강아지도 환영을 받습니다.

아...그렇군요.

모두가 함께 하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동물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자연 속에서 나눔의 잔치는 시작됩니다.

준비해 온 파이를 나누다 모자란 친구와는 책을 나누고, 공도, 노래도, 시간도, 산들바람도, 이야기도 그야말로 모든 것들을 나누는 사람들.

쉽기도 하고 곤란할 때도 있지만 언제나 빛나는 나눔의 순간들.그 반짝이는 순간들을 사람들은 함께하고 나눕니다.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을 때가 떠오릅니다. 엄마와 연결된 탯줄로 끊임없이 엄마의 모든 것을 나눔받으면서 생명은 시작되지요. 그렇게 생명은 나누기 위해서, 나눔이 사랑임을 태어나면서부터 배우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의미가 바로 서로를 나누는 것이라는 기적같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그림책이면서 내게 주어진 것을 진정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바로 나눔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참 따뜻한 그림책 <파이나눔을 위한 거야>

시 같은 간결한 언어가 주는 간단명료한 메세지가 노래처럼 아름답고 부드럽게 귓가를 맴돌고 ,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은 이 책 자체가 주는 나눔의 가치를 또 다른 선율로 그리고 있지요. 그래서 마치 화음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이중창을 듣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와 그림이 서로의 존재감을 각각 드러내면서 서로 나누는 모습이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더 멋있고 의미있게 마음 속에 남는 그림책이네요. 살아간다는 것은 나누는 것이고, 삶이 나눔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잊으셨다면 이 책을 꼭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오늘도 당신을 혹은 무언가를 나누고 받은 당신의 삶과 연결된 세상 모든 것들이 감사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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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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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제목만으로 심장이 쿵 내려앉는 책.

사실 정량화하고 수치화했을 때의 편리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해도 숫자와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을 느끼는 나로서도 만약 이런 문장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우리에게 한정된 삶을 그래서 소중한 한 순간 한 순간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7개의 이야기들이 실린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첫 이야기인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에서는 제목에서 오는 직감으로 아... 주인공의 어머니가 곧 돌아가시겠구나 싶은 생각에 주인공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함께 가슴 졸이며 점점 어머니가 손수 지어주시는 밥을 거부하다 점점 어머니에게서 멀어져가는 주인공 가즈키를 만난게 된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저 문장. 숫자가 하나씩 줄 때마다 과연 어떤 기분일까? 우리 모두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그 정확한 시점은 모른 채 살아가기에 이렇게 숫자로 카운트다운을 하게 된다면 하루 하루가 어떤 기분일지... 그 공포감과 조바심에 압사당할 것 같기만 하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은 순간 일어난 반전. 비록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객관화된 사실로 인정하고 숫자가 줄어드는 데 의미를 두기보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얼마나 진하게 음미하며 지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함을 알려주는 이야기 하나.

'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

부모를 사고로 잃은 주인공 게이스케는 우연히 얻은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공중전화 카드를 얻게 돼 이를 이용해 부모의 사고를 막아 보려고 한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 어느 쪽의 나에게라도 전화를 걸 수 있는 5번의 기회. 그렇지만 1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에 있는 현재의 내가 벌이는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계획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지만 마지막 전화에서 게이스케는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고 마지막까지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해야 할 것들을 전하고 그 답을 얻게 된다. 우리가 함께 하는 순간들이 갖는 그 일회성과 유한성 그래서 소중한 그때에 마음을 전하는 일만큼은 최선을 다해도 된다고 다독다독해주는 이야기.

'당신이 수업에 나갈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1만 6213번 남았습니다'

공부와는 담쌓은 여고생 가쓰라기의 눈에 보이는 제목의 문장 때문에 공부란 걸 시작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숫자라면 고등학교 유급을 몇 번을 하고도 남을 숫자이기에 친구들과 함께 졸업하고 싶은 마음 하나로 공부란 걸 열심히 해보는 가쓰라기. 무언가를 위해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반전의 결말이 주는 즐거움에 학창시절이 떠오르는 이야기.

