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문 사계절 1318 문고 133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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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그리고 21세기의 초입, 내가 사춘기를 겪던 그 시절은 아이돌 그룹의 해체와 그 반향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던 시기였다. 표제작 <민트문>의 팬픽 작가 블루베리 머핀(민정)의 ‘종일’에 대한 팬심은 낯설지 않았다. 민정은 팬픽을 창작할 만큼 ‘종일’을 좋아했고 꿈에서도 만날 만큼 그를 따르던 소녀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종일의 죽음. 민정은 친구 서영과 장례식장에도 찾아갈 만큼 ‘종일’에 진심이지만,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서영이 실망할까 봐 걱정한다. 우상의 상실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 가운데서도 그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니니까. 서영의 문자로 인해 민정의 걱정은 지나친 우려로 끝났지만, 이로 인해 민정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관계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만들 수 없고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소설집을 읽고 나니 상실과 결핍에 대해 이야기기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오랜 친구와의 이별(<지금은 생리중>), 보호자의 부재 또는 보호자와의 단절(<이번 생은 망했어>, <모기>, <동욱>) 등 일생일대의 사건을 겪게 된다. 그것들이 사춘기에 얼마나 큰 고민일까.

언젠가는 사라질 고민들이다. 여자의 인생을 함께할 생리에 대한 막연함과 함께 백화점 직원에 대해 동경(?)의 마음을 품게 된 유나처럼, 불의를 보고 발휘한 용기에 싸움짱 최대영에게 인정받은 영욱처럼, 혼란하고 어지러운 방황기를 지나 변성기를 맞이한 동욱처럼. 소년들의 그 고민들은 언젠가는 해소되고 또 다른 고민을 마주할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새로운 시작이 잇듯이.

상실과 결핍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려 보니 나 스스로는 조금 우울한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작가님은 그것을 위로하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그것들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길 바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상실과 결핍이 소년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후감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소년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최근 중의적 표현에 대해서 수업을 해서 그런지, 저 제목도 두 가지 뜻으로 혼자 분석해보았다. 상실과 결핍 속에서도 그것을 헤쳐나갈 용기. 소년은 그것으로 인해 성장하게 될 것이다. 소년은 상실과 결핍 속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용기를 통해 홀로서기를 실천하게 될 것이다. 소년은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누구나 겪어 지나오는 사춘기지만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독자라면, 타인과의 관계나 세상과 괴리감 등 어떤 종류로든 큰 고민을 지니고 있다면, 이 책이 담대한 마음으로 삶을 통찰할 수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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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한국사 - 나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역사 공부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심용환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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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잠시 고민했다. 무엇이 친절한 것일까? 한국사라는 학문(또는 교과목, 또는 그 내용)이 친절한가? 개인적으로 한국사능력인증시험이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암기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에 그 내용 역시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도 역사 공부는 좋아하지 않지만 사극과 역사 소설은 즐겨 보게 되었다.

선생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성과 중심, 그에 따른 암기 위주 교육으로 인해 한국사에 대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는 독자들에게 ‘역사는 왜 알아야 할까요? 알면 뭐가 달라질까요’와 같은 친절한 접근으로 문제의식에 대한 당신의 답변을 제시한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특히 매체화 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다루는 점이 좋았는데,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극을 즐겨 보는 입장에서 반가웠다. 아마 남녀노소 누구나 영화나 드라마는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 역시 나와 비슷한 친숙함을 느낄 것이다.

만약 독자들이 이 책을 선택한다면 선생이 안내하는 역사적 사건을 넘어 젠더 이슈나 케이 컬쳐 등 다양한 화두로 사고를 확장해 가는 것은 어떨까.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맞이하는 역사적 현재 속에서 올곧은 나의 관점을 세우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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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 -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와 일하며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박진숙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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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씩씩이 작가님.

<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를 읽으며 ‘소풍가는 고양이’를 운영하고 학교 밖 청소년과 호흡해 온 씩씩이 작가님의 경영철학에 경의를 표합니다. 임용고시생, 기간제 교사를 거치며 교직관에 대해 고민할 때 주변에서 시험을 붙으면 고민하자, 정교사가 된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라며 주변의 조언과 스스로 다독이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멘토와 멘티의 관계, 경영인과 직원의 관계, 업체와 고객의 관계 등 우리는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데, '나'와 ‘나’의 관계를 찾는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어른의 모델이 되어주기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지.

