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쓰는게 좋고 작가가 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계속 썼을 테고, 쓰다보니 작가도 되었을 것이다. 그들도지금은 나처럼 "언제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라는질문을 받고 있을 것이다.
사공 없는 나룻배가 기슭에 닿듯 살다보면 도달하게 되는어딘가. 그게 미래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저절로 온다. 먼 미래에 도달하면 모두가 하는 일이 있다.
결말에 맞춰 과거의 서사를 다시 쓰는 것이다. - P143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1등이 아니라 2등을 해야 돼요."
"왜요? 1등이 제일 많이 벌잖아요? 영화 같은 데 보면한 사람이 싹 다 쓸어가던데요?"
"그거야 영화니까 그런 거고, 1등 크게 한 번 하는 것보다꾸준히 2등을 하는 게 최선이에요. 2등은 사람들 눈에 잘띄지도 않고, 개평 달라고 보채는 사람도 없고..."
1995년에 삼성그룹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않습니다"라는 유명한 카피를 유행시킨 시리즈 광고를내놓았다. 달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이나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 등을 내세워 오직세계 일류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02년의곰 피디는 삼성그룹의 슬로건에 맞서 ‘아무도 기억하지않는 2등이 최고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후 1등으로잘나가던 이들이 법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시련을겪고 이카로스처럼 추락할 때마다 나는 지리산 어귀의휴게소에서 2등이 최고라고 말하던 프로듀서를 떠올리곤했다. 그리고 남들 눈에 띄지 않은 채 조용히 실속을 챙기는,
최선을 다해 2등을 하고 있을 얼굴 없는 고수들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크고 우람한 나무처럼 도드라지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은 그늘도 크다. 그 그늘 속에 존재감 없이 묵묵히 앉아있는 이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P150

그렇지만 시도 때도 없이 작동하는 상상력덕분에, 삼십대에 영화계로 넘어갔다면 지금은 어떻게되었을까, 그냥 대학에 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뉴욕에서돌아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방송인으로 살았다면어땠을까를 아주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한다. 그리고 그 모든 상상 끝에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럴 때, 내 눈앞의 세계는 단순한 현실이 아니라 내가하마터면 살 수 있었을 1개의 인생 중 하나로 보인다. 지금이 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것과 스스로 결정한 것들이뒤섞여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칵테일이며 내가 바로 이 인생칵테일의 제조자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삶을 잘 완성할책임이 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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