'당신에게 불행이 찾아올 횟수는 앞으로 7번 남았습니다'

평범한 20대 여사원 오노에게 행운도 아닌 불행의 편지가 도착. 장난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게 왠일인가? 정말 하루 종일 꼬이고 꼬여서 보는 내가 다 안타까울 지경. 그렇지만 귀엽고도 살짝 미소짓게 만드는 그런 불행들이 연속된다. 그런 연속된 불행이 안내한 결말을 보고 있자니 이런 거라면 불행을 7번이 아니라 몇 번이라도 기꺼이 맞아줄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의 인생이 행과 불행으로 뒤범벅되어 있지만 어쩌면 사소한 불행들이라 여겼던 것들이 큰 행복으로 이어질수도 있겠다 싶어 사소한 불행들마저 소중하게 여겨지는 이야기.

'당신이 거짓말을 들을 횟수는 앞으로 122만 7734번 남았습니다'

상대가 하는 말의 거짓여부를 알 수 있는 세노오. 결국 사람들의 거짓말 아니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싫어 부모도 선생님도 친구도 없는 외톨이가 된다. 그런 그녀에게 좋아하는 진심을 전한 하세베. 거짓이 아닌 진심에 놀란 세노오는 기회만 생기면 하세베의 마음을 시험하며 행복과 불안에 휩싸인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내고 대학 졸업을 앞둔 두 사람에게 찾아온 이별의 위기. 하세베는 처음으로 서로를 위해 서로를 상처주는 거짓말을 한다. 사랑이라는 진심 앞에서 거짓말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할지... 사람에 대한 불신과 사랑에 대한 불신을 혼동했던 적이 있는 나로서는 참 여러모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 이야기.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당신이 놀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9241번 남았습니다'

장난감 회사에서 가장 놀 줄 모르는 남자 다부치와 매번 히트 상품을 만드는 여자 후쿠모토가 함께 놀게 된다. 진지어르신 다부치는 과연 명랑쾌활 소녀 후쿠모토와 놀면서 노는 기분을, 노는 법을 회복(?)할 수 있을까?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참거나 당당하게 행동하지 못한 순간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동시에 그러면 좀 어때라는 작은 용기를 나에게 하나씩 선물해주고 싶어지는 이야기.

'당신이 살 수 있는 날수는 앞으로 7000일 남았습니다'

록가수가 되는 것이 꿈인 손자 나오야와 하나뿐인 손자의 꿈을 응원하는 할아버지 고모다 씨가 나온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밴드 멤버들 모두 직장을 정하고 나오야 역시 꿈을 접고 구직활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멈춰버린 카운트다운. 그러다 언젠가부터 자신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다녀오고서 자신이 역시 음악을 좋아하고 있음을 확인한 나오야. 카운트다운은 다시 시작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문장이 조금 바뀌어 있다. 나오야는 멈췄던 꿈과 함께,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꿈을 접고 현실을 살아야 하는 나오야에게서 젊은 날의 나와 그리고 지금 이땅의 젊은이들의 모습이 겹쳐보여 나오야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고 마음 속으로 나오야를, 나오야의 꿈을 응원하다가 마지막 할아버지의 눈에만 보이는 남은 횟수를 보면 마음이 그냥 먹먹해져버렸다. 이번에도 역시 반전은 있었다. 살아있다고 다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지, 소중한 하루를 무엇을 위해 보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

읽기 전까지는 그저 엄정하고 비정해 보이기까지한 숫자를 가지고 무겁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펼쳐보니 소소한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하나 하나 손꼽아주며 때론 귀엽고 아기자기하면서 때론 깊이 있는 울림을 전달하는 이야기들을 만났다. 게다가 하나같이 반전의 묘미를 살려 눈물과 미소가 공존하는 이야기들.

이야기마다 결말의 반전이 가져다주는 놀라움과 그로 인한 감동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앞으로 작가인 우와노 소라가 새로운 이야기를 쓸 때마다 늘어날 테니 그녀의 표현법을 빌어 말하자면 <당신이 우와노 소라의 이야기에 감동할 횟수는 앞으로 n번 남았습니다>가 되겠다. ^^