저는 사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야간 자율학습이 자율이 아니고 왜 강제인지 질문했다가 “하라면 하는 거지 왜 따지냐.”는 선생님의 답변에 무안을 당했고, 학교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 “좀 참고 기다려 보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해 주지 않는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아야 했다.(162쪽)



지금 저는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일반계 고등학교에 재직할 당시를 떠올려보면 그 당시에는 정말 쉽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학교가 싫으면 자퇴하면 그만이지. 사회에 나가서 중졸 학력의 제약을 몸으로 느껴봐야지. 대학 가기 싫으면 고졸 취업하면 되지.'

지각, 결석, 학교폭력, 자퇴 등 학생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저 스스로에게, 주변 선생님에게 사이다를 나눠마시듯 이야기 했지만 참 가볍고 안일한 생각이었습니다. 학교 안에서 학교의 문제를 직면하지 못했습니다. 학생마다 학업 중단의 이유는 각양각색이었고 그 중에는 사춘기의 자아 탐색도, 진로에 대한 두려움도, 소년가장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다양한 청소년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찾아 실행가는 과정에서 '네가 그만 두면 나는 놓아주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을까요? 가장 빠르고 쉬운 해결책이 사실은 모범적이거나 추천할 만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상담자뿐만 아니라 내담자도 느낄테니까요.

어른이란 무엇일까요? 한 사람이 자신의 몫의 삶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존재. 그러한 성숙이 완성되어야만 한다면 저는 약 30년이 남지 않은 교직생활동안 어른스러운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학습의 조력자이자 전달자이자 평가자로서의 교사가? 작가님의 책을 읽는 동안 선생이 되는 길은 어렵구나 다시 한 번 느껴봅니다.

다음에는 ‘소풍가는 고양이’의 새로운 이야기, 씩씩이 작가님의 새로운 도전을 또 만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ps. 책 첫머리에 등장인물 소개에서 한 번 겁을 먹었었는데 읽다보니 술술 읽혀서 지레 먹은 겁에 대해 후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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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만나다 사계절 1318 문고 132
이경주 지음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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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있다. 2층 서가에 꽂힌 책은 만질 수 있지만 읽을 수 없고, 사람은 있지만 대화할 수 없다. 벽에는 시간이 다르게 표시된 시계가 두 개 걸려있다. 그곳에서 동호와 제로는 만난다. 처음에는 각자의 존재를 모르던 두 사람이 그곳에서 만난 순간 이야기가 시작된다. ‘왜 동호와 제로는 도서관에 있을까? 왜 기억을 잃었을까? 왜 두 사람만 서로를 인식하고 대화할 수 있을까?’ 질문 만들기를 한다면 하나하나가 질문거리인 상황이라 흥미로웠다. 


이야기는 동호와 제로의 이야기가 각각 전개된다. 두 사람이 사서를 만난 이후 읽게 된 책의 내용을 각자 읽어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호와 제로의 일상생활, 취미, 관심사 등과 이수와 밴쿠버라는 절친에 대해서도 함께 알게 된다. 동호와 제로 두 사람은 성격이나 교우 관계는 다르지만, 절친에 대해서는 진심이었다. 


초반의 이야기는 사춘기의 소년 소녀에게 중요한 인생 고민 중 하나인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 생각했다. 친구를 만나서 사귀고, 깊어지고, 싸우고 갈등하고 화해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예상해보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흥미로워지는 디테일은 예상치 못한 내용으로 전개되어갔다. 중반을 넘어가며 동호 절친 이수의 성장사, 제로 절친 밴쿠버의 비밀, 동호와 제로가 지닌 절친과의 관계성, 그리고 점점 좁혀져 가는 동호와 제로의 연관성. 마치 추리 소설을 읽어가듯이 ‘이 두 사람은 왜 도서관에서 함께 하게 된 걸까? 도서관에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수와 밴쿠버는 어떻게 된 걸까?’ 등의 질문이 연쇄적으로 떠올랐다.


