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은 바로 인디 밴드 스탠딩 에그의 에그2호가 쓴 커피 에세이로 그가 이곳 저곳에서 마신 이런 저런 커피에 대한 기억들과 감상의 편린을 조각 조각 모아 놓은 커피향 나는 커피 같은 책.
우리들은 무미건조한 하루를 버틸 수 있도록 무언가에 애정을 쏟으며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에그 2호'에겐 '커피'가 그런 하나.
그의 커피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커피를 닮아 참 진하고 부드럽고 깊은 향처럼 책에서 폴폴 풍긴다.
커피 품종은 물론이고 만드는 사람과 기후에 따라서도 동일한 커피란 존재할 수 없고, 샷이 몇 번 추가되는지에 따라 커피와 우유의 비율의 아주 사소한 차이로 수많은 이름이 존재하는 커피처럼 우리 각자도 자기만의 맛을 가진 유일한 존재로 다양한 취향을 존중받는 컬러풀한 세상을 꿈꾸기도 하고, 커피 맛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커피 마시는 순간을 마치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즐기고 싶다는 에그 2호.
커피를 마주하면 천천히 한 모금씩 입에 머금을 때마다 그 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온 감각을 집중한다는 그의 진지한 태도에서는 자세를 고쳐앉게 된다.
그가 오랫동안 무언가를 좋아해온 사람의 모습에서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던 롯본기에서의 블랙커피 이야기를 읽으며 이 책을 쓴 에그2호의 모습에서 이번에는 내가 그와 동일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