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원 -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37
김지현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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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지현, 우리의 정원, 사계절, 2022


소설을 읽은 뒤 “우리의 정원”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뛰노는 책방 쿠쿠의 마당이 떠오르기도 했다. 책방 쿠쿠에는 마당이 있다. 이 곳에는 까만 강아지 쿠몽와 코에 얼룩이 묻은 쿠미, 사장 언니와 고래덕후 아저씨가 살고 있고, 찰보리빵 귀를 가진 콩이와 에이세븐 J, 상담 선생님, 그리고 여레와 나현과 지은, “정원”이 다녀갔다.


“책방 쿠쿠”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독서의 즐거움, 자연과의 공존, 친구와의 우정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평범한 학생의 이야기라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현대’적인 학생의 이야기라서 좋았다. SNS에 표현된 ‘나’를 진짜라고 여기거나, 현실에서는 친구와의 거리감에 어려움을 느끼며 진정한 친구와 우정에 대해 고민하는 정원이의 모습은 ‘현대’의 학생이 아니라면 보일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내 취향만으로 도배된 SNS에서 나와 같은 취향을 지닌 팔로워와만 교류하는 온라인 자아가 진정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학교”와 “책방 쿠쿠”를 오가며 서로 다른 취향과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들 속에서 남과 같지만 다른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삶은 현실 공간에서 이어져 가고, ‘정원’이는 ‘친구들’을 사귀며 진정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배워갈테니까.


제목을 다시 한번 돌아보니 인간 관계에 고민하고 자아에 대해 고민하던 내 사춘기 시절 내면의 ‘정원’이가 저멀리 보인다. Et hoc transi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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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좀 빌려줘 사계절 1318 문고 136
이필원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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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 단어만으로도 사람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학교와 직장을 벗어난 산과 바다에서, 또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디저트와 함께. 무료한 일과의 지루한 반복을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기도 하니까.


이필원 작가의 책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색다른 일탈을 표현한 소설집이었다. ‘우리반 전학생이 혹등고래라면? 호랑님의 생일에 초대된다면? 골동품에 잠든 용을 만난다면? 붕어빵을 파는 도깨비를 만난다면?’처럼 우리가 체험하는 일상을 벗어나 평범한 상상의 허들을 훌쩍 뛰어넘는 ‘현대적인 민담’들이 등장한다.

<지우개 좀 빌려줘>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학생의 정체가 정말 고래가 맞는지 확답할 수 없었다. 내가 느낀 이야기의 중심은 그것의 사실유무 보다는 사춘기 소년 우성의 두근두근하고 설레는 풋사랑의 느낌이었다.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나 <우는 용>, <호박마차>는 호랑이, 용, 도깨비와 같은 소재에서 판타지나 무협 같은 장르 소설의 느낌을 받았고 생명(삶)이라는 중심 테마에 대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에서 고운의 삶의 의지를 지켜주는 호랑님의 모습이 전래 동화의 산신령을 떠오르게 하였고, <우는 용>은 죽어가는 수완과 함께 울어주고 곁을 지켜주는 용의 모습이 누군가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느껴졌다.

반면 <안녕히 오세요>, <우주장>처럼 지구라는 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공간에 대한 sf 느낌의 단편들도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특히 sf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안녕히 오세요> 같은 경우 음모론의 형성 과정과 확인 불가능한 추론에 대한 미묘한 결말은 작품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우주장>은 은채의 베스트 프렌드인 할머니와의 이야기가 <지우개 좀 빌려줘>의 우성이와 전학생의 이야기와는 다른 느낌의 이별을 느끼게 했다.


만남, 이별, 자아 정체감 등의 주제는 변치 않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화두인 것 같다. 진부할 수 있는 이 주제들을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로 신선하게 접근하게 해준 이필원 작가님의 다음 작품들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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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준비됐어 -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 사계절 1318 문고 135
이재문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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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를 통해 다양한 작가님들의 단편을 읽으며 근래의 청소년 소설이 다루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다뤄질 시대상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메타버스와 게임, 기후 위기, 난민과 이주 가정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변화상을 짐작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청소년의 방황과 자아찾기, 현실 인식 등 청소년 소설이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는 주제의식들이 다루어지고 있어 좋았다. 촌평으로 감상을 갈음해보고자 한다.