그동안 내게 1이든 183이든 94820이든 뭉뚱그려 숫자에 불과했던 것들이 숫자 하나 하나가 의미있는 존재로 다가왔다. 만약에 나만이 볼 수 있는 문장이 있다면 어떤 문장일까? 나의 일상 속에서 카운트다운되고 있는 소중한 단 한 번, 단 한 순간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전화번호도 잘 못 외우는 요즘의 나이지만 이 책 제목만큼은 절대 잊지 못하겠다.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챙기라는 메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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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그림책은 내 친구 55
앨러스터 리드 지음, 윤주희 그림, 이주희 옮김 / 논장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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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멍 때리며 공상하거나 내 맘대로 상상하는 시간이 나의 하루에서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어른이 되면서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다 보니라는 변명으로 나 자신을 자꾸 규격에 맞춘 인간으로 만들어 가며 말랑말랑하던 뇌를 점점 굳어가게 방치하고 있다 보니 그리 된 것. 그러다 아이들 그림책을 보며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우고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새롭게 그림책을 만나고 있는 중에 그림책 <만약에......>를 보고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아! 그림책은 마음만 쓰담쓰담해주는 게 아니라 생각의 자유로움까지 누리게 해주는 것이구나!!!

상상의 즐거움을, 상상의 힘을, 상상하는 자유로움을 제대로 그리고 즐겁고 유쾌하게 느낄 수 있는 <만약에......>


우리의 생각이 마음껏 놀게 해주는 마법의 한 마디!

만.약.에.

현실이라는 한계를 가볍게 뛰어 넘어 말 그대로 무한 상상으로 질주할 수 있는 신호탄. 만약에!

그 '만약에'로 이 그림책은 시작된다.

한 장 한 장 제각각 다른 '만약에'로 시작되는 상상의 여행.

'만약에 ~라면'이라는 문장으로 그저 우리에게 상상의 배경만을 던져주는 게 전부다.

그런데 그 상상의 배경이자 시작들이 너무나 재미있고, 너무나 말도 안 되고, 너무나 어이없고,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너무나 허무맹랑하고, 너무나 매력적이고, 너무나 발칙하고, 너무나 당황스럽고, 너무나 신기해서 그것 자체로도 너무나 멋진 이야기들이 된다.

정말 하나하나 다 마음에 들지만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들.

 
 


"만약에 내가 작은 배를 만들어 타고 세계를 한 바퀴 돌고서 내 고향 바닷가가 1킬로미터쯤 남았을 때 모두가 메달이며 카메라를 들고 나를 기다리는데 나는 그냥 배를 돌려서 반대 방향으로 다시 세계 일주를 떠난다면..."

"만약에 내가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생판 모르는 사람이 비쳐서 '누구세요?'라고 묻자 그 사람이 '마라도 씨다"라고 대답한다면..."

"만약에 내가 백만장자인데 허름한 옷을 입고 은행에 갔다가 불친절한 경비원에게 쫓겨나고 은행장에게 전화해서 은행을 사 버린 다음 다시 허름한 옷을 입고 은행에 가서 또 경비원이 소리를 지를 때 귓속말로 '아저씨 해고.'라고 한다면..."

"만약에 내가 동물로 변신하는 법에 관한 책을 읽고 주문을 외워 고양이로 변신했는데 다시 사람으로 변신하려고 책 위로 기어 올라갔을 때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사실 전부 다 마음에 들어 어느 하나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지만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이 책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상 자체가 현실에서의 일탈이기에 이 그림책이 주는 마음의 자유로움은 그야말로 뚫어뻥!!

보면서 이토록 가슴 뚫리듯 신나는 기분이 들었던 책이 과연 몇이었나 싶다.

그림책 <만약에......>의 매력은 이야기 자체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차고 넘친다.

아직 글을 모르는 네 살, 다섯 살 우리 집 꼬마들도 책을 읽어주기도 전에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참을 보다가 혼자서 몇 번을 넘겨보는 게 아닌가. 게다가 자기들이 먼저 이야기를 만들어 나에게 읽어주기(?) 시작한다.

많은 색을 쓰지 않으면서 눈을 사로잡는 몇 가지 색으로만 그려진 그림이지만 그 자유로운 분위기와 힘이 재미있고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각인된다. 윤주희 작가님의 그림들이 <만약에......>의 상상들과 정말 찰떡궁합으로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서로의 매력이 더 반짝반짝 빛나는 그림책이 되었다.

