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만나다 사계절 1318 문고 132
이경주 지음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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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있다. 2층 서가에 꽂힌 책은 만질 수 있지만 읽을 수 없고, 사람은 있지만 대화할 수 없다. 벽에는 시간이 다르게 표시된 시계가 두 개 걸려있다. 그곳에서 동호와 제로는 만난다. 처음에는 각자의 존재를 모르던 두 사람이 그곳에서 만난 순간 이야기가 시작된다. ‘왜 동호와 제로는 도서관에 있을까? 왜 기억을 잃었을까? 왜 두 사람만 서로를 인식하고 대화할 수 있을까?’ 질문 만들기를 한다면 하나하나가 질문거리인 상황이라 흥미로웠다. 


이야기는 동호와 제로의 이야기가 각각 전개된다. 두 사람이 사서를 만난 이후 읽게 된 책의 내용을 각자 읽어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호와 제로의 일상생활, 취미, 관심사 등과 이수와 밴쿠버라는 절친에 대해서도 함께 알게 된다. 동호와 제로 두 사람은 성격이나 교우 관계는 다르지만, 절친에 대해서는 진심이었다. 


초반의 이야기는 사춘기의 소년 소녀에게 중요한 인생 고민 중 하나인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 생각했다. 친구를 만나서 사귀고, 깊어지고, 싸우고 갈등하고 화해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예상해보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흥미로워지는 디테일은 예상치 못한 내용으로 전개되어갔다. 중반을 넘어가며 동호 절친 이수의 성장사, 제로 절친 밴쿠버의 비밀, 동호와 제로가 지닌 절친과의 관계성, 그리고 점점 좁혀져 가는 동호와 제로의 연관성. 마치 추리 소설을 읽어가듯이 ‘이 두 사람은 왜 도서관에서 함께 하게 된 걸까? 도서관에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수와 밴쿠버는 어떻게 된 걸까?’ 등의 질문이 연쇄적으로 떠올랐다.


두 주인공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사서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도서관에 머물러 계속 기억을 되돌아볼 수도, 도서관을 나가 미래를 살아갈 수도 있다. 반전처럼 이수와 밴쿠버도 도서관에서 만나게 되지만 두 사람은 미래를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되찾은 기억 속에서 후회나 좌절을 하고 이수와 밴쿠버와 함께 도서관에 머무를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결국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괴롭거나 슬픈 기억에 머무르거나, 후회나 좌절하기보다는 그것을 딛고 일어나는 용기. 정답 없는 삶 속에서도 바른길을 선택한 두 주인공이 독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책을 읽어볼 사람들을 위해 결말의 전말에 대해 함구하겠지만, 결국 제목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동호와 제로가 서로를 거울에 비친 본인처럼 느끼지 않았을까 추측해봤다. 친구 관계를 고민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던 사춘기 소년의 모습이 닮아있지 않은가. 또 이 책을 읽고 있고 읽게 될 독자들의 모습이 주인공들에게 투영되어, 만약 주인공이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지 고민하게 한다. 동호, 제로, 이수, 밴쿠버 모두가 도서관에서 모이게 되는 해피엔딩을 생각하며 지어진 제목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지금은 힘들고 괴로워서, 서로에게 상처받고, 상처 주고, 잊을 수 있지만,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서 존재하고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표지로 돌아와 도서관의 풍경을 봤을 때, 동호와 제로를 알아볼 수 있었다. 책이 펼쳐진 남은 자리는 먼 훗날 두 사람과 함께 할 이수와 밴쿠버의 자리였을까? 주인공 모두에게 다시 함께할 날이 올 때까지 각자의 책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기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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