파티를 수락하시겠습니까?(이재문)

아마 학생들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재이지 않을까 싶다. 일상을 대체하는 메타버스 가상세계 ‘퓨처로드’ 속에서 진정한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선우의 모습 때문이다. 오프라인 현실 속에서도 게임에 대한 갈증이 큰데, ‘푸처로드’ 속에서 아바타 마법까지 써가며 게임을 탐닉하는 것은 우리 학생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백 투 더 퓨처(정은)

학창시절 가장 좋아했던 영화 ‘백 투 더 퓨처’(어린 시절 tv 만화 영화부터 영화 시리즈물까지 정말 열심히 봤었다.)의 중심 소재는 ‘타임 머신’이다. 마찬가지로 정은 작가의 본 작품 역시 타임 머신을 다루고 있는데,  뒷집 괴짜 할머니와 실제로 시간여행을 겪게 되는 주인공을 다루고 있다. 사람은 믿는 것을 믿고, 믿는 대로 살게 된다는 말이 떠오르는 이야기다. 지금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도 언젠가 천동설처럼 폐기될 지 모르니 말이다.


바깥은 준비됐어(김선영)

표제작 <바깥은 준비됐어>은 새끼 비둘기와 꼭 닮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숲 선생님을 만나는 동안, 인서는 언젠가 껍질을 깨고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새끼 비둘기는 스스로 알을 깨고 나가지만, 우리는 사람이니까 숲 선생님이나 유리와 같은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주먹 쥐고 일어서(김해원)

이주 청소년들의 낯선 우정담을 읽으며 한 편의 추리 소설을 읽는 듯 흥미롭게 작품을 따라갔다. 만약 인디언 이름이나 한별이의 어머니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면 이것을 이주 청소년들의 이야기라고 알 수 있었을까? 익숙한 풍경 속의 낯선 주인공들을 바라보며 오히려 내가 가진 선입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야기었다. 그게 이야기의 힘인가보다.


옥상 정원(이희영)

바름이 만든 만능 열쇠가 사라지고 학교는 발칵 뒤집어진다. 만약 우리 학생들이 만능 열쇠를 줍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마 후문을 개방하고 PC방과 편의점을 향해 돌진하는 무리를 목격할 것 같다. 그래서 옥상 정원의 잡초를 응원하는 바름이의 순수함에 웃음이 나면서도, 유하를 대하는 진솔함과 소년스러움이 좋았다. 잔잔하지만 울림있는 이야기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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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의 내일 -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 사계절 1318 문고 134
이선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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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를 통해 다양한 작가님들의 단편을 읽으며 근래의 청소년 소설이 다루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다뤄질 시대상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메타버스와 게임, 기후 위기, 난민과 이주 가정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변화상을 짐작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청소년의 방황과 자아찾기, 현실 인식 등 청소년 소설이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는 주제의식들이 다루어지고 있어 좋았다. 촌평으로 감상을 갈음해보고자 한다.


선택(이선주)

자전적인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선민이 글을 짓는 것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나 독자에게 예상치 못한 메일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등 진지한 성찰의 자세를 학생들이 본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선택도 그 바탕에 치열함이 없다면 내가 ‘나’로서 의미있게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말처럼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니 말이다.


모로의 내일(최영희)

가장 톡톡 튀고 발칙한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었다. 꼰대들의 꼰대가 일장연설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났다. 옛 이집트의 벽화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예의가 없다’는 말이 쓰여있다 하니, 기성 세대의 꼰대 의식은 유구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므로 신세대의 등장이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추리소설처럼 미궁에 빠진 사건의 원인을 찾아 활약하는 요즘 것들의 모험이 돋보였다.


행성어 작문 시간(최상희)

우주적인 배경 설정에 거리감을 느꼈지만 읽고 나면 최근 교실에서 체감하는 다문화 가정, 이주 가정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등장인물들의 출신지에 따라 성향의 차이도 표현되었는데, MBTI 성격 테스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흥미로운 설정과 이야기 속에서 요킨이 조우마린 선생에게, 조우마린 선생이 요킨에게 선입견을 걷어내는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안녕! 정신 나간 천사(황영미)

낯선 이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일이 후련할 때가 있다. 그 행위나 메시지 모두 말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소설 팬카페에 주인공이 글을 올린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거기다 소설의 주인공과 닮았다고 생각한 이젠 끝나버린 첫사랑과, 서울에서 느꼈던 차별. 홀가분하게 털어놓은 그 이야기 속에서 아픔이 더이상 아픔이 아닌, 어른이 되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함께 후련해진다.


나와 함께 트와일라잇을(조우리)

평범한 삶이란 무엇일까? 연애와 결혼, 육아와 노후, 삶과 죽음 등 평범이란 범주 안에서 우리는 각자를 규정하고 선을 그어낸다. 엄마와 나나이모, 솔이와 영이의 관계도 그렇다. 평범이란 범주에 속하지 않으면 그른 것인가? 아빠와 엄마는 대외적으로 평범한 부부로 보이지만 과연 옳은가? 솔이의 홀로서기가 평범치 않은 시작이었어도 그 홀로서기에는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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