두 주인공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사서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도서관에 머물러 계속 기억을 되돌아볼 수도, 도서관을 나가 미래를 살아갈 수도 있다. 반전처럼 이수와 밴쿠버도 도서관에서 만나게 되지만 두 사람은 미래를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되찾은 기억 속에서 후회나 좌절을 하고 이수와 밴쿠버와 함께 도서관에 머무를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결국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괴롭거나 슬픈 기억에 머무르거나, 후회나 좌절하기보다는 그것을 딛고 일어나는 용기. 정답 없는 삶 속에서도 바른길을 선택한 두 주인공이 독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책을 읽어볼 사람들을 위해 결말의 전말에 대해 함구하겠지만, 결국 제목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동호와 제로가 서로를 거울에 비친 본인처럼 느끼지 않았을까 추측해봤다. 친구 관계를 고민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던 사춘기 소년의 모습이 닮아있지 않은가. 또 이 책을 읽고 있고 읽게 될 독자들의 모습이 주인공들에게 투영되어, 만약 주인공이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지 고민하게 한다. 동호, 제로, 이수, 밴쿠버 모두가 도서관에서 모이게 되는 해피엔딩을 생각하며 지어진 제목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지금은 힘들고 괴로워서, 서로에게 상처받고, 상처 주고, 잊을 수 있지만,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서 존재하고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표지로 돌아와 도서관의 풍경을 봤을 때, 동호와 제로를 알아볼 수 있었다. 책이 펼쳐진 남은 자리는 먼 훗날 두 사람과 함께 할 이수와 밴쿠버의 자리였을까? 주인공 모두에게 다시 함께할 날이 올 때까지 각자의 책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기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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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다의 목격 사계절 1318 문고 131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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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0. 읽기 전

핑크 배경과 너구리 얼굴 모양의 프레임, 삽화의 너구리 캐릭터, '닷다'라는 특이한 이름 등 눈길을 확 끄는 책이었다.

학창시절에는 소설집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편 한편에 들이는 감정 소모가 크고 재미있다 싶을 때 끝난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이제와 학생들을 가르치며 소설집을 기피하는 학생들을 보니 그 시절 내가 떠오르곤 한다.

근래에는 소설집을 일부러 찾아 읽기도 한다. 일단 주제로 엮인 단편집은 다양한 시각에서 주제를 접근한다는 면이 좋다. 진부하거나 신선하거나 생뚱하더라도 굳어져버린 내 사고 방식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 좋다. 한 작가의 작품을 모아둔 단편집은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이런 즐거움을 학생들도 함께 느낀다면 좋으련만.


1. 읽으며

1-1. 이별

무튼 『닷다의 목격』 속 단편 일곱 편에서 나는 ‘이별’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소설의 배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이거나 인류가 우주로까지 진출하는 미래, 또는 디스토피아적 세계, 또는 미신을 믿는 불특정 문명을 다루고 있지만 인간사에서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이별’이라는 소재가 작품마다 등장하고 있다. 

‘이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짝지어 등장하는 것이 ‘사랑’이다. 이 사랑은 가족, 연인, 친구 등 그 대상이 다양하겠지만 모두 슬픔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항상 우울할 수 밖에 없는 개념이다. 그래서일까,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이별은 그 슬픔의 너울이 담담한 문체 속에서도 절실하다.

「그래도 될까」에서 절친 송이나 이름도 잘 몰랐던 클래스 메이트 주호, 「국경의 시장」에서 ‘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던 무나, 「화성의 플레이볼」에서 친언니 주운, 「튤리파의 도서관」에서 반려 고양이 로라. 모두 주인공이 이별을 겪게 되는 대상들이다. 이들에 대한 서술은 담담해도 이들과의 이별로 인해 주인공은 세상이 무너지고 삶의 의욕을 상실하는 상황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동시에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재회를 희망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그래서 작가의 말을 읽을 때 「제물」은 해피엔딩이 되었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 무나는 세계, 가족과의 이별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해피엔딩이 맞다. 하지만 나무 속 세상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무나의 삶, 진실을 모르고 살아갈 무나의 가족들, 모두에게 해피엔딩인가?

1-2. 표제작은 역시 표제작이다.

표제작인 「닷다의 목격」은 기발한 발상과 개연성 있는 사건이 어우러져 있어 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닷다의 눈에만 보이는 이 존재들은 무엇일까? 교실에 자리잡은 존재의 정체는 무엇일까?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과연 소설의 뒷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등등 학생들의 기발하고 창의적인 답변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2. 읽은 후

학창시절 문학소년처럼 아!주! 잠시 창작의 꿈을 꾸기도 했지만, 다양한 많은 작품을 접할수록 ‘나는 상상력이 부족하구나. 현실에 발을 너무 깊이 디디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헛된 꿈을 접었다. 

그래서 『닷다의 목격』 속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좋았다. 「사과의 반쪽」 같은 작품을 학생들이 읽으면 무슨 얘기를 할까? (작품이 다루고 있는 다양성과 포용, 연대의 메시지는 차치하고)‘외눈박이 나라의 두눈박이’처럼 창의력이라는 건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사계절 출판사의 청소년 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읽고 적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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