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의 내일 -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 사계절 1318 문고 134
이선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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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를 통해 다양한 작가님들의 단편을 읽으며 근래의 청소년 소설이 다루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다뤄질 시대상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메타버스와 게임, 기후 위기, 난민과 이주 가정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변화상을 짐작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청소년의 방황과 자아찾기, 현실 인식 등 청소년 소설이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는 주제의식들이 다루어지고 있어 좋았다. 촌평으로 감상을 갈음해보고자 한다.


선택(이선주)

자전적인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선민이 글을 짓는 것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나 독자에게 예상치 못한 메일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등 진지한 성찰의 자세를 학생들이 본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선택도 그 바탕에 치열함이 없다면 내가 ‘나’로서 의미있게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말처럼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니 말이다.


모로의 내일(최영희)

가장 톡톡 튀고 발칙한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었다. 꼰대들의 꼰대가 일장연설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났다. 옛 이집트의 벽화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예의가 없다’는 말이 쓰여있다 하니, 기성 세대의 꼰대 의식은 유구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므로 신세대의 등장이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추리소설처럼 미궁에 빠진 사건의 원인을 찾아 활약하는 요즘 것들의 모험이 돋보였다.


행성어 작문 시간(최상희)

우주적인 배경 설정에 거리감을 느꼈지만 읽고 나면 최근 교실에서 체감하는 다문화 가정, 이주 가정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등장인물들의 출신지에 따라 성향의 차이도 표현되었는데, MBTI 성격 테스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흥미로운 설정과 이야기 속에서 요킨이 조우마린 선생에게, 조우마린 선생이 요킨에게 선입견을 걷어내는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안녕! 정신 나간 천사(황영미)

낯선 이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일이 후련할 때가 있다. 그 행위나 메시지 모두 말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소설 팬카페에 주인공이 글을 올린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거기다 소설의 주인공과 닮았다고 생각한 이젠 끝나버린 첫사랑과, 서울에서 느꼈던 차별. 홀가분하게 털어놓은 그 이야기 속에서 아픔이 더이상 아픔이 아닌, 어른이 되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함께 후련해진다.


나와 함께 트와일라잇을(조우리)

평범한 삶이란 무엇일까? 연애와 결혼, 육아와 노후, 삶과 죽음 등 평범이란 범주 안에서 우리는 각자를 규정하고 선을 그어낸다. 엄마와 나나이모, 솔이와 영이의 관계도 그렇다. 평범이란 범주에 속하지 않으면 그른 것인가? 아빠와 엄마는 대외적으로 평범한 부부로 보이지만 과연 옳은가? 솔이의 홀로서기가 평범치 않은 시작이었어도 그 홀로서기에는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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