넓고 넓은 검은 우주라는 식탁보 위에 색색깔의 별들이 마치 별사탕처럼 깔려 있는 면지를 펼쳐놓고 정신줄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본다. 거기서 마음껏 돌아다니며 이 맛 저 맛 색색의 별사탕들을 집어 먹으면서 상상의 우주에서 좀 실컷 놀다가 와야겠다. 사실 상상의 자유는 애나 어른이나 누구에게나 필요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몸이 매어있는 나같은 어른들에게 더더욱 필요한 마음의 자유, 상상의 자유인지라 아이들보다 내가 더 이 책을 자주 펼쳐볼 것 같은 이 설레는 기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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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나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91
오호선 지음, 정진호 그림 / 길벗어린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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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아빠에게 질투가 날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해 들어오니 아빠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은 아이들.

그래서인지 유독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아이들.

어느 날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옆에서 자던 아빠가 없다며 아주 서럽게 울기 시작해 한참을 달래야 했지요.

우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아빠에 대한 그 마음이 처음엔 안쓰럽다가 이내 부러워지더군요.

그런 아이들의 아빠에 대한 사랑이 눈처럼 가득 쌓여 있고 강물처럼 넘치는 그림책 <아빠>

표지를 넘기자마자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밖은 어둡고 불켜진 창문으로 보이는 아빠와 나 그리고 강아지 꼬리.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실루엣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하늘에서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하네요.

하얀 눈은 밤새 내립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하양.

아이는 잠든 아빠를 깨우고 밖에 나가자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아빠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피하는군요.

 


아빠가 감기에 걸린다고 말리자 아이는 괜찮다고 하고,

아빠가 감기로 열이 나서 집이 불에 탈지 모른다고 하자 아이는 소방관 아저씨들이 불을 꺼 주면 된다고 하고,

아빠가 소방관 아저씨들이 병원에 입원시킬 거라고 하자 아이는 약 먹고 금방 나으면 된다고 합니다.

이 두 사람, 서로 한 치도 물러섬 없이 정말 막상막하인데요.

분위기가 조금 바뀌기 시작합니다.

아빠가 주사를 맞고 너무너무 아파 엉엉 울거라고 하자 아이는 아빠가 꼬옥 안아 주면 된다고 하고,

아빠가 너무 멀리 있어 안아 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아이는 자기가 엉엉 울어 온 세상이 눈물바다가 될 지 모른다고 하고, 아빠는 배를 띄워 멀고 먼 나라고 갈 수 있겠다고 좋아하자 아이는 아빠가 보고 싶어 죽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이 아빠 정말 나가기 싫은 게 확실합니다. ㅋㅋ

과연 아빠는 아이의 말에 뭐라고 했을까요?

아빠의 철벽 수비에 아이는 어떻게 했을까요?

나가고 싶은 아이와 나가고 싶지 않은 아빠의 한 판 대결.

그 결과가 궁금하시다면 꼭!꼭!꼭! 책을 만나보세요.

사실 아빠와 아이가 대결하는 시작은 나가서 같이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이를 말리고 싶은 아빠의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점점 상상력과 사랑의 대결 아닌 대결이 되어갑니다.

이 책을 보는 모두가 즐거운 상상과 재미있는 이야기 대결에 미소짓고, 책 속 두 사람의 애정 넘치는 투닥임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다시 눈가에 웃음이 지어지고, 만족스러운 마지막 결말에 서로를 마주보며 빙그레 웃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어느 순간 찾아온 뭉클함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요. 재미와 감동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것 같은 참 따스한 유쾌함이 매력적인 <아빠>

비록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크리스마스는 해마다 찾아오기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더한 크리스마스 한정판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생각날 것 같은데요. 크리스마스 한정판으로 나온 <아빠>의 새하얀 겉싸개를 벗기면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노란 창문과 아빠의 모습이 보이는 초록 창문에 구멍이 뚫려 있어 우리 아이들과 아빠의 사진을 창 크기에 맞게 잘라 붙여보거나 알맞은 크기의 종이에 직접 그려서 붙여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합니다. 게다가 선물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부록인 <아빠>의 그림이 담긴 '내가 만드는 스토리컬러링북'에다가 '아빠와 나' 그러니까 우리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바로 그것이랍니다. 멋진 그림책에 잘 어울리는 선물이 아닐 수 없네요.


책을 보며 즐거워하는 신랑과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 아빠가 보고 싶어집니다.

엄마는 그림자도 안 나오는 그림책 <아빠> 덕분에 살짝 삐친 제 마음은 우리 아빠한테 가서 이야기해야겠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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